최근 중국의 대북 인프라 투자 현황과 한국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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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대북 인프라 투자 현황과 한국의 과제
  • 코리아포스트
  • 승인 2010.03.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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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대북 인프라 투자 현황과 한국의 과제



-원동욱 동아대 교수


중국 동북지역은 몽골, 러시아, 북한과 직접적으로 접경하고 있으며, 또한 한국, 일본과는 해상을 통해 연계될 수 있는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우위와 달리 과거 동북지역은 상당기간 발전이 정체되어 왔으며, 대외개방을 통한 인접국들과의 상호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동북진흥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국내적으로 산업 및 기업 구조의 재편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가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도 개방의 정도와 폭을 확대함으로써 동북아 경제권 형성의 주도적 위치를 점해가고 있다. 특히 최근 동북진흥전략에 힘입은 동북3성의 경제적 발전과 대외협력의 강화는 인접한 북한과의 교역 및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파악된다. 그 가운데서도 중국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압록강도로대교와 나진항 1호 부두 건설은 이러한 영향력 확대의 증거로 인식된다.


중국의 대북한 인프라 투자 배경 및 의도


  중국은 그간 낙후된 동북지역 개발을 국가적 중점사업으로 확정하고 압록강 및 두만강유역 등 북한과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해 왔다. 즉, 동북진흥전략에 의거한 대외개방의 확대로 북한과의 변경지역에 대한 정책적 중시가 이루어졌으며, 변경지역의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11차 5개년 계획’에 포함되어 추진되어 왔다. 그 결과 ‘대북한 육로-항만-구역 일체화’ 프로젝트에 따라 북중간 변경지역인 압록강변에는 단동-신의주로 연결되는 압록강도로대교의 신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두만강하구에서는 북중간 훈춘(-권하-원정)-나진간 도로현대화 및 나진항 개건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랴오닝성과 지린성의 변경지역을 연계하는 '동변도철도 복원' 프로젝트가 추진되어 왔다. 이러한 중국의 대북 투자는 동북진흥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중국은 북한 접경지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동북지역 개발에 필요한 자원과 시장의 확보는 물론이고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하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는 셈이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 정치적 행보에 따라 동북아 국제관계가 불안정한 상태로 나아감에 따라 중국의 대북 협력관계 또한 새로운 변화의 양상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전략 수행의 가변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과의 교통인프라 연계프로젝트의 경우 정책적 우선순위는 물론 그 실행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즉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안보리 결의에 대한 시행 의무가 있으며, 이로 인하여 북*중 간 협력의 부침이 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져 가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제재는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인식되었으며, 또한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 또한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서 북한에 대한 압력행사를 통해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유지해야 하는 동시에, 북한의 정치적 파국 상황을 막고 점진적으로 개혁*개방의 방향으로 견인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적 대안을 요구받아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중 간 경제협력의 강화와 이와 연계된 교통인프라 협력개발사업이 시사하는 바는 다분히 정치적이고 전략적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에 대한 과도한 제재는 결국은 북한을 위기상황으로 내몰아 중국의 동북진흥전략 추진은 물론이고 동북아 국제정세의 유리한 구도를 확보하는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일본 등의 해양세력과의 대결구도에서 일정한 완충지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북한의 위상에 대한 전략적 고려와 함께, 이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시키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북핵문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오히려 북한과의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아울러 교통인프라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대북한 인프라 투자의 빛과 그림자


  물론 중국이 주도적으로 대북한 ‘육로*항만*구역 일체화’ 프로젝트를 제시함으로써 북한의 경제발전과 대외개방을 촉진시켜주고 남한의 대북지원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존재한다. 즉 이번 압록강도로대교 신설에 따른 북*중 간의 교통인프라 연계의 강화는 북한의 교통물류시스템의 개선과 함께 경제적으로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인하는 데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동북아의 주요 물류거점이라 할 수 있는 나진항 개발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주도적 참여에 따라 두만강지역의 교통인프라의 현대화와 관련 국가들의 상호연계가 활발해지고, 이에 따라 동북아경제권의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및 러시아 등 제3국의 북한 내 주요 간선과 거점에 대한 지배는 중장기적으로 경의선을 통한 유라시아 대륙과의 연계와, 나진항을 거점으로 환동해권과 유라시아 대륙권을 연계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의 동북아 경제공동체 구상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우리나라가 배제된 상태에서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단둥-신의주 연계개발과 이에 따른 압록강도로대교의 신설은 우리나라 정부의 신경의선 도로 건설이라는 계획과 상충될 수 있으며, 또한 나진항에 대한 중국 및 러시아의 지배는 환동해권 중요 물류거점의 상실은 물론이고 통일 후 북한 항만관리에 대한 일원화를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욱이 개성과 금강산은 한국이, 압록강과 두만강지역의 개발은 중국이 담당하는 ‘남남북중(南南北中)’ 분할구도가 형성됨으로써 한반도의 통일경제 구축과 남북경협의 시너지 효과를 저해하는 동시에 향후 남북통합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북*중 접경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는 교통인프라 협력은 남북관계가 여전히 경색되어 있고 남한이 배제된 상태에서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북한의 경제를 더욱 중국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을 우려도 적지 않다. 만약 이렇게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보다 확대하고자 한다면, 이는 곧 북한에 대한 남한의 입지가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남북경제공동체 그리고 나아가 통일 한반도를 고려해 볼 때, 중국 동북3성은 물론이고 극동 러시아 나아가 유라시아 대륙과의 수송연계에서 매우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는 신의주, 나진항 등 북*중 간 접경지역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의 과제: 국제컨소시엄을 통한 다자간 공조방안 구축


  결론적으로 북*중 간 교통인프라 협력에 따른 위험요인을 불식하면서도 중국 동북지역의 본격적인 개발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낸다는 측면에서 북*중(러) 접경지역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신의주-단둥, 나진-훈춘(나진-하산)을 중심으로 관련국가간 국제협력개발을 위한 공조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상호 소통과 교류를 통한 공생과 공영의 매개체라 할 수 있는 교통인프라의 속성상 한 국가가 관련 국가들을 배제한 채 일방적 건설을 추진한다는 것은 그 의미나 효과 측면에서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압록강도로대교 신설과 관련해서는 대륙과의 연계를 위한 남북한 간 경의선, 평양-신의주 간 도로 등 교통망의 구축과 신의주항 및 압록강철교의 정비, 물류사업 등 협력의제와 연계하는 남·북·중 3자간 협력 틀을 구축할 필요성이 존재한다. 또한 신의주 일대 경제특구 및 자유무역지대 건설에 대비하여 건설사업 및 기술협력 등 중국과의 동반투자를 위한 방안이 공동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나진항 개발과 관련해서는 중국 동북지역 개발과 러시아 극동지역 개발이 서로 연계되어 추진되는 점을 감안하여 환동해권 국제협력개발을 위한 남·북·중·러 다자간 협력 틀이 마련되어야 하며, 나진-원정간 도로(중국), 나진-하산간 철도(러시아), 나진항 1호 부두(중국), 나진항 3호 부두(러시아) 외에 나진항 배후부지 건설, 물류사업 등을 포함한 종합적 패키지 사업에 우리나라가 포함된 다자간 국제컨소시엄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다자간 국제협력을 통한 북*중(러) 접경지역의 인프라 개발은 첫째, 남북한 양자 간 협력에서 예상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고, 남북관계 및 북*미 관계의 변화에 따라 협력의 향배가 결정되는 불안정한 협력구도를 지양할 수 있다. 둘째, 향후 동북아 경제공동체로 나아가는 파일로트(Pilot) 프로젝트의 성격으로서 남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일본)간 다자간 경제협력의 모델을 창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셋째, 교통물류협력을 통한 남북한 간 상호신뢰 구축과 남북경제협력의 기반 조성은 물론이고, 동북아 국가 간 교역의 활성화를 통한 평화체계 구축에 일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통물류 인프라의 개선을 통해 북한의 대외개방을 촉진하여 대외개방을 통한 학습효과를 증진시킴으로써 기타 영역으로 협력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정부는 다자간 국제협력 외에도 유연한 대북접근으로 중국의 대북 교역 및 투자의 확대, 그리고 북*중 간 교통인프라 협력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의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즉 현재의 북*미, 남북 간 대화국면을 최대한 활용하여 남북관계를 보다 진전시킴으로써, 북한의 경제개방을 지원하는 한편, 남북 교역 및 투자 활성화를 통해 북한의 대중 의존도 심화 및 중국의 북한 선점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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