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미국 대사 "두산팬이지만 박병호 가장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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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퍼트 미국 대사 "두산팬이지만 박병호 가장 좋아해"
  • 피터조 기자
  • 승인 2015.11.2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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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코리아포스트=피터조 기자]    리퍼트 대사가 19일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한국프로야구를 주제로  인터뷰했다.  "공식 모임에 가면 4번에 한 번은 야구로 대화를 풀어나간다"는 그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급돼 이제는 한국에서 최고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야구가 한국과 미국의 공통분모가 돼 한미 관계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미국 출신 야구 선수들이 한국에서 뛰고,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한미 동맹이라는 관계를 공유하고, 그 가치에 대한 인지도를 높여간다. 그것이야말로 야구가 가진 진짜 힘"이라고 설명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그가 평소에 한국프로야구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모두를 경악하게 했던 피습 사건 이후에도 의연하게 야구장을 찾는 모습을 보인 것도 야구라는 이 단순한 게임이 한미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하는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리퍼트 대사는 "나는 두산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도 한국프로야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로는 박병호(넥센 히어로즈)를 꼽았다.  그는 박병호의 이름을 언급하면서 처음에는 현재형 'is'라고 했다가 다시 'was'라는 과거형으로 정정했다. '예비 빅리거' 박병호가 내년이면 한국프로야구 소속에서 벗어나 메이저리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살핀 것이다.  야구를 통해 한국인들과 활발히 소통해온 리퍼트 대사는 지난 7월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명예 홍보 대사로 위촉됐다.

다음은 리퍼트 대사와의 일문일답.

-- 부임하기 전에 한국 야구에 대해 알고 있었나.

▲ KBO 리그에 대해서는 부임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KBO 리그의 열기와 독특한 측면에 대해 소문은 들었다. 하지만 글로 읽는 것과 직접 체험하는 것이 다르듯 경기장에 직접 가보고 나서야 한국 야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 한국 관중의 열정과 경기의 수준, 경기장의 분위기는 나의 기대치를 완전히 넘어섰다.

-- 한국 야구가 미국 야구와 어떻게 다른지.

▲ 한국 야구를 보면 미국에서 대학 풋볼 경기를 보러 갔던 때가 떠오른다. KBO 리그의 열기는 대단하다. 2014년 한국시리즈에 갔는데, 당시 넥센은 시리즈 중 한 경기에서 크게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9회말이 될 때까지 누구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나와 내 아내가 한국에서 관전한 첫 경기였는데, 우리 둘은 팬들의 충성심에 완전히 사로잡혔다.

-- 한국 야구장에 가면 어떤 점이 좋은가.

▲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경기의 수준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팬들의 응원이다. 응원가도 좋아한다. 세 번째는 치맥이다. 그렇게 3가지다. 응원가는 정말로 기발하다. (직접 나바로의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정말 잘 만들었다.

-- 경기장에서 팬들과 에피소드가 있는지.

▲ 사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아보고는 김밥을 건네줬다. 또 한번은 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 있는데, 사람들이 나와 사진을 같이 찍자고 요청해왔다. 우리 가족은 경기장에 가서 모자나 기념품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상대팀 팬들은 우리가 한 팀의 물건을 사고 있을 때면 '우리 팀 것도 사세요'라고 한다. 무척 재미있다.

인터뷰하는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
-- 경기장 가면 두 팀의 모자를 올려놓고 번갈아 가며 쓰는 것 같았다.

▲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두산팬이지만 삼성도 정말로 좋아한다. 재미있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팀들이 올해 모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는 점이다. 나는 NC도 좋아하고 넥센도 좋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프로야구 선수는 박병호다.

-- KBO 명예 홍보 대사로서의 역할은.

▲ 한미 동맹 관계가 막 형성될 시기에 야구가 한국에 도입됐다. 야구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급됐지만, 한국에서 야구는 매우 특별하고, 독창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마치 한미 동맹이 발전해온 것처럼 한국에서 야구도 변화하고 진화했다. 아울러 한미 동맹처럼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이게 발전해왔다. 내 역할은 이러한 야구의 기원과 거기에 놓여 있는 한미 동맹이라는 전체적인 연관성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 박병호를 비롯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이 많다. 미국 야구와 한국 야구를 같이 봐온 팬으로서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 올해 '킹캉'(강정호의 별명)은 자신이 얼마나 역동적인 선수인지를 증명해냈다. 부상을 당해 무척 안타깝긴 하지만 그는 돌아올 것이다. 그가 있었기에 피츠버그의 경기가 훨씬 흥미로웠다. (앤드루) 매커천과 강정호가 한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내 생각에는 한국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는 투수력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박병호의 놀랍도록 부드럽고 힘이 넘치는 스윙을 보면 그가 잘해낼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미국에서 박병호에 대해 중요한 투자를 했다고 생각한다. 박병호가 잘할 것이라고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면 투자는 없었을 것이다.

-- 미네소타 트윈스가 박병호에게 포스팅 금액으로만 거의 1천300만 달러를 적어냈다.

▲ 미네소타가 그 많은 돈을 써냈다는 것은 박병호에 대한 강력한 확신이 있다는 얘기다.

-- 야구와 관련한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 내가 무척 어렸을 때 아버지가 신시내티 레즈 경기에 데려간 것이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시즌 티켓을 갖고 있어서 우리는 거의 매번 경기장에 갔다. 지금 생각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피트 로즈가 타이 콥의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한 경기를 봤던 것과 신시내티의 우승으로 끝난 1990년 월드시리즈에서 1차전인가 2차전인가를 봤던 것이다. 당시에는 다들 오클랜드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신시내티가 시리즈를 싹쓸이했다. 나는 이제 야구와 관련한 새로운 추억이 필요하다. 그 기억들은 다소 오래됐다.

-- 리퍼트 대사에게 야구란.

▲ 개인적으로 나는 항상 야구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가 때때로 야구를 가르쳐줬고, 그것은 우리 둘이 공유하는 추억이다. 나는 또한 팀의 일원으로 야구 경기를 하는 것을 즐겼다. 나는 야구의 팀적인 요소를 정말로 좋아한다. 성장기 때 여름날에 팀원들과 야구를 하면서 보냈던 기억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 중 일부다. 야구는 더 크게는 미국과 동일시되고 연결돼 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는 그들만의 야구를 만들어냈다. 미국에서 기원한 것이 어떻게 다른 곳에서 공유되고, 계승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바로 야구가 아닌가 싶다. 나는 공식 모임에 가면 4번에 한 번은 야구 얘기로 시작한다. 공통의 관심사인 야구로 화제를 삼으면 대화가 훨씬 잘 풀린다. 마치 윤활유 효과와 같다.

-- 한미 관계 발전에 야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 미국 출신 선수들이 한국에서 뛰고, 한국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야구만 알면 사람들이 지리학을 공부하거나 외교 정책에 연관되지 않고서도 한미 동맹이라는 이 중요한 관계를 떠올리고, 눈을 뜨게 할 수 있다. 야구라는 이 단순한 게임을 통해 우리는 한미 동맹의 가치를 공유하고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야구의 진짜 힘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 올해 야구장에는 몇 번이나 갔나.

▲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10~12번 정도는 간 것 같다. 나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야구장에 가고 싶은데, 올해 여름에는 정말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약속이 많이 잡혀 있었다. 잠실야구장에 가고 싶은데, 그 재미 없는 약속 때문에 갈 수 없어서 화가 많이 났다. 그 약속만 아니었다면 야구장에 더 많이 갔을 것이다. 좋은 점은 아내도 야구장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 가을에는 야구장에 많이 갔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야구장에 갈 수 있도록 시간을 비워놓자고 말이다.

-- 고척 스카이돔에서 한국-쿠바전을 보셨는데, 어떻던가.

▲ 좋은 경기장 같다. 흥미로운 곳이다. 시설은 환상적이었다. 열정적인 KBO 팬들이 그곳을 가득 채우면 어떨지 흥미로울 것 같다. 나는 이 돔구장이 왁자지껄한 팬들로 가득 찼을 때 한번 가보고 싶다. 돔구장이 작고, 꼭 끼고, 촘촘한 구조라서 팬들이 소리를 지르면 크게 울릴 것 같다. 팬들이 가득차면 대단한 경험이 될 것 같다. 귀마개는 필수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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