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롯데' 구축…가신그룹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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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롯데' 구축…가신그룹 급부상
  • 정택근 기자
  • 승인 2015.08.1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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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정택근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도 지지를 확인받아 한일 롯데 왕국의 명실상부한 '원톱'에 올라선 가운데 그의 가신 그룹이 급부상하고 있다. 작년 말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의 낙마를 계기로 '법대로 대응'을 통해 신동빈 회장이 한일롯데의 원톱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부분 가신그룹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장자 후계'라는 유교적 전통에 기대어 이복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작은아버지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의 지원을 받아 가족 결집에 나섰으나 신동빈 회장 가신그룹의 공세에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가신그룹은 작년 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의 공식적인 직위에서 쫓겨나자 본격적인 작업을 개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먼저 한일 롯데의 핵심 지배고리인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장악했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일선 퇴진시킴과 동시에 신동빈 회장을 대표이사로 만들었으며, L투자회사 12곳에서도 신 총괄회장을 끌어내려 법적 무장해제했다. 신격호·동주 부자가 지난달 27일 '손가락 지시'로 롯데홀딩스 임원진을 교체하려 하자 그 다음 날인 28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법적으로 무력화시켰다.

이번에는 롯데홀딩스 주총 개최를 선수쳐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반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주총 당일에도 '철통보안'으로 비우호적인 언론 접근을 차단하면서도 지지세력을 주총장으로 적극 유도해 의도했던 안건을 통과시키는 치밀함을 보였다. 롯데그룹의 후계를 둘러싼 '막장 패륜 드라마'가 20여일 넘게 세간의 비웃음을 사고 '반(反) 롯데정서'까지 형성됐지만, 가신 그룹은 여론보다는 '신동빈 체제 구축'에 더 신경을 써왔다.  '오로지 신동빈' 드라이브를 펴는 가신그룹의 요체는 바로 롯데그룹 정책본부다.

2004년 이전에는 정책본부란 조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모체는 롯데그룹 '경영관리본부'로 당시 신동빈 부회장이 경영관리본부장을 맡고 나서 정책본부로 이름이 바뀌었고, 2011년 한국 롯데그룹이 신동빈 회장 체제가 되면서 위세가 더욱 세졌다. 현재 한국 롯데그룹에선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80여개 계열사의 '리더'로서 신동빈 회장을 보좌하는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면,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은 '정책라인'이란 다른 축을 차지하고 있다.

정책본부에는 비서실, 커뮤니케이션실, 운영실, 비전전략실, 지원실, 인사실, 개선실(감사실)의 7개 실무부서가 있으나 총괄 지휘는 황 사장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계도상 윗 라인으로 이인원 부회장이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으나 이 부회장은 이제 '2선'으로 분류된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황 사장을 순수 '신동빈 라인'으로 꼽는다. 이인원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으로 보좌하다 신동빈 회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 황 사장은 초지일관 신동빈 회장 곁을 지켰다는 것.

황 사장은 신 회장이 경영 수업을 받기위해 1990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했을 때 휘하 부장이었으며, 모국어가 서툴던 신 회장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업무를 진행해 친밀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 사장은 이를 계기로 승승장구했다. 신동빈 회장이 1995년 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옮길 때, 없던 자리까지 만들어 황 사장을 기조실 국제담당 부장으로 영전시켰고, 제2롯데월드 안전위원회 간사라는 요직을 맡기기도 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실장을 맡았다.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이 지난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신 회장을 보좌해 2004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 2008년 케이아이뱅크(현 롯데정보통신), 2009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2010년 바이더웨이(현 코리아세븐), 2012년 하이마트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를 주도했다.

특히 이날 주총 승리로 신동빈 회장의 한일 롯데 '원톱 체제'가 공식화함에 따라 황 사장에겐 탄탄대로가 펼쳐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롯데 내부에선 황 사장에 대한 평가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서 요직만을 맡아와 업무 장악력이 뛰어나다는 긍정적인 평과 함께, 지나친 엘리트 의식으로 사내 융합을 해친다는 비판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학벌에 지나치게 집착해 사석에서 공공연하게 서울대 이외의 대학을 차별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롯데그룹의 운영을 총괄하고 인수합병, 인사를 담당하는 정책본부의 요직 3자리(운영실장, 인사실장, 비전전략실장)를 본인과 서울대 화학공학과 후배 2명이 차지하고 있는데서도 그의 성향이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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