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사 호텔롯데 상장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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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지주사 호텔롯데 상장 검토"
  • 윤경숙 기자
  • 승인 2015.08.1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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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윤경숙 기자]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에 휩싸인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지주사인 호텔롯데에 대한 상장 검토에 나섰다.  호텔롯데는 과거에서도 수차례 상장 논의가 진행됐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승인하지 않아 불발에 그쳤다.  이번에는 '진흙탕'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정부로부터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받는데다 '일본 기업' 이미지까지 덧칠해진 상황이어서 호텔롯데의 일본 지분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상장 논의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하지만 당장 기업공개(IPO)를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직 외부의 지배구조 개편 여론만을 의식해 오너가가 영향력 약화를 감수하고 상장을 결정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롯데그룹 핵심 관계자는 10일 "수년전에도 그룹 내부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이 검토된 적이 있으나 신격호 총괄회장의 최종 승인이 나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장기적으로 호텔롯데 상장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서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최근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12개 L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고,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19.07%)까지 더하면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 지분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이다.  결국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호텔롯데를 다시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셈으로, 당연히 '일본 기업' 논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이다.  만약 호텔롯데의 기존 주요주주인 오너 일가와 일본 계열사가 자기 지분을 내놓거나(구주 매출) 신주를 발행한 뒤 공모를 거쳐 상장할 경우, 일본 계열의 지분율을 낮춰 한국 롯데가 어느 정도 분리·독립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해야하는만큼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시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증권가에서도 호텔롯데의 상장 시나리오가 조금씩 거론되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동부증권은 지난달 29일 보고서를 통해 "후계 구도와 지배권이 어떤 형태가 되든지 시장에선 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에 있는 롯데쇼핑[023530]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고서를 쓴 차재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3년 11월에도 "호텔롯데의 호텔·면세점·리조트 사업이 저성장시대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룹차원의 자금조달이 필요하고 상장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지분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호텔롯데의 상장은 순차적으로 롯데그룹의 계열분리와 지배구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견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호텔롯데의 단독 상장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두 핵심축인◇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합병 후 상장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

호텔롯데는 일단 외형상으로는 ▲ 최근 매출액 1천억원 이상 및 평균 700억원 이상 ▲ 자기자본이익률(ROE) 최근 사업연도 3% 또는 이익액 50억원 이상 ▲ 영업현금흐름 양(+) 등의 유가증권 시장 기본 상장요건을 이미 갖춘 상태이다.  주식 분산 요건도 여러 방식의 공모를 통해 맞출 수 있지만 결국 관건은 오너가의 결단이다.

롯데 관계자는 "경영 실적 등의 측면의 요건은 상장에 걸림돌이 아니다. 다만 주총을 통해 기존 주주들의 뜻이 상장으로 모아져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당장 추진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주주인 L투자회사들 뿐 아니라 일본 롯데홀딩스조차 아직 지분 구조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이 모두 상장에 찬성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L투자회사나 롯데홀딩스 모두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빈(60) 한국 롯데 회장,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만큼 이들의 의지만 있다면 의외로 호텔롯데 상장 등 한국 롯데 그룹의 개편 작업이 예상보다 전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상장 자체에 대한 학계 전문가들의 시각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경영권 분쟁 사태로 롯데의 전근대적 지배구조 등에 국민이 크게 실망하고 있고 기업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라며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최소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이 과정에서 만약 호텔롯데 상장이 실현된다면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일본기업 이미지 탈피 등의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여러 여건상 당장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한 기업의 상장은 자금 조달 필요성 등 사업상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하는 것인만큼 정부 등 외부에서 순환출자 해소 등과 함께 강압적으로 요구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롯데가 스스로 상장에 나선다고 해도 회계감사 지정과 상장 심사 등의 준비 작업에 적어도 2년정도는 걸릴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지분 구조에서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의 지배력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일본 롯데 지분이 많은 오너가의 경영권, 영향력을 축소한다는 뜻인만큼 결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오너 일가의 주식을 호텔롯데가 자사주로서 사들이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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