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에 당국 견제까지…금융권 사외이사 물갈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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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에 당국 견제까지…금융권 사외이사 물갈이 가능성
  • 김수아 기자
  • 승인 2018.02.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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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수아 기자] 노동이사제 논의 재점화와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 속에 금융권 사외이사 물갈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28명 가운데 24명의 임기가 다음달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마무리된다. 이 중 6명은 이미 사의를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도 사외이사 태반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 8곳의 사외이사 22명이 다음달 퇴임이냐 연임이냐 기로에 선다.

가장 큰 변화를 앞둔 곳은 KB금융지주다.

KB금융 이사회는 기존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최영휘 의장과 이병남, 김유니스경희 이사 등 3명이 물러나기로 해 다음달 23일 주주총회에서 새로운 인물을 뽑을 예정이다.

유석렬, 박재하, 한종수 이사는 연임할 전망이다. 스튜어트 솔로몬 이사는 지난해 3월 선임돼 임기가 남아 있다.

여기에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

KB노조와 우리사주조합은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지난해 하승수 후보 추천안은 부결됐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9.62%)이 지난번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안에 찬성 의견을 던졌기 때문에 이번에도 찬성표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권 교수를 추천한 KB금융 우리사주조합(지분율 0.47%)의 조합장도 류제강 KB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녹색당 이력이 걸림돌이 됐던 하 후보와는 달리 권 교수는 딱히 결격사유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노조가 기대를 거는 부분이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사외이사 3명이 교체된다.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이상경, 이정일, 이흔야 이사가 퇴임하며 박철, 이만우, 이성량, 히라카와 유키, 필립 에이브릴 사외이사 5명의 임기는 연장된다.

신임 이사로는 박병대, 김화남, 최경록 후보가 추천됐다.

최근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우리사주조합장을 노조가 맡겠다는 뜻을 사측에 전달했다.

현재 신한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지분율 4.7%로 국민연금(9.55%), 블랙록(5.13%)에 이어 3대 주주이다. 우리사주조합장은 신한금융 경영지원팀장이 맡고 있다.

신한은행 노조는 우리사주조합장을 맡은 뒤 노동이사제를 관철하겠다는 구상이다.

신한금융 우리사주조합은 신한금융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총회를 열고 우리사주조합장을 누가 맡을지 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사주조합에는 비노조원도 다수 들어가 있어 노조가 조합장을 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나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당국과 마찰이 가장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사외이사 7명 가운데 6명이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인 데다 회장 후보 추천 과정에 당국과 충돌 양상을 보인 뒤로 관계가 껄끄럽다.

▲ 사진=주주총회.(연합뉴스 제공)

윤종남 의장과 송기진, 김인배, 윤성복, 양원근, 박원구 이사 모두 다음달 23일 임기가 끝난다. 지난해 선임된 차은영 이사만 임기가 남았다.

이사회와 금융당국은 지난달 차기 회장 선임절차를 놓고 맞붙었다.

금융감독원은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강행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최흥식 금감원장은 20일 "(하나금융 회추위) 그 사람들이 (당국의) 권위를 인정 안 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당국은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가 사외이사를 임명하고 사외이사가 다시 CEO를 뽑는 방식이 '셀프 연임'이라며 현행 사외이사 선임 및 운영에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요원하다.

노조 부위원장이 우리사주조합장을 맡은 KB나 우리은행 등과는 달리 하나은행은 우리사주조합에 노조의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노조도 사외이사 추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의 우리은행 지분은 5.37%이며, 최인범 노조 부위원장이 조합장을 맡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은 지난해 말 공시를 통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향후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주주제안'으로 변경했다.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앉히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잔여지분 매각과 금융지주로 전환 등 우리은행 숙원사업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보고 있어 이들 과제가 끝나기 전까지는 사외이사 추천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과점 주주들이 추천한 5명 사외이사 임기가 올해 말까지여서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변경은 없을 전망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민상기, 손상호, 전홍렬, 정병욱 등 사외이사 4명 모두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다.

보험업계 사외이사도 대부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중효, 박영택, 하리 라잔, 황성식 사외이사 4명 전원 다음달 임기가 만료된다.

NH농협생명은 김대식, 임선빈, 오정규 이사 임기는 만료되고 지난해 4월 선임된 신경식 이사만 임기가 남았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은 각각 사외이사 5명 중 3명, 4명 중 2명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삼성화재는 사외이사 4명 중 2명, 현대해상은 4명 중 3명, DB손해보험은 3명 중 2명, KB손해보험 4명 중 3명의 임기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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