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분석] 도시바, 한미일연합과 오늘 계약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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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분석] 도시바, 한미일연합과 오늘 계약하나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7.09.21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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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형대 기자] 도시바(東芝)가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연합에 매각키로 결정, 정식계약이 임박했다고 일본언론들이 21일 전했다.

그러나 도시바메모리가 최종적으로 한미일연합 품에 안기기까지는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의 복잡한 소송전,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 주주 승인 등 예측불가능한 난관을 뚫어야 한다.

정식계약 시점과 관련 이날 아사히·산케이 신문은 "이르면 21일 중에라도 계약을 맺는다"고 보도했으나 니혼게이자이·마이니치 신문은 "근일중(가까운 시일 내에) 계약할 듯하다"고 전했다.

한미일연합에는 SK하이닉스나 도시바메모리의 주요 고객인 미국 애플도 자금을 대는데, 도시바도 3천505억엔을 출자해 매각 후에도 도시바메모리 경영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다수 언론이 보도했다.

2조엔(약 20조원)으로 알려진 인수자금 조달과 관련, 도시바를 포함해 SK하이닉스, 베인캐피털, 일본 호야(HOYA) 등이 9천600억엔을 대게 된다. 미국 애플, 델, 킹스턴 등도 4천400억엔을 투입한다.

세부 자금갹출 내역은 밀고당기기식 변화를 거쳐 추후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광학기기 제조업체인 호야 등 일본세력이 도시바메모리 경영의 의결권 가운데 과반을 쥘 방침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도시바메모리 매각계약 마무리까지는 WD의 소송전 남발 우려 등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개문발차(開門發車)식'의 불안한 형세이고, WD 소송 결과에 따라선 계약이 백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됐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당초 한미일연합에 참여, 도시바메모리 경영을 주도할 듯하던 일본정부계 펀드 산업혁신기구와 일본정책투자은행은 소송리스크를 피하고자 인수시에는 자금을 대지 않는다.

일본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두 기구는 WD 소송이 해결된 뒤에나 출자를 하기로 해 당분간은 도시바에 대한 출자분을 통해 의결권에 영향력을 유지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와 주력공장인 욧카이치공장에서 협업하고 있는 WD는 20일 코멘트를 내 "유감이다"며 도시바메모리 매각에 반대하는 소송전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 사진=도시바 광고탑.(연합뉴스 제공)

특히 추가 소송도 제기하며 더 강경해진 모습을 보였다. WD는 미국 서부시간 20일 도시바가 진행하는 반도체메모리공장 증설투자를 중지하라며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ICA)에 소를 제기했다.

앞서 지난 5월에도 WD는 도시바반도체 매각 중지를 요구하며 ICA에 제소한 바 있다. 법적인 대항조치로 철저항전을 계속해 한미일연합에 대한 매각을 뒤흔들어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 한미일연합에 동종 업체인 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어 중국을 포함한 각국의 독점금지법 심사가 장기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SK가 장래에 출자하게 되면 잠재적으로 의결권을 갖게 되는 것으로 비쳐지기 때문에 독점금지법 심사가 장기화되게 된다"고 전망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도시바는 일본의 회계연도 말인 내년 3월말까지 매각절차를 모두 마쳐 7천400억엔의 매각이익을 얻으려 하는데, 독금법 심사가 지연될 경우 채무초과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상장이 폐지된다.

도시바 주주들로부터 승인을 얻는 것도 남은 과제다.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음달 하순에 잡혀있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NHK가 전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도시바메모리의 '장래 경영 주도권 쟁탈'이 벌어질 수도 있다. 도시바가 WD와 대립을 해소해도 산업혁신기구 출자 등 일본세력이 경영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등 불투명 요소가 많다.

이와는 별도로 도시바는 도쿄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업으로서 적정한지 심사도 받고 있다. 회계조작으로 2015년 9월 '특설주의시장종목'으로 지정받아 내부관리체제 개선을 명령받았기 때문이다.

도교증권거래소는 개선 상황을 보면서 이르면 올 연내에라도 판단을 할 전망이다. 상장폐지를 피할 경우라도 도시바메모리의 본체인 도시바가 가야 할 길은 가시밭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내다봤다.

도시바메모리는 도시바 경영이익의 90%를 창출하는 핵심 수익원이다. 가전사업이나 의료기기는 이미 매각해버렸고 인프라, 엘리베이터, 원자력발전소 폐로 사업 등은 수익력이 약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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