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북한인권' 급부상…외교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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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서 '북한인권' 급부상…외교격돌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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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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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외교수장 '北인권회의' 참석…북한 리수용 '정면돌파' 시도
미국 核·인권 '양갈래' 접근…수위조절 꾀하며 대북압박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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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개막되는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격돌이 예상된다.

특히 유엔총회 기간 사상 최초로 열리는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에 한·미 외교수장이 직접 참석하고, 이에 맞서 북한은 리수용 외무상을 보내 정면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여 근래 보기 드문 공개적 외교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는 올해 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나온 이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가 고조된 상황에서 남북한 외교수장이 전면에 나서는 외교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대외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하는 점에 워싱턴 외교가는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 미국 '북한인권' 이슈 부각…대북정책 틀 변화 주목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미국의 변화된 기류는 지난달 13일 케리 장관이 "북한의 강제노동수용소(gulag)를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하면서 감지됐다.

북한이 아킬레스건으로 여기는 강제노동수용소 문제를 미국 국무장관이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변화가 포착된 것은 지난 4일 시드니 사일러 신임 6자회담 특사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발언에서 드러났다. 사일러 특사는 북한 인권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하며 "핵문제와 인권문제는 상호배타적이거나 모순적인 정책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두가지 어젠다를 '투트랙'으로 가져갈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미국이 그동안 뒷전으로 미뤄놓았던 북한 인권을 '무게감있게' 취급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초 COI 보고서가 나온 이후 워싱턴 조야의 기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 인권활동가 그룹, 유엔 기구에서 잇따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모종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 것이다.

북핵문제가 아무런 출구없이 장기교착돼있는 점도 미국이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특히 이번 유엔총회에서 COI 보고서 내용이 재조명되고 대북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으로서도 정책적 대응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케리 장관이 총회기간 부대행사로 열리는 북한인권 고위급 회의에 직접 참석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 내 억류자 3명의 석방을 놓고 북·미간의 협상이 순조롭지 못하게 돌아가면서 미국이 인권이슈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북한이 미국인을 억류해 인간 노리개들로 활용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적극적 공조를 취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9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 직후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유엔 총회 등 주요한 일정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케리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유럽 주요국들의 장관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회의에서 윤병세 외교장관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분명하다고 단호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24일로 예정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 통일구상을 설명하면서 북한에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 코너에 몰린 북한, 리수용 앞세워 '정면돌파'

북한은 이번 유엔총회를 무대로 인권문제에 대한 조직적 반박전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북한이 13일 방대한 분량의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일종의 '예고편'이다. 보고서의 골자는 북한의 인권보장제도 속에서 주민들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충분히 보장돼있다는 것이다. 총회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한 북한의 반박 논리를 총정리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이번 총회에서 COI 보고서 내용이 중점 논의되고 대북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잖아도 외교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이번 총회가 북한인권 문제를 비난하는 결의안까지 내놓을 경우 헤어나오기 힘든 궁지에 몰려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리수용 외무상을 총회에 출석시켜 정면돌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리 외무상은 27일께 총회에서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인권문제 제기를 '체제 전복기도'라고 비판하면서도 국제기구의 문제제기는 대화로 응한다는 '분리대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를 발표한 날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대화'에도 언제든지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이미 확립된 국제사회의 컨센서스를 되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보인다는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 북한인권 부각시 남북·북미관계에 영향…수위조절 가능성

북한인권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고 외교적 대결이 전개될 경우 조심스럽게나마 변화 가능성이 점쳐지던 남북·북미관계에는 부정적 여파가 끼쳐질 공산이 커보인다.  

북한이 가장 피하려는 이슈를 다루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대화의 여지'가 차단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이는 한국과 미국이 각각 또는 공동으로 정책목표를 추구하는데 있어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고 예기치 못한 도발이 초래될 경우 한반도 주변정세가 또다시 긴장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한내 미국인 억류자 세명을 어떤 식으로든 풀어내야 하는 정치적 부담도 크다. 북한인권이 새로운 초점으로 부상할 경우 중국 등의 이탈로 인해 북한 비핵화를 유도해내려는 공조전선도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한국과 미국이 지나치게 북한인권 문제를 부각시키기보다는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하나의 유효한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북한인권 문제를 자국 납북자 문제와 적극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총회에서 어떤 식의 외교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 일본 납치문제담당상은 10일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북한은 무고한 일본인들을 강제로 납치했고 이는 심각한 주권침해이자 테러와도 같다"며 "일본은 한국에 설치될 북한인권 현장사무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며 납북 일본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의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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