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한미 FTA 폐기하면 미국 업체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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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한미 FTA 폐기하면 미국 업체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 김정미 기자
  • 승인 2017.07.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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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정미 기자]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위해 요청한 특별공동위원회와 관련, "한미 FTA를 하루아침에 폐기하면 미국 업체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한구 통상정책국장은 이날 세종시 산업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이 개정 협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이 FTA를 폐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한미 FTA는 미국 업계에 굉장히 중요한 협정"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여 국장은 "양국이 개정 협상 개시를 결정하려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만나서 논의하는 것은 자유롭게 하지만 공동위 의사결정은 합의(컨센서스)로 한다고 협정문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동위 개최 요구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며 "시나리오별로 다 준비돼 있고 너무 성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 사진=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한미FTA 개정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 요청과 관련해 브리핑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다음은 여 국장과의 일문일답.

--공동위 개최 요구에 응해야 하나.

▲한미 FTA는 어느 일방이 공동위 개최를 요구하면 다른 일방이 당연히 응해야 한다. 공동위는 1년에 한 번 하는 정규회기 외에 이번에 요청한 특별회기가 있는데 특별회기는 이번에 처음 개최되는 것이다. 일단 만나서 논의하는 것까지는 의무사항이다.

--공동위 개최가 개정 협상 시작을 의미하나.

▲공동위 개최만으로 개정 협상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개정 협상을 요청했으니 우리가 거부를 못 한다고 이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틀리다. 개정 협상은 양측이 공동위에서 합의해야 가능하다. 공동위 의사결정은 합의(컨센서스)로 한다고 명확히 규정돼 있다.

--언제 개최하나.

▲기본적으로 요청 후 30일 이내에 해야 하지만 다른 사정이 있어서 양측이 합의하면 그 전이나 이후에도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정부조직법을 개정 중이며 이에 따라 우리측 공동의장인 통상교섭본부장이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 측에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설명하고 그런 범위에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일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개정 협상을 하려면 국회 승인이 필요한가.

▲통상절차법에 따라 양측이 개정 협상에 합의할 경우 우리 정부는 개정 협상의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고 공청회를 개최해야 한다. 산업부 장관은 통상조약 체결계획을 수립하며 체결계획은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한다.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은 없고 통상조약 체결계획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정부는 미국의 개정 협상 개시 요구를 거부한다는 입장인가.

▲미국이 우려하는 게 무엇인지, 미국이 어떤 부분의 개정을 원하는지, 이런 것들을 개정 아니고서도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예를 들어 이행 과정의 개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아직 불명확한 게 많다. 직접 만나서 이런 부분을 전문가가 서로 협의하고 논의하기 전에는 단정적으로 예단하기 어렵다. 양국의 이익균형에 맞게 문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 반드시 개정 통해서만 해야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앞으로 절차는.

▲ 공동위 개최에 앞서 의제나 개최 시기, 장소 등 여러 가지 실무적으로 협의할 게 많다. 조속한 시일에 국장급 관계관이 미국에 가서 무역대표부와 공동위 개최를 위한 여러 세부 이슈를 조율할 계획이다.

--협정문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인가.

▲그렇지 않다. 정부는 개정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해왔다. 정부의 기본 인식은 한미 FTA가 상호호혜적이며 양국 기업도 그걸 인정하고 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FTA를 크게 흔들기를 바라지 않는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이해 부분을 개선할 필요는 있어도 재협상은 원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혔다.

한국 정부는 객관적인 데이터로 볼 때 양국이 FTA 5년간 상호호혜적으로 혜택을 입었고 양국 기업인들도 FTA를 지지하고 굉장히 유용한 협정으로 평가한다. 무역적자 원인이 FTA에서 비롯됐는지 아니면 다른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시·거시 경제적 원인인지 전문가가 면밀히 조사, 분석, 평가하는 게 급선무다.

--미국의 일방적인 FTA 폐기도 가능한가.

▲협정문 25.5조 2항에 폐기 관련 규정이 있다. 협정 종료를 희망하는 당사국은 언제든지 협정 종료 의사를 상대국에 통보할 수 있고 이 경우 통보일로부터 180일 되는 시점에 협정이 종료된다. 하지만 이건 법률 규정이고 양국 업계가 폐기를 원하지 않고 폐기될 경우 미국이 손해다라는 부분을 당당히 설명할 생각이다.

--미국의 요구가 갑작스러운데 한미 정상회담 후속조치인가.

▲정상회담 이후 미 백악관 부대변인이 조만간 무역대표부에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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