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파운드리 사업 강화로 4차 산업혁명 대비한다
상태바
삼성·SK, 파운드리 사업 강화로 4차 산업혁명 대비한다
  • 한승호 기자
  • 승인 2017.06.07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한승호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제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강화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급팽창할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처방으로 풀이된다.

▲ 사진=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포럼'.(연합뉴스 제공)

◇ 파운드리에 투자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2일 반도체 사업부인 DS(부품) 부문 내에 '파운드리사업부'를 신설했다. 지금까지 시스템LSI사업부 내 한 팀이었던 파운드리 조직을 독립적인 사업부로 격상시킨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파운드리 포럼'이란 행사도 열고 있다. 주요 파운드리 고객이 있는 미국과 중국, 한국에서 파운드리 사업자로서의 기술력과 계획 중인 향후 기술 로드맵 등을 고객들한테 설명하는 자리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개최한 파운드리 포럼에서 반도체 미세공정을 2020년까지 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낮추겠다는 계획 등을 발표했다.

 반도체 기술력의 대표적 척도인 미세공정에서 가장 앞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다.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세계 1위이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점유율 6%가 채 안 되는 4위 업체인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이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상승하고 있다. 10㎚ 공정부터 경쟁사인 대만의 TSMC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앞서가기 시작한 공정 경쟁력과 향후 과감하게 진행할 투자에 힘입어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는 한술 더 떠서 지난달 24일 100%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신설하고 여기에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된 자산 일체를 넘겼다. 파운드리 사업을 분사한 것이다.'

▲ 사진=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제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강화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급팽창할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처방으로 풀이된다.(연합뉴스 제공)

◇ IoT·인공지능 시대…파운드리 시장 만개할 듯
파운드리란 반도체 설계업체로부터 설계도를 건네받아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설계만 하는 업체를 팹리스(fabless), 제조만 하는 업체는 파운드리라 부른다. 전문 역량에 집중하는 일종의 분업 구조인 셈이다.

파운드리가 주목받는 것은 4차 산업혁명으로 만개할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등의 신기술이 모두 반도체와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IoT의 경우 웨어러블 기기 등 모든 사물을 연결하려면 초경량 통신용 시스템반도체와 센서가 필수적이다.

빅데이터와 관련해선 데이터의 절대량이 급증하면서 메모리반도체의 주 수요처가 스마트폰에서 빅데이터(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AI는 IoT나 빅데이터로 연결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가 통합된 두뇌 모방형 반도체가 쓰일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전망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이에 따라 IoT 반도체 시장의 경우 2015년 129억 달러에서 2020년 434억 달러, 빅데이터 반도체 시장은 같은 기간 333억 달러에서 609억 달러, AI 반도체 시장은 74억 달러에서 182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C인사이츠도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가 IoT와 빅데이터, AI 분야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하며 2015년 3천473억 달러에서 2020년 4천465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시장의 주력 성장엔진도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가전, 스마트공장 같은 IoT, 그리고 첨단기술의 총아인 자율주행차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 사진=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제히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 강화에 나섰다.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급팽창할 파운드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처방으로 풀이된다.(연합뉴스 제공)

가트너는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 수가 2015년 49억 대에서 2020년 250억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측했다. IHS마킷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2015년 300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433억 달러로 5년 새 1.5배로 커질 것으로 봤다.

주목할 점은 이런 변화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에서 투자 비용 절감 등을 위해 설계와 생산을 따로 하는 분업화가 촉진되고, 응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다품종-소량 생산' 체제가 확산할 것이란 점이다.

이는 곧 파운드리 시장의 활성화를 뜻한다. 파운드리가 다품종-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생산 방식이기 때문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해 파운드리와 종합반도체 회사(설계와 생산을 두루 하는 반도체 회사)를 합친 전체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570억5천만 달러였다.

하지만 5년 뒤인 2021년이면 819억3천만 달러로 43.6% 커질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도 이런 흐름을 읽고 3월 시스템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당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확보한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토대로 시스템반도체 분야 집중 육성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우리나라가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사업 강화는 당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대응 성격도 크다.

IoT나 자율주행차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얘기라면, 스마트폰은 현재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렌 젤리넥 IHS마킷 반도체 담당 전무는 "가까운 미래에 IoT나 자동차가 파운드리 시장 성장을 이끌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파운드리 시장의 매출 원동력은 여전히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파운드리 사업 강화는 당장엔 모바일 시장에 대응하면서 미래 먹거리인 IoT,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비하는 사전포석인 셈"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