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인터뷰]형제의 나라, 한국-터키 "더 가까워 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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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인터뷰]형제의 나라, 한국-터키 "더 가까워 질 것"
  • 피터 조 기자
  • 승인 2017.03.29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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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스란 하칸 옥찰 주한터키대사.

 [코리아포스트 피터 조기자]옥찰 대사는 양국 관계를 발전시킨 역사적 순간들을 살피며 과거를 거울 삼아 현재를 비추고, 앞으로 펼쳐질 양국의 미래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한국과 터키가 형제국가로 성장해온 지난 60년 간 한·터키 관계를 한 단계 발전시킨 역사적 순간들을 꼽는다면?

1950년 터키의 한국전쟁 참전, 1999년 터키 강진,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이다.

터키군은 한국전쟁에서 최전방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한국 방어를 위한 전투를 치렀다. 수백 명이 전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큰 의미는 터키군이 전쟁고아들을 돌보았던 사실이다. 1952년에는 경기도 수원에 '앙카라학교'가 설립됐다.

전쟁으로 시작된 양국의 우호관계는 지난 1999년 터키에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2~3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재난에서 다시 빛을 발했다. 금융위기를 겪었던 한국정부에서 많은 금액을 원조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지식인들과 지도자들이 터키를 위한 모금운동을 펼쳐 기금을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한·터키 친선협회(Turkey-Korea Great Friendship Association)'가 생겼다.

그리고 빠트릴 수 없는 기억은 '2002 한·일 월드컵’ 준준결승전. 바로 터키와 한국의 3, 4위 결정전이다.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경기에서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상대국인 터키를 위해 대형 터키국기를 흔들며 홈팀에 못지 않는 응원을 보내줬다. TV중계를 통해 그 모습을 터키에서 지켜본 터키인들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 지난해 12월 한국과 터키가 협력해 건설한 ‘유라시아 해저터널’이 개통됐다. 양국의 인프라 협력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평가는.

지난 1월 유라시아 터널을 지나갈 기회가 있었다.
해저 100m 터널을 통과해 다른 대륙에 도착하게 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스탄불은 잠들지 않는 도시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도시다.
하지만 도시를 연결하는 교량은 3개뿐이고 운영이 자주 중단돼 교통이 많이 불편했다. 물론 지하철과 연락선이 있지만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들은 대부분 다리를 선택한다.

유라시아 터널이 개통된 후 도로상황이 달라졌다. 2시간 넘게 걸리던 출퇴근 시간이 30분 이내로 단축됐다.

- 지난 16일 터키정부는 한국 건설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차나칼레 1915교'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차나칼레 1915교'는?

'차나칼레 1915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가 될 것이다.
 '차나칼레 1915교'는 길이 2,023m으로 현재 1위는 일본의 '아카시 해협 대교(1,990m)'를 넘어선다. 기둥도 300m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차나칼레 1915교'의 건설 현장은 까다로운 조건을 가졌다.
겨울에는 강풍과 눈보라가 심하고 지진활동도 잦다. 리히터 규모 5의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현수교가 이를 버틸 만큼 튼튼해야 한다.

한국의 SK, 대림과 터키 측 리막(Limak), 야피 머르케지(Yapi Merkezi)로 구성된 국제 컨소시엄이 최첨단 현수교를 완벽하게 완공할 것으로 믿는다. 양국의 전문가들이 선보일 걸작을 기대해본다.

- '차나칼레 1915교'가 개통하는 2023년은 터키 공화국 수립 100주년이다. 현 터키 정부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의 과제는.

터키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터키와 유럽은 서로를 외면할 수 없는 관계다. 키프로스 분쟁의 후유증을 앓고, 미국의 금수조치를 겪기도 했다.

세계지리를 바꿀 수 없듯이 한 국가의 성향도 쉽게 바꾸기 힘들다. 앞으로 더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고 협력의 폭도 넓혀야 한다.

현재 유럽에는 터키인 5백만 명이 거주한다. 독일에만 3백만 명이 넘고 프랑스에는 50만 명, 네덜란드에는 40만 명, 오스트리아에는 3~40만 명이 살고 있다.

- 한국에는 1천명의 터키인이 거주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터키인 수가 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1천명의 터키인 가운데 절반이 학생이다. 외교관으로서 대학 캠퍼스를 자주 방문하는 편인데 특히 카이스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 대학 간 기술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올해 한국어가 터키 교육과정에서 제2외국어로 선정돼 내년부터 교과목으로 한국어를 배울 수 있다고 들었다.

터키에서 영어는 필수과목이고, 때로는 독일어와 프랑스어도 기본과목으로 들어간다. 내년부터 일부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개설될 예정이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성공적인 이미지가 한 몫을 한다. 특이 젊은 세대는 한국 문화에 열광한다. 한류의 영향도 있지만 인터넷 덕분에 모든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시대에 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 한국과 터키는 스포츠교류도 왕성하다. 페네르바체(터키 여자 프로배구팀) 소속 김연경 선수의 활약이 대단하다. 보다 활발한 스포츠교류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마침 어제 저녁 김연경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페네르바체 경기를 보게 됐다. 김연경은 터키어도 꽤 잘 하고 현지인 친구들도 많다고 들었다.

이스탄불에는 베시크타스, 갈라타스레이, 페네르바체 등 3개의 팀이 있다. 매주 일요일이면 팬들은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으로 향한다. 18세기부터 경쟁구도가 형성돼 있는 팀들이라 팬들도 그만큼 열정적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축구선수들의 교류도 많았다. 한국에서 활동한 터키 선수들도 상당수가 있고 한국의 이을용은 월드컵 직후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 진출했다.

스포츠 분야에는 아직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양국은 지난 60년 동안 인프라, 교육,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관계를 발전시켰다. 향후 60년 양국 관계를 내다본다면.

향후 60년은 한층 더 가까워질 것이다.
한국과 터키는 (지리적으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외교·국방 분야 협력은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방위산업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한국, 터키, 멕시코, 인도네시아, 호주가 참여하는 국가협의체 '믹타(MIKTA)' 같은 경우 외교 분야의 유망주로 주목 받고 있다.

터키는 탄탄한 인프라를 비롯해 고급 인력, 지리적 편리성을 갖췄다. 유럽 국가들과 관세 면제 혜택도 받게 된다. 그래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터키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 올해 터키 대사관이 이전한다고 들었다.

주한 터키대사관은 지난 18년 동안 머물렀던 용산을 떠나 오는 5월 중구로 이전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터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양국 대표들이 함께 모이는 자리도 마련될 예정이다.

-5월부터는 '한·터키 문화의 해'를 기념해 여러 행사들이 열린다. 어떤 행사들이 준비되어 있는가.

2017년은 양국에게 특별한 해가 될 것이다.
터키에서는 '터키 내 한국의 해', 한국에서는 '한국 내 터키의 해' 행사가 열린다. 양국 대사관은 5월부터 연이어 콘서트, 음식축제, 심포지엄, 예술공연, 전시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한·터키 동맹관계'를 3개의 단어로 표현한다면?'

'형제국가', '사회·문화적 친밀감', '중견국가 간 동반관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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