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여행]탁류’ 따라 근대 문화도시 군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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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여행]탁류’ 따라 근대 문화도시 군산여행
  • 김정숙 기자
  • 승인 2017.03.1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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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근대역사관 3층에서 탁류의 주요한 배경인 미두장을 비롯 일제강점기 군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코리아포스트 김정숙 기자]“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黃海)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채 얼러 좌르르 쏟아져 버리면서 강은 다하고, 남쪽 언덕으로 대처(大處: 市街地)하나가 올라앉았다. 이것이 군산(群山)이라는 항구요, 이 얘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군산 출신의 작가 채만식(1902~1950)의 장편소설『탁류』의 첫 장면이다. 탁류는 채만식이 1937년부터 동아일보에 게재한 소설로, 배경이 되는 곳이 바로 일제강점기 군산이다. 군산은 1899년 일제에 군산항을 개항한 이후 해상무역항으로 번성했다. 군산에 비교적 많은 근대문화유산이 남은 까닭이다.

그러나 해방 이후 군산내항은 토사매몰이 심화되어 점차 항만기능이 상실되었고, 이후 군산 원도심의 인구가 74% 감소하는 등 군산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군산이 지역문화유산을 활용하여 근대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 국토교통부는 군산시와 협력, 도시재생선도사업을 추진한 결과 4년 만에 관광객이 약 5배 증가하고, 신규창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군산의 흔적이 도시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채만식의 탁류에 등장하는 장소를 따라 근대 군산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군산근대역사관 3층에서 탁류의 주요한 배경인 미두장을 비롯 일제강점기 군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미두장은 군산의 심장이요, 전주통(全州通)이니 본정통(本町通)이니 해안통(海岸通)이니 하는 폭넓은 길들이 대동맥이다. 이 대동맥 군대군대는 심장가까이, 여러 은행들이 서로 호위하듯 옹위하고 있고, 심장 바로 전후좌우에는 중매점(仲買店)들이 전화줄로 거미줄을 쳐놓고 앉아있다.”

탁류의 이야기는 미두장에서 시작된다. 여주인공 초봉의 아버지는 미두장에서 미곡을 투기하다 가산을 잃기 십상이다. 채만식은 이러한 미두장을“군산의 심장”이라고 했다. 1932년 문을 연 군산의 미곡취인소(속칭 미두장)는 현재의 미곡•대두와 같은 농산물의 선물거래가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군산근대역사관 3층에서 미두장을 비롯 인력거조합, 잡화점, 고무신상점, 술도매상, 토막집 등 재현된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군산의 근대건축박물관에서 근대 군산의 건축물과 관련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근대역사관, 근대미술관을 비롯 군산항과 진포 해양테마공원까지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그때 마침 ××은행군산지점(××銀行群山支店)의 당좌계(當座係)에 있는 고태수(高泰洙)가, 잠깐 다니러 나왔는지 맨머리로 귀 위에 철필대를 꽂고 슬리퍼를 끌고 미두장 앞을 지나다가 싸움 열린 것을 보더니 멈칫 발길을 멈춘다.”

여기서 등장하는 은행이 바로 탁류의 등장인물 고태수가 다녔던 조선은행 군산지점이다. 일제강점기 군산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이었다. 고태수가 근무했던 조선은행 건물은 그대로 남았다. 이후 예식장, 나이트클럽 등으로 사용되었으나, 2013년 근대건축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건물 자체도 일본인 건축가의 손에 지어진 것으로 근대 군산의 건축물과 풍경, 조선은행과 화폐의 역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백마강은 공주 곰나루(熊津)에서부터 시작하여 백제(百濟) 흥자취를 더듬어 흐른다. 풍월도 좋거니와 물도 맑다. … 강경에 다다르면 장꾼들의 흥정하는 소리와 생선 비린내에고요하던 수면의 꿈은 깨어진다. 물은 탁하다. 예서부터가 올케 금강이다. 향은 서서남(西西南)으로 밋밋이 충청전라 양도의 접경을 골타고 흐른다.”

탁류(濁流)에서 말하는 탁한 물줄기가 바로 금강이다. 채만식이 묘사한 일제강점기 금강하구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지만, 1990년대 금강하구에 하구둑이 건설된 이후 현대화 된 금강의 모습은 살펴볼 수 있다.

금강 하구둑은 바로 옆 철새도래지와 함께 관람객을 끌던 곳이지만, 철새도래지는 현재AI의 여파로 문을 닫은 상태다. 하지만 바로 옆 금강생태공원과 하구둑 관광지에서 금강과 금강갑문의 고즈넉한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군산시는 2008년부터 도시재생선도사업과 함께 근대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관광마케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봄 탁류를 따라 군산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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