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북한인권법 제정 1주년…북 인권 환경과 정책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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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북한인권법 제정 1주년…북 인권 환경과 정책방향
  • 김영복 기자
  • 승인 2017.03.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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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복 기자]북한인권법이 지난 3일로 제정 1주년을 맞이했다. 이 법을 근거로 2016년 9월 13일 외무부에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가 임명됐다. 9월 28일에는 통일부 내에 북한인권기록센터가 현판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으며, 10월 10일에는 법무부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설립됐다.

올해 1월 24일에는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 위촉식을 갖고 제1차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활동을 시작했다. 북한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조성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가시적인 북한인권 개선 성과를 거두고 북한인권법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연대해 꾸준하고 일관된 북한인권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북한인권 상황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에 대한 보다 정교한 대응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2016년 3월 21일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하면서 책임규명에 관한 독립전문가(independent experts on accountability)를 임명할 것을 유엔인권최고대표에게 요청했다.

이 결의에 따라 임명된 두 명의 책임규명 독립전문가 그룹(소냐 비세르코, 사라 후세인)은 지난 2월 13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 고위급 위반자들의 ICC 회부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의 ICC 회부 논의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지난 2월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정부 고위 관리로는 이례적으로 북한 인권 상황의 ICC 회부를 언급했다.

이 같은 국내외의 기조는 향후에도 지속,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 반한 죄를 위반한 북한 지도부의 ICC 회부를 위해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하는 인권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협력해 북한인권침해 사례를 조사, 보관하고 재판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엔인권기구 서울사무소와의 협조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

둘째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남북대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장기 차원의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북한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1년간 두 차례의 대북제재결의(2016. 3. 3 결의 2270, 2016. 11. 30 결의 2321)를 채택했다.

미국은 대북제재법에 따라 북한인권 관련 제재 명단을 두 차례(2016. 7. 7, 2017. 1. 11) 발표했다. 북한 핵·미사일로 인한 대북제재와 북한인권 문제가 결합되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도 새로운 양태를 나타내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권문제 제기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던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설립 이후 공세적인 대응으로 전환했다.

대표적으로 북한은 2016년 11월 23일 조선인권연구협회를 통해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11월 15일 채택한 북한인권결의를 강력 비난하면서 이례적으로 철회를 요구하는 공개질문장을 유엔에 발송했다. 북한은 체제유지와 많은 관련이 있는 자유권 분야에 있어서는 반발하지만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 분야에 있어서는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천명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면 북한은 2016년 4월 11일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2·3·4차 통합보고서를 제출했고, 2016년 4월에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아동권리협약 제5차 및 제6차 통합보고서를 제출했다. 같은 해 11월 23일에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했다. 모자보건, 의료, 장애인 지원 등 남북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부터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한의 접촉면을 확대함으로써 대북제재와 북한인권 개선을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셋째, 새로운 북한인권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에 대한 대응은 기존 북한인권 및 해외 탈북민 문제와 비교했을 때 두 가지 차원의 질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하나는 노동 및 이주문제가 북한인권 문제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국제노동기구(ILO)와 ILO가 채택한 협약 및 권고는 그 동안 북한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는 규범적인 측면에서 국제노동기구의 노동기준과 분쟁해결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또한 유엔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의 북한 해외노동자에 대한 적용 문제도 깊이 있는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지리적인 범위의 확대다. 기존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 내의 인권문제와 중국 내의 탈북민 문제가 주류를 이뤘다.

이에 비해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는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까지 북한인권 문제의 지리적 범위를 확대했다. 북한 해외노동자가 파견돼 있는 국가는 20∼40여 개국으로 적게는 5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명 정도가 파견돼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이 국가들의 ILO 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파악과 양자·다자 차원의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북한인권재단이 조속이 설립돼야 한다. 북한인권법 시행이 6개월을 경과했지만 북한인권재단은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은 북한인권 문제 조사·연구, 북한인권 개선 활동을 위해 시급하다.

앞에서 언급한 ICC 회부를 위한 증거조사 관련 연구활동,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의 남북인권대화와 북한 인권 개선 방안, 북한 해외노동자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 마련 등은 모두 북한인권재단이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들이다.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재정적 지원과 역량 강화 방안,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외부 정보 및 문화의 북한 유입에 대한 실효적인 방안도 북한인권재단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

북한인권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 문제에 더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 방안, 사회통합을 위한 진실화해 방안도 북한인권재단을 통한 본격적인 논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의식 변화에 대한 조사·연구,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북한인권 의식 개선 활동도 꾸준히 전개돼야 한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이후의 북한장애인정책도 북한인권재단의 활동 범위에 포함돼야 한다.

글쓴이: 이규창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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