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해진 주택대출 심사 1년…은행 가계대출 증가세 꺾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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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해진 주택대출 심사 1년…은행 가계대출 증가세 꺾여
  • 정상진 기자
  • 승인 2017.02.0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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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정상진 기자] 주택담보대출 때 소득심사를 깐깐하게 하는 내용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은행권에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돈을 빌리고 처음부터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한 이 제도가 도입된 첫해 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율이 둔화하는 등 어느 정도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은 10.8% 증가했다. 2015년(14.0%)과 비교하면 3.2%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가계부채 증가 액수로 따져도 2015년 78조2천억원에서 2016년 68조8천억원으로 9조4천억원 감소했다.

은행들은 올해 증가율은 6%대로 더 낮추겠다는 목표치를 금감원에 제출한 상태다.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 효과로 가계부채가 급속히 불어나자 정부는 지난해 2월 수도권부터 시작해 5월부터는 전국 은행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진 '가계부채 조이기'의 첫걸음이었다.

도입 초반에는 정부 대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았다.

지난해 3∼6월 3개월 간 가계부채는 33조6천억원 늘었는데, 이는 증가폭으로는 2015년 4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였다.

주택시장 호황으로 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은행권의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이 가계대출 급증세를 이끌었다. 작년까지 집단대출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대출 증가세가 어느 정도 꺾이기 시작한 것은 8·25 가계부채 종합대책, 11·3 부동산 대책이 연달아 발표돼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식은 지난해 11월부터다.

금융당국은 올해 은행권 가계부채 증가율을 6%대에서 관리하고 2018년에는 경상 성장률 수준으로 낮춰 연착륙시킨다는 계획이다.

▲ 사진=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연합뉴스 제공)

금융권의 대출 심사 강화가 아니더라도 금리 인상, 부동산 시장 둔화로 가계부채가 예전처럼 급속하게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처음에는 은행권 일반 주택담보대출에만 도입됐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은 보험(2016년 7월)→집단대출(2017년 1월)→상호금융(2017년 3월) 순서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농협·수협·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오는 3월 13일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한다.

상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한 소득 증빙이 대폭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넘는 대출은 분할상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사각지대'를 계속해서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에 깐깐해진 은행권 대출심사를 넘지 못한 자영업자 등이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의 문을 두드리면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금융권 부채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중반부터 은행권 대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등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저축은행, 캐피탈, 카드사 등 여전히 적용 대상에서 빠진 부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은행의 DNA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담보 위주 대출 관행, 이자만 꼬박꼬박 내면 된다는 식의 인식이 바뀌기 전까지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상당 기간 규제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출을 계속해서 조이면 서민들의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서민에게 돈을 쉽게 빌려줘 부채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보다는 복지 확대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올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LTV·DTI 규제 완화 연장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LTV·DTI에 크게 연동된다"며 "오는 7월 연장이 결정된다면 가계부채 증가 폭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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