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서운 ‘기부 한파’ 녹일 당신의 온정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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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매서운 ‘기부 한파’ 녹일 당신의 온정이 필요
  • 김정숙 기자
  • 승인 2016.12.13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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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포스트 김정숙 기자]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는 2015년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60%)은 기부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왜 기부를 하는가에 대해선 ‘어려운 때일수록 더욱 나눠야 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53.8%, 복수응답)’이란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기부가 주는 심리적인 만족감이 크기 때문(52.7%)’, ‘주변 사람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40.4%)’이란 답이 뒤를 잇는다.

최근 보기 드문 경기불황, 청탁금지법, 시국상황 등으로 인한 ‘기부한파’를 겪고 있다.

모금가들의 심리 상태를 엿보기 위해 한국기부문화연구소에서는 지난 몇 달 동안 여러 곳에서 진행했던 모금가 교육 때 기부자가 기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물어본 데이터를 보니, 200명의 응답자 중 70%가 청탁금지법과 최근 국내정치 상황으로 인해 금년도 모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청탁금지법 이전엔 기부하지 않는 여러 이유 중 모금가는 38% 정도가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대답이 1위 이었고, 비기부자는 47%가 “경기 불황 또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라고 대답한 자료가 이미 있었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실행 이후엔 모금가는 57%가 “청탁금지법 때문에”라고 했고, 비기부자는 45%가 “청탁금지법”이라고 이유를 댔다.

최근 시국상황 이후에는 모금가의 70%가 “국정혼란 때문”이라고 말하고, 비기부자는 50%만 “국정혼란”을 첫째 이유로 들었다.

최대 20%의 체감온도 차이가 있다. 이러한 모금가와 기부자간 기부체감온도 차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으로 요청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모금이 안 되어도 충분한 이유가 되어 모금실적 부진을 외부 환경 탓으로 정당화하려는 여지를 주게 되어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

연말이 되면 모금기관들의 적극적인 요청이나 캠페인이 숫자 상 증가하므로 기부금이 늘기 마련이다.

모금가와 기부자간에는 기부동기에 대한 견해 차이(보통 10%)는 늘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 경우처럼 20% 정도의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모금담당자들이 사실 보다 필요이상의 과민반응으로 패닉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미디어나 모금가들은 기부홍보에 대한 딜레마를 겪고 있다.

기부금이 잘 들어 오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면 ‘내가 안 해도 남들이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고, 반대로 기부금이 안 들어 온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하면 ‘남들이 안 하니 나도 안 해도 될 이유가 충분하다’라는 ‘자선의 면죄부’를 주게 되어 원치 않은 딜레마에 빠진다.

일반인은 불우 이웃을 보고 기부를 하는 것과 불의를 보고 거리에 나서는 행위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동일시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전체 기부총량의 불변 법칙에 의해 한해 동안의 총량은 거의 비슷하게 집계가 된다. 그래서 이번 사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사태가 마무리되면 정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본다.

다만 미국의 경우엔 스캔들이나 사태가 있으면 일년이나 일년 반 뒤에 영향을 미치는 시간 차이가 있으나, 한국의 경우는 바로 영향을 미치기에 계획 없이 감정에 의해 기부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행복지수와 기부문화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둘 사이를 원인과 결과가 분명한 인과법칙이 아닌, 확률을 중시하는 양자물리학에 비유한다.

일반적으로 봉사하며 사는 사람은 삶에 대한 만족감이 더 크고, 더 건강하며, 더 오래 산다고 한다. 심지어 그런 이성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따뜻한 마음은 우리의 본성 안에 있는 것이다. 행복해서 기부하는 것인지 기부가 행복을 불러오는 것인지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기부를 통해 기부자와 수혜자 그리고 모금자 모두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이런 행복감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실제로 결과는 아직 2016년이 끝나지 않아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하고 ‘막판 뒤집기’를 기대해 본다.

글쓴이:  비케이 안 (한국기부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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