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금리 상승 전망…금융당국, 신속 위기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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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금리 상승 전망…금융당국, 신속 위기 대응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11.1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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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금리 상승을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에 금융당국도 신속한 위기 대응에 나섰다.

시장금리 상승은 결국 가계부채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당국은 제2금융권을 포함해 전방위로 가계부채 관리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3일 "최근 글로벌 장기채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선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 각 금융사가 내부 리스크관리 계획의 재점검에 나서도록 했다"고 말했다.

장기채란 주로 만기가 10년 이상 되는 채권을 말한다.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업의 투자의사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경제변수다.

금융기관의 자산·부채 관리에서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리스크관리 측면에서도 장기채 금리는 중요하다.

장기채 발행에 자금조달을 상당 부분 의존하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금리가 오를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 달 전인 10월 중순만 하더라도 1.7~1.8% 수준이었으나, 한 달 만에 2.1%대로 뛰었다.

2013년 '테이퍼 텐트럼' 이후 10년물 금리가 3%대로까지 뛰기도 한 만큼 주기적인 순환 패턴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지난 10년간의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지난 8일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현재 진행되는 대로 물가 상승세가 강해지면 곧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던 10년물 국채금리 등 장기 금리가 대대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해 후자의 시각을 뒷받침했다.

▲ 사진=미국 연준.(연합뉴스 제공)

앨런 전 의장은 "역사적으로 그랬듯 (장기 금리가) 3∼5%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이런 금리 상승 기대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정부 지출이 늘어나고 일자리도 많아지면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트럼프의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효과 기대가 커지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이라고 표현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통화 당국도 금리 상승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장기금리 인상은 12월 연준의 금리 인상과는 별개로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미 대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연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장기 금리 상승 시나리오별 금리 리스크 규모와 자본 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금리 리스크가 과도한 금융회사는 듀레이션(가중평균 만기) 조정 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가장 큰 우려 지점은 가계부채 부담 증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장금리 상승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 9월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은 48.6%이고 나머지 51.4%는 금융채를 비롯한 시장금리와 수신금리 등에 연동된 변동금리 대출이다.

고정금리 대출 통계에는 고정금리로 시작했다가 3∼5년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도 포함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서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장기 금리 상승으로 주택저당증권(MBS) 발행 비용이 늘어나면 주택금융공사가 공급하는 보금자리론 등 각종 정책성 모기지론의 신규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가계부채를 둘러싼 위험이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의 대응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금융권 가계부채 간담회'를 열어 올해 안에 가계대출이 급격히 확대된 상호금융 조합과 새마을금고를 특별 점검하는 한편 이르면 내년 초부터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도 여신신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해 소득 심사를 깐깐히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관리감독이 느슨했던 상호금융 조합, 새마을금고를 상대로 현장 감독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대출 심사를 할 때 대출 신청자의 기존 대출까지 포함해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예정대로 연내 도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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