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 한민철 기자] 호르헤 바트예 전 우루과이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향년 88세로 별세했다.
바트예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소속 정당인 중도 우파 콜로라도당 행사에 참석했다가 쓰러져 머리를 부딪친 이후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했다.
20세기 우루과이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으로 꼽히는 바트예 전 대통령은 1999년 대선에서 당선돼 당시 남미에 불던 '좌파 열풍'을 가라앉히고 이듬해 취임해 5년간 집권했다.
당시 좌파가 집권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이웃 국가들이 미국과 거리를 두던 시절 바트예 전 대통령은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그는 취임 당시 즐거운 임기를 보내겠다고 약속했으나 우루과이를 휩쓴 경기 침체에 이러한 약속은 빛을 보지 못했다. 남미에서 생활 수준이 높은 편이었던 우루과이는 국민 3명 중 1명이 빈곤선 이하 생활을 하는 나라로 전락했다.
우루과이 경제는 2001년 주요 교역국인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 영향으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2002년에는 보유 외환이 급감하고 실업률은 20%에 이르렀다.
바트예 전 대통령은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맺은 우호적인 관계를 활용해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자금 15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바트예 전 대통령은 정치인 가문 출신이다. 아버지 루이스 바트예 베레스는 1947∼1951년과 1954∼1958년에 대통령을 지냈다. 또다른 전직 대통령 호세 바트예 이 오르도네스와 로렌소 바트예도 같은 가문 출신이었다.
하지만 그의 대권 도전이 쉽지는 않았다. 1966년, 1971년, 1989년, 1994년 대선에 집권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대통령 취임 전에는 기자와 상원의원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