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중국 최고의 갑부이자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거물로 떠오른 왕젠린(王健林) 다롄완다그룹 회장이 할리우드에 달콤한 유혹을 하고있다.
그는 중국 동부 해안도시 칭다오에 있는 자신의 새 복합 스튜디오에서 영화를 촬영하는 제작자들에게 지방정부와 함께 5년간 매년 1억5천만 달러씩, 모두 7억5천만 달러(약 8천5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을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공개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완다는 '칭다오 오리엔탈 무비 메트로폴리스'에서 자격을 갖춘 제작자들이 영화를 촬영하면 장비 대여, 세트 설치, 숙박 등을 포함한 일부 제작비의 최대 40%를 환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급액은 작품당 1천800만 달러(약 200억원)로 제한된다.
라이언스게이트, 완다가 지난해 인수한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등이 이미 칭다오의 스튜디오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완다는 설명했다. 레전더리는 '퍼시픽 림'과 '고질라'의 속편을 이곳에서 촬영한다.
완다가 500억 위안(약 8조4천억원)을 투자하는 이 스튜디오는 2018년부터 운영된다. 376만㎡ 부지에 전체 연면적은 540만㎡다.
완다그룹 웹사이트에 따르면 칭다오 스튜디오의 영화 제작 구역에는 세계 최대의 1만㎡짜리 스튜디오와 수중 스튜디오를 포함한 스튜디오 20개가 있다.
이밖에 영화 전시센터, 실내 테마파크를 포함한 쇼핑몰, 호텔, 리조트, 요트클럽, 병원 등도 함께 들어선다.
왕젠린 회장은 이날 영화 촬영 인센티브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2018년까지 북미를 제치고 세계 최대 영화 시장으로 부상하고 앞으로 10년간 연간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은 세계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면서 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영화에 "중국적 요소"를 가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의 취향을 무시하고 돈을 벌 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다의 칭다오 스튜디오는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미국의 여러 주나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달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소니픽처스와 영화 프로젝트에서 협업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완다는 올해 초에는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35억 달러에 인수했다.
완다는 또 세계 최대의 영화관 체인이 될 예정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미국의 AMC 엔터테인먼트는 카마이크 시네마를 사기로 합의했다. 완다는 영국의 오데온&UCI 시네마 인수 절차도 밟고 있다.
왕 회장은 이날 실린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세계 영화관 좌석의 20%를 점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6억5천만 달러에 사기로 한 오데온&UCI를 포함해 점유율이 13%다.
이 신문에 따르면 완다의 할리우드 쇼핑은 지금까지 80억 달러(약 9조원)에 이른다.
완다의 이런 공격적인 투자는 중국의 이미지를 통제하려는 공산당의 움직임의 하나일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존 컬버슨 미국 하원의원은 지난 6일 법무부에 보낸 편지에서 중국 자본의 할리우드 투자가 중국의 정치적 선전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면서 투자에 대해 철저히 감독하라고 촉구했다.
왕 회장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정치적 동기가 아니라 비즈니스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을) 침략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완다의 투자가 미국 영화사들이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익"에 집중한다는 말을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한 미국 영화의 결정은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서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과 관련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완다는 2020년까지 연 매출 1천억 달러, 순이익 100억 달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완다는 본업인 부동산 분야의 둔화로 영화 외에 스포츠 분야도 확대하고 있다. 왕 회장은 "중국의 부동산 현금흐름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장을 위해 메이저 스튜디오를 포함한 할리우드 회사를 더 사들이는 데 관심이 있다면서 "매우 좋은 회사라면 가격에 상한선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