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집 간판 갈고, 호텔은 3만원 메뉴 개발..외식업계 대책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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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집 간판 갈고, 호텔은 3만원 메뉴 개발..외식업계 대책마련
  • 박영호 기자
  • 승인 2016.07.2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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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영호 기자] 일명 '김영란법'이 사실상 원안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식업계가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으로 가장 타격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은 한정식집이다.

몇년 사이 한식을 외식으로 즐기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데다 상대적으로 다른 외식업종에 비해 고가의 메뉴 위주로 제공되는 곳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도 앞서 5월 업종별 영향을 추산한 결과, 한정식의 61.3%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이모(53)씨는 "김영란법 때문은 아니지만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손님이 크게 줄어 재료비 지출을 줄이고 종업원도 둘을 내보냈다"며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더 운영이 어려울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당이라는 게 자리를 잡기도 어렵고 돈도 그만큼 많이 들기 때문에 문을 닫으면 닫았지 새로운 걸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60년 전통의 유명 한정식집인 종로구 수송동의 유정(有情)은 다음 달 아예 베트남 쌀국수 식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로 했다.

역대 대통령과 정치인, 고위 공무원, 기업인, 언론계 인사들이 단골손님이었지만 정부부처들이 세종시로 옮겨가고 난 뒤 적자가 계속된 데다 김영란법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돼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고급 한정식집이 밀집한 서울 서초구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처음에 뉴스에서 김영란법 얘기가 나왔을 때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법 시행이 두달 앞으로 다가와서 그런지 가게를 내놓겠다는 연락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더 제값을 못받을 경우를 우려해 권리금 손해를 좀 더 보더라도 지금 처분하려는 곳들이 체감상 많아졌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고급 호텔 중에서는 아예 3만원이 넘지 않는 메뉴를 개발하기로 한 곳도 등장했다.

호텔 전체 매출에서 레스토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직·간접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A호텔 관계자는 "호텔 식당에 3만원 이하 메뉴가 있기는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어 새롭게 3만원대 메뉴를 개발하기로 했다"며 "코스 요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단품 요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일부 호텔에선 올 추석을 앞두고 김영란법의 선물 가액 상한선인 5만원에 맞춘 선물 세트 비중도 늘리기로 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법의 내용이 바뀌기 어렵다는 인식에 미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그러나 외식업 특성상 생계형 자영업자가 상당수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 외식업계는 비상 28일 오후 이달 중순 문을 닫고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유명 한정식집 유정(有情).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에 외식업계는 일제히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고급 한정식집들은 식사 금액 상한선이 3만원인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장사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16.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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