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중 1명만 가도 4조원 내수 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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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중 1명만 가도 4조원 내수 효과 기대
  • 박영심 기자
  • 승인 2016.07.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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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영심 기자] 휴가철 극성수기 주말인 24일에 인천공항을 이용한 승객은 18만8천263명이었다.

지난 2월 14일의 18만1천여명을 넘어서 역대 최고 일일 여객 인원을 기록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31일에는 19만1천여명이 공항을 이용해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름 휴가 뿐 아니라 며칠이라도 연휴가 생기면 해외로 떠나는 발길이 공항을 가득 메우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항공기 탑승시간 2시간 전에 공항에 나오면 됐지만, 이제는 3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탑승시간에 맞출 수 있게 됐다.

◇ 여행수지 15년 연속 '만성 적자'

27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여행수지는 2000년 6억4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2001년(1억8천만달러 적자)부터 지난해(60억9천만달러 적자)까지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적자 규모는 2007년(108억6천만달러 적자)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에게서 거둬들인 여행수입이 2014년보다 14.3% 급감한데 비해 내국인의 해외 여행은 증가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으로 유출되는 돈은 2009년 110억4천만달러에서 매년 5∼30%씩 증가해 지난해에는 212억7천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 휴가철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이렇게 해외로만 여행을 떠나면 수년간 침체의 늪에 빠진 국내 소비는 살아나기 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 여행을 많이 가서 내수를 진작시키고 여행수지 적자도 줄이자는 목소리가 정부와 기업 모두에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국내 여행을 통한 내수 진작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돼 있다.

임시공휴일이 급하게 지정돼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웠던 올해 5월 연휴(5∼8일)와 작년 5월 연휴(2∼5일)를 비교해보면,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 매출이 작년보다 각각 16.0%, 19.2%, 4.8%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고궁·박물관 입장객 수도 각각 70.0%와 17.3% 늘었다.

여수 거북선축제에 42만명, 담양 대나무축제에 38만명, 부안 마실축제에 45만명, 고성 공룡엑스포에 20만명이 방문하는 등 국내 여행도 크게 활성화됐다.

이 기간 외국인 입국자 수도 13.6% 늘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여행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추산했을 때 2014년 해외여행 지출액이 42조4천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해외여행을 떠나는 내국인이 10%만 국내 여행지로 발길을 돌려도 연간 4조2천억원의 내수 창출 효과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고용유발 효과도 약 5만4천7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 관광주간(28일 간)의 생산 유발효과가 8조1천347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4조1천9억원, 고용 유발효과가 6만3천425명에 달했다고 추정했다.

◇ 국내휴가 독려 나선 대기업

그럼에도 국내 관광시장에서 내국인의 기여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지방관광 활성화 방안과 지자체의 역할' 자료를 보면 2014년 국내 관광시장에서 내국인의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4.1%로 2년 전인 2012(60.1%)보다 6%포인트가량 낮아졌다.

이에 비해 일본(89.5%)이나 미국(77.2%)·프랑스(71.1%)는 내국인의 관광 지출 기여도가 한국보다 월등히 높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내국인의 발길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기업들도 국내 여행 활성화에 팔을 걷어부쳤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회원사에 서한을 보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도록 임직원을 독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허 회장은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해 농촌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은 마을들과 연계해 휴가 프로그램을 마련해달라"며 "사내 온·오프라인 채널을 활용해 직원들에게 국내 휴가지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당부했다.

전경련은 이달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내관광 활성화와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휴가철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개별기업 가운데는 삼성이 경우 사내통신망에 '임직원 추천여행지'를 게시하고 전국에 연계된 휴양시설을 활용하는 등 임직원들의 국내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항·광양 근처의 휴양시설을 활용해 임직원의 국내 휴가를 독려하고 있고, GS는 여수 예울마루 공연장 할인 혜택과 국내휴양지 버스투어 이용 혜택 등을 임직원등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후기 공모전'을 열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국내의 숨은 명소를 소개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8월부터 임직원과 가족들이 수원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 관광 인프라 지역편중 해소해야

문제는 여행에 대한 한국인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데도 국내 관광 자원은 서울과 제주 등 일부 지역에 집중돼 있어 기업과 정부의 이런 '독려'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국내관광 상품은 단조롭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휴가철이면 으레 해외 여행지부터 검색해보는 내국인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다양한 국내 지역으로 관광객을 유도할 수 있도록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여행업계, 지역민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합리적인 가격과 버스·기차 등으로 편리하게 닿을 수 있는 숙박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국내 관광은 여름과 겨울 성수기를 기준으로 이른바 '여행 시즌'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인 숙박시설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여행객을 수용할만한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 피서철 해운대에 몰린 인파

 

변정우 경희대학교 교수는 "대중교통, 즉 버스와 열차가 관광지까지 이어지게 하는 협업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여행객이 움직이기 편리한 동선을 따라 먹고, 보고, 잘 수 있도록 하는 '원패스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울산·거제·창원 등 조선업이 발달한 곳은 대체로 숙박시설과 먹거리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며 "이런 지역을 중심으로 관광서비스업 인프라를 발달시키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의 숙박시설 등 인프라를 닦는 과정에서 정부가 관광호텔 건립과 관련된 정책자금을 초저금리 또는 무이자로 빌려주는 등 수도권과 차별화된 특단의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족 단위 관광객과 친구·연인 단위 관광객, '나홀로 여행족' 등 다양한 수요의 내국인 관광객을 위해 세대별·성별·여행목적별로 특화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같은 지역이라도 힐링·관광 등 여행의 목적이나 가족·연인 등 동행인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면 해당 지역을 재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와 지역민의 자정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세 관광업체의 무성의한 서비스와 유명 휴양지의 음식점 바가지 요금, 불친절 문제는 정부가 칼을 들이대는 것보다 자정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변정우 교수는 "관광수지 적자를 해결하려면 단기적인 치료법과 장기적인 치료법, 민과 관이 함께 협력해야 한다"며 "이런 총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나날이 높아지는 내국인 관광객의 기대치를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제주지역에서 트레킹에 나선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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