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中 경제정책까지 좌지우지"…재경영도소조 실세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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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中 경제정책까지 좌지우지"…재경영도소조 실세 부상
  • 박병욱 기자
  • 승인 2016.07.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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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박병욱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권력 기반을 확고히 다지면서 전통적으로 국무원 기구들이 맡았던 경제정책도 좌지우지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이 경제정책을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은 그가 천명한 3년여의 구조개혁이 부진한 데다 특히 지난해 여름 중국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당시 관계 부처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따른 좌절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가 지난해부터 경제정책에 노골적으로 개입하자 당정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남쪽이 북쪽을 접수했다"는 말들이 나돌았다. 중국 지도부의 거점인 중난하이(中南海)의 북쪽에 정부 기관들이 집중돼 있고 남쪽에는 공산당 조직들이 몰려있는 것을 빗댄 표현이었다.

시진핑 주석이 권력기반을 강화하면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도구는 부처 간의 정책결정과 집행을 조율하기 위해 공산당 내부에 설치된 각종 영도소조(領導小組)들이다.

이들은 외부에는 좀처럼 노출되지 않고 있는 조직들이지만 시진핑이 덩샤오핑 이후 40여년 만에 최강의 권력자로 발돋움하면서 자연스럽게 영도소조들도 새삼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당기관지 인민일보가 "권위있는 인사"의 인터뷰를 1면에 실은 것은 경제정책에 대한 공산당의 입김의 강해지는 것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정부 관료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인터뷰의 요지는 1분기의 경제성장이 과다한 여신을 투입한 것이며 새로운 거품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으로,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그가 이끄는 국무원을 겨냥한 공격에 다름없는 것이었다.

인민일보 인터뷰 기사는 시진핑 주석과 그의 경제자문역들이 리커창 총리와 국무원의 경제 관리 방식에 실망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뭔가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무원 공보담당자들은 시 주석과 리 총리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는 관측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책방향에 대한 엇갈린 신호들이 속속 노출되고 있는 모습이다.

당정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제의 인터뷰에 등장한 인물은 시 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財經)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시아 투자전략가는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영향력이 사실상 지난해 7월부터 확대됐다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분명히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언론에 보도되는 류허와 중앙재경영도소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 주석이 사이버스페이스, 경제개혁, 국가안보를 포함해 최소한 6개의 영도소조를 직접 관장하고 있고 외국 정부와 기업, 투자자들도 영도소조들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통상관리들은 양자무역협상에서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금융감독기구 관리들뿐만 아니라 공산당 대표들이 참석하는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

한 유럽 외교관리는 "공산당이 면밀히 (협상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알고는 있었지만 과거에는 이들이 테이블에 앉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은행들의 외국산 IT장비 활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금융감독기구를 제쳐놓고 공산당 내에 신설된 사이버스페이스 영도소조 앞으로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내 이를 연기시킬 수 있었다.

로비에 참여한 한 인사는 서한을 금융감독기구에 보낼지 여부를 놓고 말이 많았지만 풀숲에 빠질 것을 우려했다고 밝히면서 "우리 분석으로는 사이버스페이스 영도소조가 결정적 변수였다"고 술회했다.

관계에 아직 끈이 닿고 있는 한 전직 정부 관리는 "영도소조들은 정책결정 과정에 관료들이 싫어하는 또하나의 층을 덧붙여놓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국 관변 소식통은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종의 사설 고문단"이라고 표현했다.

재경영도소조는 류허를 포함한 20여명으로 구성돼 있고 류허가 판공실 주임으로서 소조의 일상적 업무를 관리한다.

류허의 영향력은 해외에서도 점차 주목받고 있다. 올해 1월 중국 증시와 환시가 요동을 칠 당시에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에 전화를 걸어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한 것은 바로 류허였다.

류허는 발개위에 소속된 10명의 차관급 위원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그의 실제 권력은 영도소조에서 나온다. 미국 재무장관과의 통화도 발개위 위원이 아닌, 영도소조의 리더 자격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류허는 중난하이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집무공간을 두고 있고 미국 재무장관도 이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방문자들은 그가 수전 라이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등 외국 유력 인사들과 회담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내부에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류허의 집무실을 찾은 한 외국 정부 관계자는 그가 중국 경제의 향후 전망과 관련해 "중국에 다시 봄이 오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말라. 아직도 겨울이다"라고 말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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