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부진 속 정유·석화업체들 최대실적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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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부진 속 정유·석화업체들 최대실적 올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16.07.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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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

[코리아포스트 김광수 기자] 조선·해운·철강 업종의 부진 속에서도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이 잇따라 좋은 실적을 내놓고 있다.

국제유가가 완만하게 상승한 외적 효과에다가 선제적인 투자로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거나 비용을 절감한 효과가 포개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정유·석화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9천643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한해동안 벌어들인 이익(1조9천795억원)에 맞먹는 규모다. 반년 만에 지난해 1년 치의 수익을 낸 셈이다.

국내 정유·석화업체 중 반기 영업이익이 2조원에 근접한 곳은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말까지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이었던 2011년의 2조9천595억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국제유가의 완만한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이익(lagging effect)이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정유사들은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좀 더 돈을 많이 버는 구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2분기에는 정유사들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번 호실적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선제 투자가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무렵부터 화학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자회사인 SK인천석유화학의 PX 공장은 2014년 4월부터 가동됐고, SK종합화학의 중국 우한 NCC(납사 크래커) 공장, 고성능 폴리에틸렌 공장, PX 공장 등이 2014년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이런 투자 과정에서 중국 시노펙, 일본 JX에너지 등 해외 업체들과 손잡으면서 글로벌 합작을 확대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화학사업이 비정유사업 부문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며 "다른 정유사들이 갖고 있지 않은 기초화학·고부가 화학사업 영역을 확보해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1조1천957억원 중 화학사업의 영업이익이 5천270억원, 윤활유사업이 2천651억원이었다.

선제적 투자가 결실을 본 것은 에쓰오일도 비슷하다.

에쓰오일은 올해 2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늘어난 6천42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은 작년보다 18.4% 줄어든 4조1천984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했다.

특히 상반기 전체로는 영업이익이 1조1천347억원(작년보다 34.4% 증가)에 달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울산공장의 시설개선 사업인 슈퍼 프로젝트 등 비용 절감 활동으로 2분기에만 589억원을 절감하는 등 상반기에 모두 1천9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슈퍼 프로젝트란 에쓰오일이 작년부터 단계적으로 진행 중인 수익성 극대화 사업이다. 주요 공정의 개조·개선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 에쓰오일 온산공장

에쓰오일은 3분기 말 정유설비 정기보수 때 2단계 슈퍼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석유화학·윤활기유 등 비정유 부문 실적이 효자 노릇을 했다. 매출액에서 비정유 부문의 비중은 23.4%였지만 영업이익에서의 비중은 41.7%였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특히 파라자일렌(PX)과 윤활기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이 영업이익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PX는 패스트패션 의류 등의 옷감으로 쓰이는 폴리에스터와 페트병 등을 만드는 원료로, 부가가치가 크다.

에쓰오일은 2007년 1조4천억원을 투자해 PX 생산능력을 종전의 2배인 연간 180만t으로 키웠는데 이 투자가 주효한 것이다.

LG화학[051910] 역시 2분기에 4년 반 만의 최대인 6천15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전지와 정보전자소재 부문에서 적자를 봤는데도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같은 기초소재 부문의 호실적으로 이를 만회하며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 LG화학 청주공장(오창공장)

LG화학은 수익성 증가의 원인으로 국제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원료인 납사의 가격도 안정세를 보였고 이로 인해 제품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된 점을 꼽았다.

또 3분기를 앞두고 정보기술(IT) 제품, 건설 수요가 늘어난 것도 기여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일본, 중국 등 역내 다른 나라의 생산설비가 정기보수에 많이 들어가면서 공급이 줄어 탄탄한 수익성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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