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 점장도 집에서 일한다…日 유통기업도 '재택근무 혁명'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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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마켓 점장도 집에서 일한다…日 유통기업도 '재택근무 혁명' 확산
  • 황명환 기자
  • 승인 2016.07.2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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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동북지방 센다이시에 있는 이온슈퍼센터 가기토리점

[코리아포스트 황명환 기자] 도요타자동차와 미쓰비시도쿄UFJ은행 등이 사무직 재택근무를 도입한 데 이어 거대 유통기업도 점장까지 재택근무를 도입하며 일본에 '재택근무혁명'이 확산하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유통업체 이온은 올봄 소매업에서는 이례적으로 점장도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동북지방에 21개 점포를 운영하는 이온슈퍼센터(SC)가 선도했다.

이온슈퍼센터가 있는 동북지방은 어느 지역보다 인구감소가 심하다. 2010년에 견준 2040년의 인구는 아키타 35.6%, 아오모리 32.1%, 이와테 29.5%, 후쿠시마 26.8%, 미야기 16.0%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육아나 간병을 위해 종업원이 일을 그만둘 경우에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도 일손부족이 심각한 상태여서 점장 재택근무를 도입했다. 일손은 만성적으로 15% 정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 제도는 점장이나 과장 등 점포 관리직에게 한 달 최대 5일의 재택근무를 인정한다. 대상은 약 300명인데 현재 3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업무 연락은 보안대책을 강구한 전용단말기로 한다.

하루 재택근무 시간은 8시간까지로 해 급여 등에서 감액은 없다.

후쿠시마의 한 점장(52)은 부모의 간병을 위해 재택근무제도를 이용하지만 예기치 못한 효과도 봤다.

점장 업무를 대행한 부하의 능력이 향상돼 많은 일을 위임할 수 있게 되면서 복귀 뒤 잔업시간이 줄었다. 가정생활도 충실해진 점을 실감하고 간병 문제 등이 없어도 제도를 확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매주 월요일 재택근무를 하게 된 이와테현 점포의 의류판매 과장(37·여)은 세 아이의 등하교를 돌보고 가까운 본가의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판매계획서나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메일로 업무를 본다.

관리직 부재 시 업무에 지장이 있다며 제도도입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재택근무제도 도입에 맞춰 점장·부점장·과장 같은 직위마다 상세한 업무 내용 일람표를 작성해 문제를 보완했다.

누가 빠져도 바로 아래의 직원이 대신해서 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평소에 상사의 직무 내용을 의식한 덕분에 종업원의 성장이 빨라졌다. 점장은 점포에 있어야 한다는 관성도 깼다.

특히 제도 도입 뒤 가정일이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관리직의 활용이 늘어나는 기류다. 관리직 업무 내용이 투명화되면서 승진을 꺼리던 우수 여성인력이 관리직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4월 11일 인구감소대책 심포지엄에서 발언하는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가운데). 그는 현재는 집권 자민당 공천으로 도쿄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전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의 4월 1일 현재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7천659만명으로 5년 전보다 약 460만명 줄어들었다. 일손이 줄어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일하면서 간병이나 육아를 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일본 소매업종은 이전부터 생산성이 낮은 점이 지적됐다. 소매업종이 일손부족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발상의 대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에 이온이 재택근무 점장제도라는 새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 4월 11일 인구감소대책 심포지엄에서 발언하는 마스다 히로야 전 일본 총무상(가운데). 그는 현재는 집권 자민당 공천으로 도쿄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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