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연구인력 씨 말라…R&D 지원으로 숨통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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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연구인력 씨 말라…R&D 지원으로 숨통 틔운다
  • 유승민 기자
  • 승인 2016.07.1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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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지원 줄자 대학 고급인력 떠나…산업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예산 신규 편성
석사급 인력 양성·응용 분야 지원 확대…"정부 R&D 투자 더욱 확대돼야"

[코리아포스트 유승민 기자] "학생들이 반도체 전공을 꺼리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다른 과로 옮기고 있고 논문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질은 물론이거니와 양적으로도 관련 인력이 대기업에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몇 년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R&D) 지원이 많이 줄어들면서 대학의 연구역량에 적신호가 켜졌다.

연구 과제가 급감하자 교수와 학생들이 반도체 대신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대학 연구인력이 줄면 결국 우리나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미래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정보통신진흥기금(이하 정진기금)을 미래부가 운영한 이래 반도체·디스플레이 R&D 예산이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반도체 R&D 예산의 경우 2013년 728억원에서 2014년 599억원, 2015년 561억원에 이어 올해는 356억원으로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R&D 예산도 2013년에는 274억원이었지만 2014년 253억원, 2015년 195억원, 2016년 93억원으로 매년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다.

여기에 반도체·디스플레이 R&D 예산이 포함된 정진기금 내 전자정보디바이스산업원천기술개발사업이 일몰 사업으로 지정되면서 올해 신규 예산이 한 푼도 편성되지 못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반도체 굴기(堀起·산업의 부흥)를 부르짖으며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중앙·지방정부 반도체 기금이 향후 10년간 1조위안(약 171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가 그간 소외됐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 분야 연구개발(R&D)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분야인 데다 업계 투자도 활발하다는 이유로 지난 몇 년간 정부 투자를 줄여왔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는 판단에서다.

 

◇ 일반 회계로 디스플레이 예산 신규 편성…시스템반도체 내년 예산 확보 추진

최근 대학 연구 상황 등을 고려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부처 일반회계 내에 디스플레이 예산을 신규로 편성해 미래 유망 기술 개발지원에 나서고 있다.

올해 융복합 디스플레이 예산 11억원을 신규로 확보했고 내년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예산 신규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 R&D 사업 관련 일몰 기한을 2018년으로 연장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내년도 신규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올해 하반기에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대기업 출자로 2천억원 규모의 반도체펀드가 조성되는 것을 지원하고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을 육성해 나가기로 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보다 세계 시장 규모가 3배 이상 크지만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4.3%에 머물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활용될 수 있는 응용분야 지원을 강화해 산업의 외연도 확장할 방침이다.

일단 센서산업고도화 전문기술개발 예산을 지난해 71억원에서 올해 154억원으로 늘렸다.

또 웨어러블(착용기기) 스마트디바이스용 핵심부품 등을 개발하는데 앞으로 5년간 785억원을 새롭게 투입할 계획이다. 올해 신규 20억원부터 관련 분야에 활용된다.

 

◇ 석사급 고급 인력 양성…"정부 투자 더욱 확대돼야"

정부가 특히 관심을 쏟는 분야는 인력 양성이다.

최근 정부 R&D 지원이 줄어들면서 기술개발에 나서려는 대학 고급인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 등 첨단 기술을 개발하려면 대학교수급 인력이 풍부해야 하고 석사급 학생도 많아야 하는데 이 분야에 대한 지원자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이 반도체 산업을 이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은 탓에 최근 정부의 R&D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R&D 과제가 줄어들면서 대학 교육과정에서 부작용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권오경 한양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도 "2000년 초만하더라도 대학에서 반도체 소자 연구를 하는 분이 30~40분정도 됐는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두세분밖에 없다"며 "설비가 비싸 대학에서 소자 연구를 하기가 굉장히 힘들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관건은 고급 인력"이라며 "대학, 대학원에 우수인력이 와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산업 현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산업부는 올해 지능형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40억원을 신규 예산으로 편성했다.

이 금액은 별도 교육과정을 개설해 연간 석사급 인력 48명을 양성하는 데에 사용된다. 기업에서 필요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 실무 프로젝트 위주로 교육과정이 구성된다.

또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인력 양성에 올해 20억원을 새롭게 편성했다. 매년 석사급 인력을 40명씩 양성하는 게 목표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자동차, 항공, 로봇, 조선 등 주력 산업 분야 제품에 내장된 소프트웨어로 국가 미래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정부는 마이스터고등학교와 연계한 교육은 꾸준히 했지만 석사급 고급인력 육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치는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다.

주 연구위원은 "중국이 반도체 산업 등에 엄청나게 투자한다면서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관련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대한 정부 R&D 투자는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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