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필요를 제품으로'…판교는 창업 열기로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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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필요를 제품으로'…판교는 창업 열기로 후끈
  • 유승민 기자
  • 승인 2016.07.12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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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유승민 기자] 1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큰 유리 건물의 2층 세미나실에서 금발 여성이 심사 위원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K팝(한국 대중음악) 전문 매체를 창업한 미국인 해나 웨이트씨다. 세계 각지의 우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뽑아 투자 유치 등 지원을 해주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위해 한국에 왔다.

▲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 오디션 장면

"미국에서 K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다들 한국어를 못해 정보가 부족해요. 몇몇 유명 블로그가 있지만 '오빠 너무 잘생겼어' 식 가십이 많죠. 철저한 확인을 거친 우량의 K팝 영어 기사가 이런 문제를 풀어줄 수 있습니다"

같은 건물의 전시관. DJ 복장의 한국인 직원이 스마트폰 두 개 크기의 길쭉한 휴대 기기를 만지자 강렬한 댄스 음악이 스피커에서 쏟아졌다.

믹서 등 전문 DJ 음향 장비를 소형화한 '몬스터고DJ'란 제품이다. 야외에 무거운 음향 기기를 옮기는 수고 없이 누구나 '일일 DJ'가 돼 댄스파티를 열 수 없겠느냔 고민이 개발의 출발점이 됐다.

▲ 휴대용 DJ 장비 시연 장면

판교의 스타트업 캠퍼스는 이처럼 고객의 필요를 기발하게 제품화하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첨단 창업의 메카다.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기관, 연구개발(R&D) 지원 시설, 경영 컨설팅 장소, 투자자 설명회장 등을 신축 건물 3개 동에 빽빽하게 모아놨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경기도가 함께 캠퍼스를 운영한다.

이곳의 장점은 협업과 공유다.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신생 기술 산업의 특성을 살리고자 입주 기업 사이의 칸막이를 없앴고 세미나실과 강연 공간이 화장실만큼이나 흔하다.

2층 입주 공간 사이에 마련된 피칭 룸(Pitching Room·사업설명회장)에 캐주얼 복장의 창업자들이 둘러앉았다. 외국계 은행 일과 벤처 창업을 모두 해봤다는 강사가 연단에 섰다. 벤처캐피탈(VC) 투자를 잘 받는 비결을 공유하는 자리다.

"VC 대하기가 어렵다고 하죠? 그분들도 사실 저희 같은 벤처입니다. 담당자가 투자 기업 10∼15곳을 관리해요. 외국계 은행은 절대 못 하는 업무량입니다. 벤처 마음은 벤처가 알잖아요. 그렇게 접근해야 대화가 잘 풀립니다(웃음)"

▲ 스타트업 캠퍼스 내부 모습

스타트업 캠퍼스는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을 국내외에 알리는 홍보 공간 역할도 한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육성한 스타트업들의 대표 상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따로 있다.

얼굴에 대면 보습 상태를 알려주는 휴대용 피부 진단기, 홍채를 인식하는 결제 시스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워치, 5만 볼트 전기 충격기로 변신하는 호신용 휴대전화 케이스 등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거나 곧 세계 출시를 앞둔 아이디어 제품이 즐비하다. 스타트업 캠퍼스 관계자는 "각국 정부 요인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판교는 약 9.2㎢의 작은 단지지만 '한글과 컴퓨터' '넥슨' 등 유명 ICT(정보통신기술) 업체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판교 내 근로자 7만2천여 명 중 45.3%가 R&D 직종일 정도로 인적 자원도 뛰어나 정부에서는 이곳을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키우려는 의지가 강하다.

우량 벤처의 국외 진출을 돕는 스타트업 캠퍼스 내 기관인 'K-ICT 본투글로벌센터'의 김종갑 센터장은 "199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 스타트업 양성 경험이 전혀 없어 미국 실리콘밸리의 새너제이시(市)가 지원해주는 관련 지침서를 달달 외어야 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한국에서 이렇게 인적·물적 인프라가 좋은 곳으로는 대전의 대덕연구단지가 있지만, 대덕은 순수 R&D가 초점으로 비즈니스가 목표인 판교와 성격이 다르다.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스타트업을 조만간 2개 이상 배출해 판교의 역량을 세계적으로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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