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사-국방지도체계에서 노동당과 국방위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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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국방지도체계에서 노동당과 국방위원회의 역할
  • 코리아포스트
  • 승인 2010.03.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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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군사-국방지도체계에서 노동당과 국방위원회의 역할

세종연구소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이 북한의 군사․국방지도체계에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군사 분야에서 국방위원회의 실제 역할과 한계에 대해 지적하였다. 현시점에서 한국정부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고, 설령 발생하더라도 한국의 개입 여지가 거의 없는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계획 수립보다 북한 권력체계 및 군사지휘체계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북한과의 대화와 전쟁의 가능성 모두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한 의미에서 북한의 군사․국방지도체계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국방백서』의 ‘북한 군사지휘기구도’가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하였다.

“당이 국가기구를 지도, 국방위원회는 보조적인 역할 수행…”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국 춘추시대의 명장 손자(孫子)는 “적과 아군의 실정을 잘 비교 검토한 후 승산이 있을 때 싸운다면 백 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고 지적했다. 그리고 “적의 실정을 모른 채 아군의 전력만 알고 싸운다면 승패의 확률은 반반이다(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적과 싸울 때 상대방을 제대로 아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의 경우, 한국전쟁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기본명제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겠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북한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필자는 본고에서 북한 노동당이 ‘당의 군대’인 조선인민군을 어떻게 지휘․통제하고 있으며, ‘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가 군사․국방지도체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명확히 밝히고자 한다.


‘국가기구’로서 국방위원회의 기능과 한계


북한은 당이 국가기구(공화국)를 지도하는 당․국가체제(party-state system)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는 군사․국방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이 아니라 보조적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1998년 헌법은 국방위원회에 대해 “국가주권의 최고군사지도기관이며 전반적 국방관리기관”으로, 2009년 개정 헌법은 “국가주권의 최고국방지도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1998년과 2009년 헌법 모두 제11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영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북한이 당․국가체제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도 당의 지도하에 모든 활동을 진행해야 하는 대상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한편 레닌과 스탈린, 김일성 등 공산주의자들은 모두 국가기구(또는 국가정권, 공화국)에 대해 “당과 대중을 연결시키는 가장 포괄적인 인전대(引傳帶)” 또는 “당의 노선과 정책을 집행하는 강력한 무기”로 인식해왔다. 그 결과 소련에도 국방위원회라는 국방지도기관이 있었지만, 국가기구인 국방위원회는 평시는 물론 전시에도 군대를 지휘하지 못했고, 주로 전시에 주민동원과 민간경제의 군수용 전환 등의 임무만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군대를 지휘해 전쟁을 수행한 기구는 ‘혁명군사위원회(또는 혁명군사소비에트)’나 ‘최고총사령부’ 등 당의 직접적 지도하에 있는 군사기구였다. 중국에도 북한과 유사하게 당과 국가에 중앙군사위원회라는 군사기구가 존재하지만, 국가기구인 ‘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는 군대의 지휘와 관련한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국방지도기관’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소련 국방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북한 국방위원회도 주로 전시 주민동원과 민간경제의 군수용 전환 임무 등을 수행하고 있고, 중국 ‘공화국 중앙군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국가기구’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군사작전이나 군 지휘와 관련해서는 지시나 명령을 하달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의 군사 및 안보 관련 명령을 정리한 <표 1>은 국방위원회에서 직속 기관인 인민무력부의 개편, 국가안전보위부의 비상경계태세 발령, 민방위 및 군복무와 관련한 명령들만이 하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역할


반면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단독 또는 공동 지시, 명령, 결정 사례(표 2)를 보면, 당중앙위원회가 김정일을 조선인민군의 최고직책인 ‘최고사령관’ 직에,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가 국가의 최고직책인 ‘국방위원장’ 직에 김정일을 추대하는 결정을 내렸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전쟁 준비, 군사훈련, 부대 관리 등과 관련한 결정을 하달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북한의 군사․국방 관련 조직들의 구성과 기능이 워낙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에 북한의 군사․국방지도체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의 헌법뿐만 아니라 당규약, 전시사업세칙과 같은 내부 비밀문건,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의 증언과 논문 그리고 소련과 중국 등 다른 사회주의체제들의 군사․국방 관련 기구들에 대한 연구들을 종합했을 때 북한 군사․국방지도체계의 실체에 보다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1980년에 개정된 당 규약 제46조는 조선인민군이 “조선로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규정함으로써 북한군이 당의 군대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당․국가인 북한에서 군대는 ‘국가의 군대’가 아니라 ‘당의 군대’이기 때문에 헌법과는 다르게 당 규약은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가 군대를 지휘 통제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들까지 명시하고 있다.
당 규약 제23조는 당중앙위원회가 “혁명적 무력을 조직”하고 그들의 전투능력을 높인다고 규정함으로써 당중앙위원회에 군대 및 민간무력 조직권을 부여하고 있다. 당 규약 제47조는 더 나아가 “조선인민군대 내의 각급 단위에 당조직을 구성하며 조선인민군의 전체 당조직을 망라하는 조선인민군 당위원회를 조직”하고, 조선인민군 당위원회는 당중앙위원회에 직속하며 그 지도 밑에 사업하고 자기 사업에 대하여 당중앙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조선로동당이 북한군을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북한군의 모든 단위에 당조직을 설립하고, 군대의 “최고조직”이며 “단순한 협의기관이 아니라 집체적인 군사정치적 영도기관”인 조선인민군 당위원회를 당중앙위원회에 직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당 규약 제52조는 조선인민군 당위원회의 ‘집행기구’인 군 총정치국을 당중앙위원회에 직속시키고 있으며, 당중앙위원회의 지도하에 사업을 수행하고 담당사업에 관해 당중앙위원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군의 ‘최고조직(조선인민군 당위원회)’뿐만 아니라 그 ‘집행기구(군 총정치국)’까지 이처럼 당중앙위원회에 종속시킴으로써 북한군은 당중앙위원회의 일상적인 지도․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당 규약 제27조는 당중앙위원회 군사위원회(당중앙군사위원회)가 “당군사정책 대행방법을 토의 결정하며 인민군을 포함한 전무장력 강화와 군수산업발전에 관한 사업을 조직, 지도하며 우리나라의 군대를 지휘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당중앙군사위원회가 북한군을 지휘하며, 중요 군사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당중앙군사위원회가 바로 이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전쟁 준비, 군사훈련, 부대 관리 등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국방지도체계에서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 그리고 국방위원회가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당중앙위원회 전문부서의 북한군에 대한 지도․통제

당규약에 대한 분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 당중앙위원회는 북한군을 일상적으로 지도․통제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전문부서들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간단하게나마 살펴보겠다.
먼저, 중앙당 조직지도부는 총정치국 지도과, 행정과, 간부과를 통해 북한군을 지도․통제하고 있다. 중앙당 조직지도부 총정치국 지도과는 군 총정치국 조직부 당생활지도과를 통해 북한군 지휘관과 정치간부들의 당생활을 지도․통제한다. 그리고 중앙당 조직지도부 행정과는 군 총정치국 조직부 행정과를 통해 군 사법․검찰 및 군 보위사령부를 통제한다. 또한 중앙당 조직지도부 간부과는 군 총정치국 간부과를 통해 군 정치간부들의 인사를 결정한다. 일부 정부 발간 책자들에서는 국방위원회가 조선인민군 보위사령부를 지도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탈북자 엘리트들은 대체로 군 보위사령부가 현재 군 총정치국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중앙당 선전선동부는 군 총정치국 선전부를 통해 군대에서의 선전선동 업무를 지도함으로써 군 간부들의 사상을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중앙당 간부부는 군 총정치국 간부부를 통해 군 지휘관 인사를 결정함으로써 중앙당 조직지도부와 함께 군 간부들의 인사를 나누어 관장하고 있다.
북한군에 대한 정책적, 실무적 지도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전문부서는 중앙당 군사부이다. 중앙당 군사부는 간부들을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와 인민무력부의 예하 실무 부서들에 파견하여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작전국장 등 군령․군정권자들의 업무는 물론 그들의 일거일동(一擧一動)을 통제한다. 그리고 당중앙군사위원회의 실무지원 부서로서 군 총참모부와 인민무력부의 정책부서들이 당이 제시한 노선과 정책, 과제에 맞게 군사전략과 전술을 수립하고 이를 철저히 집행하고 있는가를 감독한다.
중앙당 민방위부는 고등중학교 5~6학년(만 16~17세)의 전체 남녀학생을 망라하는 예비 군사조직인 붉은청년근위대와 18세부터 60세까지의 모든 성인 남녀(지방군 및 가정주부, 대학생 제외)를 망라하는 노농적위대를 지휘한다. 노농적위대는 직장단위별 또는 농촌의 리 단위로 조직되며, 각 도․시․군(구역) 단위 당위원회에도 민방위부가 있어 노농적위대의 훈련과 동원을 지휘한다.
중앙당 군수공업부(기계공업부의 후신)는 당중앙군사위원회가 토의, 세부적인 군수조달계획을 확정해 통보하면 산하 3개 기관인 제2경제위원회, 제2자연과학원, 영변 핵발전연구소를 통해 무기를 개발, 연구, 생산한다. 중앙당 군수공업부는 특히 핵무기의 개발과 생산, 실험을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기 생산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가 1990년대 초에 당중앙위원회 직속에서 국방위원회 산하 기구로 소속이 변경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지만, 중앙당 군수공업부가 제2경제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지도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 군사․국방지도체계의 정확한 인식 필요성


당․국가인 북한에서는 위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조선인민군을 직접적으로 지도․통제하고 있으며, 국방위원회는 전시에 주민을 동원하고 민수공장을 군수공장으로 전환하는 등 국가기구 차원에서 당의 전쟁수행을 지원하는 역할만을 맡고 있다. 그러므로 일부 정부 발간 책자들에서 마치 국방위원회가 직접적으로 또는 인민무력부를 통해 군대를 지휘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 부분은 적실성 있는 대북 군사전략 수립을 위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당 규약에 명백히 제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당중앙위원회의 직속기관이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도 ‘조선인민군’이라는 명칭이 앞에 붙는 다른 모든 조직들처럼 당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는 기관이다. 반면 북한의 내부 비밀문건인 <전시사업세칙> 등에 나와 있는 것처럼 인민무력부는 국가기구로서 ‘국가 최고국방지도기관’인 국방위원회의 산하 기관이다. 군 총정치국과 총참모부, 인민무력부 등 3대 군사·국방 조직들은 형식적으로 수평적 역할분담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군 총정치국의 총참모부와 인민무력부에 대한 우위가 보장되고 있다. 그러므로 일부 책자들에서 북한군 총정치국과 총참모부가 국방위원회나 인민무력부의 지도를 받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 부분도 수정․보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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