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강력한 야당 탄압법으로 EU 조기 가입구상은 사실상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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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강력한 야당 탄압법으로 EU 조기 가입구상은 사실상 무산
  • 제임스김 기자
  • 승인 2016.06.09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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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대통령 의원 면책특권 폐지 법안에 서명
 

[코리아포스트 제임스김 기자] 1인 권력 집중으로 서방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사실상 야당 의원을 탄압하는 새로운 법안에 서명함으로써 오는 2020년까지 유럽연합(EU)에 가입한다는 당초 구상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의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주도한 새 법은 반정부 의원들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주로 친(親) 쿠르드 인민민주당(HDP)을 겨냥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HDP가 쿠르드 반군의 테러 공격에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59명의 소속 의원으로 의회 내 3당인 HDP는 쿠르드 반군과의 연루를 부인하고 있으나 지난해 총선에서 예상 밖에 승리를 거두면서 AKP와 대립해 왔다.

 

HDP 소속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그동안 잦은 협박과 처벌에 직면해 왔으며 쿠르드족에 대한 단순 지지 발언만으로도 구금됐다.

현재 HDP를 비롯한 야당 의원 101명이 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새 법 시행으로 이들 의원에 대한 면책 특권이 없어지면서 상당수 의원이 투옥될 것으로 야당 측은 우려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법안 서명으로 터키가 가까운 장래에 EU에 가입할 기회가 무산됐으며 비판자들은 터키의 이른바 세속민주주의도 끝장난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울러 터키가 앞으로 쿠르드 반군들과 더욱 강력한 무장 분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U 가입 자격요건을 규정한 1993년 '코펜하겐 기준'은 가입 희망국에 대해 민주적 통치 시스템을 갖추고 법치나 인권, 언론자유, 소수민족 보호 등 기본원칙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EU 가입 협상을 진행 중인 터키는 이러한 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야당을 탄압하는새로운 법안 시행으로 요건 충족이 더욱 힘들어지게 됐다.

에르도안 정부의 새 법은 최근 터키군과 불법화된 쿠르드노동자당(PKK) 무장세력간 무력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취해진 것이다.

에르도안 정부는 새 법이 테러와의 투쟁에 긴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새 법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헌법을 수정해 대통령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길을 열어논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비판받고 있는 에르도안 정부는 근래 정부 비판 언론과 언론인들을 처벌하는 등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EU 의회는 최근 터키의 인권 및 언론자유 퇴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EU는 또 미국과 함께 터키 정부에 대해 쿠르드 반군과의 무력 분쟁을 완화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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