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판다, "문화외교의 힘을 알려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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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판다, "문화외교의 힘을 알려주다"
  • 박영심 기자
  • 승인 2016.03.07 2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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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이투데이 이사

[코리아포스트= 박영심 기자]지난 3일 오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선물 약속에 따라 판다 두 마리가 우리나라에 왔다. 시진핑 주석은 2014년 7월 방한했을 때 판다 한 쌍을 선물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용인 에버랜드에 정착한 아이바오(愛寶)와 러바오(樂寶)는 적응기간을 거친 뒤 4월에 ‘판다월드’를 통해 일반 공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한·중 수교(1992년) 기념으로 이미 1994년에 한 쌍을 선물 받아 에버랜드에서 키우다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 긴축에 동참하기 위해 4년 만에 돌려보낸 일이 있다. 그러니 판다는 18년 만에 다시 온 셈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판다를 외교 자원으로 활용해 왔다. 기록에 나타난 첫 판다 외교는 685년 당(唐)의 측천무후가 일본 왕실에 한 쌍을 준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마오쩌둥(毛澤東) 시절 소련(2마리)과 북한(5마리)에 판다를 기증했다. 소련과의 대립이 심해진 이후에는 서방과의 외교에 이용했다. 1972년 미·중 간의 해빙무드를 맞은 이래 미국에 15마리, 일본에 8마리를 보냈다. 시진핑 정부는 캐나다(2013년), 말레이시아·벨기에(2014년)에 이어 한국에도 판다를 보냈다.

중국으로부터 판다를 받은 나라는 14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볼수록 귀엽고 신기한 판다는 지구상에 1,800여 마리밖에 없다고 한다. 판다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대나무만 먹는 식성도 특이하고 둥글고 부드러워 보이는 몸매에 눈 둘레의 까만 무늬가 귀여움을 더한다.

중국은 판다 외에도 기린 호랑이 등 각종 희귀 동물을 외교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은 백두산 호랑이 한 쌍을,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은 따오기를 한국에 보낸 일이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러시아 수교(1990년) 20주년인 2010년에 시베리아 호랑이 두 마리를 선물했다. 호주는 2015년에 독립 50주년이 된 싱가포르에 장기 임대 형식으로 코알라 네 마리를 주었다.

이렇게 각국이 펼치는 동물 외교를 살피다 보니 우리는 다른 나라에 줄 만한 게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아쉬운 일이다. 전 세계인의 환영을 받을 만한 한국 고유의 동물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런 게 없으니 유감스럽다.

그런데 판다를 보유하는 것은 거저가 아니다. 1975년에 발효된 워싱턴조약(절멸 염려가 있는 야생 동식물의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조약)에 따라 판다와 같은 희귀 동물은 다른 나라에 팔거나 기증할 수 없게 됐다. 대신 돈을 받고 장기 임대해주고 있다. 한국에 온 판다도 임대기간 15년에 매년 판다 번식 연구기금으로 100만 달러(약 12억 원)를 내야 한다.

게다가 고향을 떠나온 동물을 잘 관리하고 사육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 만약 판다가 잘못된다면 지금도 민감한 중국과의 관계에 자칫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서식 환경과 사육 기술이 다 좋아야 한다.

판다가 온 것을 계기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상지지계(喪志之戒)다. 진금기수(珍禽奇獸), 진귀한 새와 짐승에 대한 사랑이 지나쳐 사람보다 동물을 더 귀하게 알면 안 된다는 교훈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서경의 주서(周書) 여오(旅獒) 편에 “사람을 하찮게 여기면 덕을 잃고 좋아하는 사물에 정신이 팔리면 원대한 뜻을 잃는다”[玩人喪德 玩物喪志]는 말이 나온다. 주 무왕(武王)이 서려(西旅)라는 중국 서쪽의 부족으로부터 사나운 개를 받고 기뻐하자 소공(召公)이 한 말이다.

‘대망(大望)’이라는 대하소설을 보면 일본 전국(戰國)시대에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사돈이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게 아주 큰 잉어 세 마리를 보내면서 한 마리는 노부나가 자신이라는 말을 한다. 잉어의 크고 부리부리한 눈은 언제나 도쿠가와를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관리 와 사육에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도쿠가와의 충직한 가신이 주군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그 잉어를 잡아먹는다.

이처럼 희귀동물을 받는 나라에는 그 동물 자체가 큰 부담이 된다. 그러니 우리는 판다든 무엇이든 희귀동물을 받을 경우 의연하고도 성실하게 기르되 지나치게 얽매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두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는 없는 동물을 찾아서 선물하려 하지 말고 우리 고유의 문화와 사람을 다른 나라에 선물한다는 자세로 국제관계를 이끌고 외교활동을 하자는 것이다. 서경에서 소공은 이렇게 말했다. “무익한 일을 하느라 유익한 일을 해치는 일이 없으면 공이 이에 이루어지며 이상한 물건을 귀히 여기고 일상용품을 천히 여기는 일이 없으면 백성들이 풍족해집니다.  먼 지방의 물건을 보배로 여기지 않으면 멀리 있는 사람들이 올 것이요, 오직 현자를 보배로 여기면 가까운 사람이 편안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희귀 동물이나 식물은 없지만 빼어난 문화인, 뛰어난 체육인 등 한국을 전 세계에 자랑스럽게 떨쳐 보일 수 있는 인물자산이 풍부하다. 인물외교, 문화외교가 더 중요하고 영향력과 파급효과가 더 크다. 동식물은 잘 보호하고 인물은 잘 키워야 한다.

글쓴이: 임철순 이투데이 이사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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