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11억'…녹아내린 평창 하얼빈 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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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임금 11억'…녹아내린 평창 하얼빈 빙등
  • 박영심 기자
  • 승인 2016.02.05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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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박영심 기자]    동계올림픽 G-2년 붐 조성과 리조트 영업활성화를 목표로 야심 차게 준비한 '평창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가 임금 체불로 얼룩졌다.

5일 강원도개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 초까지 공사에 동원된 굴착기와 지게차 등 중장비 임차료와 근로자 임금 등 11억여원이 미지급됐다.

시행사인 ㈜트루이스트의 투자 유치 난항과 관람객 수요예측 실패로 자금이 부족했다. 체불액이 11억여 원까지 늘어난 데는 올겨울 이상고온 탓이 컸다.

준비 한창인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

평창 하얼빈 빙등제는 11월부터 행사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해 12월 23일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이상고온으로 얼음이 녹아 30일로 연기했다. 축제가 미뤄지는 동안 얼음조각 제작에 직접 참여했던 중국 아티스트 400여명과 용역 업체 직원들은 녹아내린 얼음조각을 바라보며 손을 놓아야 했다.

30일이 됐지만, 수은주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1월 8일에서야 점등식을 하고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애써 만든 얼음조각이 녹아내려 행사 일정에 차질을 빚은 바람에 얼음을 다시 들여와야 했다.

단시간에 보수하면서 야간작업까지 강행하자 인건비와 중장비 임차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예상 관람객 94만명을 목표했지만, 현재까지 20만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적은 관람객과 매출액 정산 문제로 행사장에 입점한 음식점 일부는 장사를 중단한 상태다. 중국 아티스트들도 6억원 가량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체불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근로자들은 트루이스트사를 비롯해 용역 계약을 체결한 시공사 시큐팜, 행사 부지를 임대한 강원도개발공사에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들은 책임 회피에 급급한 실정이다. 트루이스트사 측은 "본래 공사대금은 33억원이지만 행사가 두 차례나 연기되면서 10억원 이상 늘어났다"라며 "근로자들이 시위에 들어가면서 투자처들이 등을 돌려 추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직접 투자가 아닌 후원사로 참여해 트루이스트의 시공사와 용역 업체 선정, 자금 집행에 관여할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시공사인 시큐팜은 용역 업체의 요구에도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아 근로자들은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근로자들은 지난 30일부터 행사장 입구에서 체불 장비대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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