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8곳 “순환경제 목표달성 부담”... “규제 합리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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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10곳 중 8곳 “순환경제 목표달성 부담”... “규제 합리화 시급”
  • 김성숙 기자
  • 승인 2022.12.0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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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商議, 제조업 304개사 조사... 순환경제 정책목표 ‘다소 부담’(73%), ‘매우 부담’(13%)
- 정책인식... ‘기업 순환경제 적극 동참’(60%) VS. ‘정부시민 역할 우선 · 과도한 규제 포함’(40%)
- 기업 93%, 순환경제 사업 추진중...‘양질의 폐자원 확보 어려움’(29%) 등 애로사항
- 정책과제... ‘규제 합리화’(27%), ‘정부 주도 기술 R&D’(20%), ‘수거 인프라 개선’(19%), ‘인센티브 확대’(18%) 順

“석유화학공정의 부산물을 콘크리트 첨가제로 재활용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해당 첨가제는 현행법상 폐기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다. 폐기물을 거래하려면 판매‧구매 회사 모두가 폐기물처리업으로 등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폐기물 처리업으로 등록하는 데는 평균 1년 넘게 소요된다.”
_석유화학업 A사

“폐배터리 금속 회수를 하려면 운반차량과 재활용 설비를 중복해서 운영해야 한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일반 폐기물’이고 전기차 外 가정용 폐배터리는 ‘지정폐기물’이므로 차량ㆍ설비 등을 따로 가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용도만 다르고 원료는 동일한 폐배터리인데 폐기물 구분이 다르다는 이유로 설비를 2배로 가동하고 있다.” _폐배터리 재활용업 B사

“감귤껍질을 재활용해 골판지로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폐기물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 폐기물 규제를 적용받으면 폐기물처리업 인허가, 설치검사, 정기점검, 실시간 보고 등 의무를 준수해야 하므로 해당 기술 상용화를 고민하고 있다.” _제지업 C사

 

1회용품 사용 줄이기 확대가 시행되는 등 정부의 순환경제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제조기업 10곳 중 8곳은 순환경제 정책목표 달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기업의 순환경제 추진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6.2%가 순환경제 정책목표 달성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3.4%는 ‘다소 부담’, 12.8%는 ‘매우 부담’이라고 응답했고, ‘부담없음’은 13.8%에 그쳤다.

<표> 순환경제 정책목표

•폐기물 재활용률

(생활계) (’18) 62% → (’50) 90% (사업장계) (’18) 82% → (’50) 94%
• 탈(脫)플라스틱 목표(’50) (생활계) 100% (사업장계) 45%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대체
• 플라스틱의 재생원료 사용비중 (’30) 30%이상
• 생활폐기물 직매립 비율 (’18) 15% ⟶ (’22) 10%⟶ (’27) 0% 매립 제로화
•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 (’20) 0.1% → (’25) 3.6% → (’30) 10%

‘순환경제’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등을 통해 자원의 이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친환경 경제모델이다. UN 지속가능발전목표, 세계경제포럼 등에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 ‘폐기물 재활용률 90%이상’을 목표로 수립하고, ‘탈플라스틱’(’50년),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30년 30%),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27년) 등을 세부 목표로 설정했다.

기업들은 “순환경제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보다 정책 목표가 앞서고 있다”며,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탈플라스틱’, ‘플라스틱 열분해 처리비중 확대’ 등과 같은 세부 정책목표를 달성하려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기존의 원료ㆍ공정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정책에 대한 인식차...‘기업이 순환경제에 적극 동참해야’(60%) VS. ‘정부시민 역할 우선 · 과도한 규제 포함’(40%)

순환경제 정책에 대한 기업인식은 엇갈렸다. 순환경제 정책에 대해 ‘환경보호를 위해 기업 동참이 필요하다’(51.0%)는 응답과 ‘신사업 및 경쟁력 강화 기회’(8.9%)라는 응답이 59.9%에달해 긍정적인 인식이 더 높았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의 역할이 기업보다 우선돼야 한다’(20.7%)는 응답과 ‘과도한 규제가 포함돼 기업활동이 저해될까 우려된다’(19.4%)는 부정적인 응답도 40.1%에 달했다.

기업 93%, 순환경제 사업 추진중...‘양질의 폐자원 확보 어려움’(29%) 등 애로사항

응답기업의 93.4%는 순환경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진계획이 있는 기업은 2.6%, 추진계획이 없는 기업은 4.0%에 불과했다.

순환경제 사업 유형은 폐기물 감량, 재활용 체계 마련 등 ‘사업장 관리’가 67.5%로 가장 많았고, 제품 수명 연장, 중고부품 재생 등 ‘재사용’(24.3%), 폐자원 ‘재활용’(16.4%), 대체소재 사용 등 ‘친환경제품 개발’(15.4%), ‘제품 공유 및 서비스’(2.4%) 순으로 조사됐다.<복수응답>

대한상의는 “공급망 리스크에 따른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폐자원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폐배터리‧폐플라스틱 등 버려지던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사업장 관리부터 제품화까지 순환경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경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은 애로사항으로 ‘양질의 폐자원 확보 어려움’(29.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재활용‧대체 소재‧기술 부족’(27.0%), ‘재활용 기준 미비’(17.1%), ‘불합리한 규제‧제도’(14.8%), ‘재활용 제품 판매‧수요처 부족’(7.2%), ‘인센티브 부족’(4.3%)순으로 응답했다. <기타 0.3%>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양질의 폐자원을 조달하기 어려워 수거‧선별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업체 D사 관계자는 “전기차 폐배터리는 반납‧분리‧보관규정이 별도로 마련된 반면, 노트북‧핸드폰 등에 내장된 가정용 2차 배터리는 관련 규정이 없어 리튬·니켈·코발트 등 금속 회수가 가능한 배터리가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가정용 2차 배터리에 대한 분리수거 규정을 마련하고 지역 홍보와 지자체 관리를 강화해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폐플라스틱을 원사로 제조하는 E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무라벨 PET 병 제조 등 재활용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거‧선별과정에서 오염도가 높아, 국내에서 양질의 폐플라스틱을 조달하기 힘들다”며 “이로 인해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을 중국에서 칩 형태로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과제... ‘규제 합리화’(27%), ‘정부 주도 기술 R&D’(20%), ‘수거 인프라 개선’(19%), ‘인센티브 확대’(18%) 順

기업들은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로 ‘규제 합리화’(27.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정부 주도의 재활용 대체기술 R&D 추진’(20.4%), ‘폐기물 수거‧선별 인프라 개선‘(18.7%), ‘재활용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17.8%), ‘재활용 기준 마련’(15.5%)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기타 0.6%>

“시멘트업계에서 재활용을 하려해도 시멘트 KS기준상 혼합 비율이 10%로 규정되어 있어 슬래그 등 폐자원을 재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안전성을 담보하는 조건 하에서 KS기준의 혼합비율을 유럽처럼 조건에 따라 높여야 한다. 또한 염화비닐이 주성분인 폐플라스틱 등을 시멘트 연ㆍ원료로 재활용하면 콘크리트의 염화물 함량이 높아지는데 우리나라는 염화물 기준이 미국과 EU보다 2배 가량 높다. 품질과 강도를 충족한다는 조건으로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_시멘트업 F사

“생분해성 1회용품이 환경표지 인증에서 제외되면서 ’24년부터 일반 1회용품과 동일하게 무상제공금지, 재포장 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이전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사용을 장려하고 화이트바이오 산업 육성책을 추진했는데 바뀐 정책으로 규제를 적용받게 돼 수요가 위축됐다”

_화학업 G사

기업들은 R&D 지원이 가장 필요한 기술로 폐배터리 금속 회수, 폐플라스틱 열분해 등 ‘소재화 재활용 기술’(36.3%)을 꼽았다. 이어 ‘재사용 기술’(23.4%), ‘폐자원 선별 자동화 기술’(18.2%), ‘불순물 제거를 위한 후처리 기술’(15.8%), ‘에코디자인/대체재 기술’(6.0%)순으로 답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표한 기술수준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재활용 기술수준은 EU를 100으로 보면 한국은 80으로 일본(95)과 미국‧중국(85)보다 낮은 수준이다. 대한상의는 재활용기업 규모가 영세하다보니 기술투자 여력이 없고 기술개발 속도가 더딘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향후 10년내 5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재활용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과감하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규제 합리화와 기술개발, 폐자원 확보 인프라가 시급하다”며 “기업들이 정부의 순환경제 정책에 동참의지가 높지만 목표달성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순환경제 사업에 대한 환경성과를 측정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