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김문호 , 그의 예술 세계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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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문호 , 그의 예술 세계와 만나다.
  • 코리아포스트
  • 승인 2009.12.2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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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청계면 월선리 예술인마을 입구를 지나 김문호 작가의 집 문전에서 벌써 그를 만난 듯 했다. 곧게 뻗은 푸른 대나무가 그의 집을 감싸 안고 있었고, 그 사이로 보이는 흙집은 잠재되어 있던 자연 회귀의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2009년 11월 23일 아침 김문호 작가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다완 ( Dawan Tea Bowl 2007)



‘조화(調和)와 공존(共存)을 지향하는 선(線)의 세계’


'어울림, 균형과 조화 그리고 그리움' 



Q 예술철학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재료입니다. 물론 자연에서 발견하여 사용하고, 사용하며 다시 찾아내다 보니 좀 더딥니다. 몇 백 년이 지나도 우리 선조들의 도자가 그 고운 빛을 간직하는 것은 바로 자연에서 온 재료를 잘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흙이 다르면 맛도 다 다릅니다. 직감이 중요해요. 앞산에서 한 포대, 뒷산에서 두 포대 이런 식으로 흙을 찾아 도자소지를 만듭니다. 유약은 데이터를 기본으로 하기도 하지만 흙의 배합에 따라 데이터에 변화를 줍니다. 그러나 제 도자소지는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불속에서 무궁무진하게 변화하는 흙을 일정한 데이터에 따라 운용할 수도 없거니와 불과 흙과 사람의 자연스런 조화와 공존의 모습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자연생태의 대물림처럼 배태된 내 작품은 언제나 같은 것이 나올 수 없지요. 그래서 저는 만들어진 제 작품을 파괴하거나 버리지 않습니다. 그것 자체가 지닌 생명으로 대해요. 깨지면 깨진 대로 망가졌으면 망가진 대로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대로 보듬어 안고 갑니다.


그래서 저는 밑그림을 그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스케치를 해봤자 불은 언제나 다른 형태의 도자기를 탄생 시킵니다. 또한 저는 언제부턴가 불이 흙을 굽는 도구가 아니고, 흙과 어우러져 도자기라는 새로운 생명을 낳는 어미의 품으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전 오직 흙을 빚어 판을 만들고 내 마음속에 담겨있는 형상을 불에게 맡길 따름입니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생활자기의 특징은 너무 곱다는 거에요. 생활자기의 표면이 지닌 매끄러운 질감은 우리의 촉각을 약화시키죠. 저는 도자기를 통해 인간이 지닌 오감을 모두 끌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될수록 큰 흙덩어리를 넓고 거칠게 사용합니다. 이는 시각을 강화하고 촉각을 유발시킵니다. 또한 거칠게 다뤄진 도자기의 내면에서 지속적으로 미세하게 진행되는 균열을 통해 청각도 느낄 수 있고, 오랫동안 수분과 접촉한 찻잔에 베이는 잔 균열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앉혀지면서 생기는 도자기의 청음은 그대로 아름다운 청각을 느끼게 합니다. 가마에서 막 나온 도자기 내음과 불내음 등의 후각적 요소와 더불어 도자기는 미각적 요소도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잘 구워진 도자기는 입술을 댔을 때 단맛이 난다고 하는 데 아쉽게도 저는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경지입니다.”

김문호 선생은 탑 작업도 굉장히 많이 했다. 특히 2003년 3회 개인전에서는 108개 탑만으로 전시를 가졌다. 하나의 소재를 바탕으로 도자의 세계를 조형어법으로 풀어낸 108개 탑은 현대도자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아! 이런 탑(塔)도 있구나’



Q 108개 탑의 의미


 


 “108탑의 의미는 종교적인 차원의 해석보다는 우리 선조들의 문화유산 속에 녹아난 숨결을 제 나름의 해석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탑을 홀수로 빚어 절제와 균형, 조화로 대표되는 기존 탑의 미학적 질서를 해체하였다. 더러는 탑신부를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 이것도 탑이다. 이런 탑도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한층한층 쌓아올리는 일반적인 탑쌓기 방식을 무시하고 덩어리째 탑을 쌓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조승기 시인과 대불대학교 윤상기 교수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어느만큼 세월이 흘러가야 저런 아름다운 균열이 번져날까. 김문호처럼 파(破)를 이용해 작품의 품격을 높이는 도예가를 일찍이 본 적이 없다. 김문호는 그 파마저 자신의 생각대로 작품의 완성도에 참여시키는 셈이다. 김문호의 탑들은 상처를 받거나 상처를 입어서 더욱 큰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김문호는 보이지 않는 가마 안의 불마저 조종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실수까지도 몸에 붙여 극히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바꿔버린다. 말하자면, 그는 흙의 성질을 이용해 파를 자유자재로 다뤄 자신의 의도대로 만들어낼 수가 있다. 치밀한 예술가적 계산에 의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만큼의 파를 끌어낸다. 김문호는 거친 흙을 거칠게 쓴다. 나는 이 점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라고 본다. 물론 거칠음을 화장토를 사용해 부드럽게 다스릴 줄도 안다. 다른 작가들이 시각적인 성형에 의지한다면 그는 촉각에 의존한다. 또 기름 가마 사용으로 작품의 의외성을 더 강하게 추구해 내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꺾어지고 풀어지는 선, 김문호는 선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쓰지 않는다. 앞산 뒷산의 선을 그대로 끌어와 기물에 사용한 다음 담 너머로 다시 보내 버린다. 그래서 그의 작품의 선들은 논두렁 밭두렁 같다. 탑의 선 하나하나가 특히 그렇다. 자연스러움은 일부러 시도하면 그 순간 사라져 버린다. 삶이 있는 그대로 작품 속에 묻어 나오면 그게 무위성의 발현 아닐까.’ - 조승기(시인,소설가) 서평 中 에서


 


‘낯선 108개의 탑은 새로운 형식을 통해 내용을 드러내려는 듯하다. 탑이 갖는 시각적 대칭성(symmetry)은 깨어지고 비틀어져 새로운 대칭성을 만들어간다. 점과 선을 통한 면의 완성이 아닌 '덩어리'(mass)로 다가온다. 덩어리 느낌은 외형적 형식에서만 아니라 만들어지는 방식에 의해서도 기인한다. 기존의 탑들이 아래에서 균형을 이루고 하나하나 쌓아가면서 구조적 안정을 이루어 형식미를 완성하는 것과는 달리, 108 탑은 한 몸으로 구성되어 하나를 이루고 있다. 새로운 형식미는 재료의 사용에서도 찾을 수 있다. 108탑은 흙을 재료로 했다. 탑은 재료에 따라 목탑, 전탑, 모전석탑, 석탑, 금은탑 등으로 분류되는데 흙 탑은 이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108 탑이 흙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그 거죽은 마치 오래된 청동 종()을 보는 듯하다. 흘러내리는 듯 녹아내리는 듯 어느 것 하나 선이 살아있지 않다. 그만큼 낡고 세월의 풍락를 견딘 것처럼 담담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새롭다.’ - 윤상기 교수의 서평 에서 


Q 작가님의 작품은 특징을 생략하고 단순화하고, 늘리고 줄이고, 자칫하면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는데 이런 균형감각의 비결이 있으신지요? 




“조형적 요소의 기초는 제가 원래 조각을 전공했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제가 고등학교 때 유일하게 칭찬받은 게 미술시간에 찰흙으로 화병을 만든 거였어요. 그래서 도자기 만들기로 결심했지요. 도자기를 몇 년 배우다가 정식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조각을 전공한 후 본격적으로 도예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조각공부는 도자기를 만들 때 평면을 넘어 입체, 공간까지 생각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조각을 배우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계에 부딪히지 않았을까 하는 -> 도예가 김문호 (Pottery Artist Kim Mun-Ho)    생각이 듭니다.”




적토(赤土)의 거칠고 투박한 맛이 살아 있는 월선리(月仙里)’



Q 적토와 무안분청


 


 “현재 많은 작가들이 소지 공장에서 만들어진 흙과 화공 유약을 사용하는데, 사다 쓰는 흙에서는 나만의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의 적토가 주는 거칠고 투박한 맛은 모든 흙을 만들어 쓰는 제가 추구하는 선()들을 만드는데 직접적으로 많은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1년 동안 손수 개인 작업장을 만들고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지요. 흙을 비롯한 모든 재료는 주변에 있다는 신념으로 찾아보고, 발견하고, 연구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모든 지역 작가는 재료를 지역에서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무안의 흙은 적토입니다. 적토는 불을 떼면 검은 빛이 됩니다. 월선리의 적토는 장석류가 많고 철분, 사토질, 와목 성분도 들어 있어 점력이 매우 뛰어난 특징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작품이 두껍고 커도 불 속에서 잘 깨어지지 않습니다. 좀 예쁘게 해주려고 분칠을 해 준 것이 무안분청입니다.


대학원 석사논문을 ‘무안분청사기 연구’라는 주제로 썼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15세기, 16세기를 거쳐 17세기까지 자료를 살펴보고 연구한 것이 지금은 무안분청에 대한 애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은 옛날에 함평, 목포를 포함하여 무안현이라 불렀습니다. 영산강 유역에 위치하여 해상교통이 발달하였고, 지금은 베어져 많이 볼 수 없지만 송림이 우거졌던 지역입니다. 흙, 물, 뗄감, 운송수단까지 박자가 맞으니 무안분청 가마터가 많습니다.”


 

Q 무안분청 일본전시는 어떻게 이루어진 것입니까?


 


 “전남 장흥에 소설가 김석중 형이 있는데 후원해 주실 분들과 함께 일본에서의 개인전을 제의했습니다. 일본 전시라고 하니, 무안분청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샘솟았어요. 그래서 개인전이 아닌 월선리예술인 마을의 도예가들과 함께 그룹전을 추진하였습니다. 이에 호응한 11명의 도예가와 함께 후쿠호카에서 그룹전시 <무안분청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스승


 


 “저의 첫 스승은 군제대하고 몽탄에서 만난 이정헌 형입니다. 저는 형에게 도예의 가장 기본인 물레를 배웠습니다. 두 번째 스승 최차란 선생님으로부터 도자기 보는 법을 배웠고, 물레에서 판작업을 하게끔 지도해준 윤광조 선생님으로부터는 작가로서의 갈 방향을 제시받았습니다.


하지만, 나만의 예술세계를 고민하다가 고향에 내려와서 한 동안 대외적인 활동을 접었습니다. 조형미학적으로 우리 것을 찾다가 한옥과 탑, 토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정헌 형께 도예의 기술을, 최차란 선생님께 도기 보는 안목을, 윤광조 선생님께 도예가의 정신을 배워, 세 분의 장점을 제 예술의 근간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Q 앞으로 전시계획


12월 1일 open 예정인 독일 전시를 앞두고 계신데요, 주요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주 작품은 '다완'이라고 부르는데, 차 마시는 그릇으로 소개할 수도 있고 조각품이라고 소개할 수도 있겠네요. 이 작품은 거친 흙에 초벌구이를 약하게 하고 유약을 두껍게 하여 우러나는 깊은 맛과 함께 콩재를 이용한 황금색이 어우러져 우주의 생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Q 독일 전시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을 듯


 


 “작년 인사동 가나화랑에서 '무안분청전'을 했습니다. 그때 독일에서 오신 보데미술관 관장이 제 작품을 보고 소장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보데미술관장의 선한 눈빛을 보고 그럼 우리나라 돈 만원 가치만큼 독일 돈으로 준다면 건네겠다고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독일전시가 추진되었고 2009년 12월 1일부터 2010년 1월 20일까지 전시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장소는 독일 뉘른베르크 보데미술관입니다.”




Q 한국의 멋 문화를 어떻게 계승, 전달하고 싶은지


 


 “먼저 우리 문화를 알고 그것이 바탕이 될 때, 외국문화도 배울 수 있고 세계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안분청을 알리는 것이 저의 사명이 되었습니다. 요즘 외국 여러 나라의 식단에 맞춰 분청으로 표현 할 수 있는 접시 형태의 생활자기 project 구상 중 입니다.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전남 무안군 청계면 월선리 663-1 T +82-61-453-2996 C +82-10-3871-7316
월선리 예술인마을 김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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