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3곳,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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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10곳 중 3곳,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받아
  • 이미영 기자
  • 승인 2022.08.28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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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애로사항 : 비용 부담(35%), 제도 및 인프라 미흡(24%), 관련 정보 부족(23%)순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 ... 전력소비 5대 기업 사용량(48 TWh)>재생에너지 발전량(43 TWh)
정책과제 :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정(23%),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20%) 순

#1.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A사는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로부터 배터리 제조과정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납품 수주의 기본 조건으로 요구받고 있다. 또한 베터리 제품의 탄소발자국 분석을 통해 일정 탄소배출량 이하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맞추려면 A사는 물론 협력사들까지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A사는 우선 재생에너지 조달이 용이한 해외공장에서 생산한 제품 위주로 납품하고 있으며 국내 생산 제품의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사용 로드맵을 협력사와 함께 논의 중이다.

#2. 반도체 제조업체 B사는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가 Scope3(기타 간접배출)까지 확대되면서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에 대한 문의를 받고 있다. 지금 당장 제조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기업도 있지만 많은 기업이 B사의 중장기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와 협력사의 제품 생산 과정에서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문의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중장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3. 글로벌 수요기업에 기저귀 등 위생용품 소재를 납품하는 C사는 최근 납품 과정에서 C사 제품을 재생에너지로 생산할 경우 탄소감축이 얼마나 되는지 제출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아직은 재생에너지 사용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는 없지만 가까운 시일내 요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이 글로벌 공급망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조분야 대기업의 10곳 중 3곳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수요기업 :  RE100에 참여하는 애플, BMW, 폭스바겐 등 글로벌 수요기업은 납품하는 공급망 협력사에게 제품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응답했다. <‘아직 요구받은 적 없다’ 85.3%> 대기업은 28.8%, 중견기업은 9.5%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지만, ‘2025년까지’는 33.3%, ‘2026~2030년’은 9.5%로 나타나 대응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해진 시기는 없다’ 19.1%>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최근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8월 현재 애플, 구글, BMW 등 379개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 7개사,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22개사가 이미 RE100에 가입했으며 삼성전자는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RE100 캠페인 자체는 구속력이 없지만,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면서 관련 국내 기업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는 단계다. ‘2021년 글로벌 RE10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 중 77개사는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실제 해외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청받더라도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꺼려하는 기업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RE100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수출 경쟁력에 큰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100 애로사항 : 비용 부담(35%), 제도 및 인프라 미흡(24%), 관련 정보 부족(23%) 順

 국내 기업들은 RE100 참여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비용 부담(35.0%)을 꼽았다. 이어 관련 제도 및 인프라 미흡(23.7%), 정보 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 순으로 응답했다. <‘기타’(0.8%) >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RE100을 이행하려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짓거나,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통해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거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 세 가지 조달 방식에 드는 비용이 각각 유럽의 1.5~2배 수준”이라며 “특히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등은 수십년 동안 일회성으로 구매해야하는데 중소·중견기업에게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설치하려면 주민 민원 등 이해관계자와의 갈등 문제가 발생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발전사업자와 같이 주민연계형 사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거나 정부-기업-주민 협력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 ... 전력소비 5대 기업 사용량(48 TWh)>재생에너지 발전량(43 TWh)

아울러 대한상의는 근본적인 문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을 지적했다. 2021년 국내 전력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대상 한전의 전력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전력소비 상위 5개 기업은 47.7 테라와트시(이하 TWh), 30개 기업은 102.9 TWh의 전력을 소비했는데 2021년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 TWh에 불과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43%로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OECD 평균(약 30%)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의 국내 RE100 가입 기업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보다 적지만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정책과제 :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 온실가스 감축실적 인정(23%),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20%) 순

기업들이 RE100 참여를 위해 희망하는 정책과제로는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1%)가 가장 많았고,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23.2%),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9.8%),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6.5%) 순으로 조사됐다. <‘부대비용(망사용료, 수수료 등) 인하’(14.9%), ‘기타’(0.5%) >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대한상의는 ▲ PPA 주민참여형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 ▲ 녹색요금제 구매시 부가비용 면제 ▲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대형사업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6개 정책 지원과제를 제안했다.  

한편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을 고려해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기업의 62.2%는 ‘국내 현실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37.8%는 ‘실효성이 없다’고 응답했다.

CF100(‘24/7 Carbon-Free Energy’)은 24시간 일주일 내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풍력, 태양력, 원자력발전 등의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실시간으로 공급받아 사용하자는 캠페인으로 RE100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데 비해 CF100은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자력발전, 연료전지 등도 포함된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7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재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협력사가 1만 개 이상으로 파악되는 만큼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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