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간호사 중심 간병으로 감염 철저 통제..한국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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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간호사 중심 간병으로 감염 철저 통제..한국과 비교
  • 피터 조 기자
  • 승인 2015.06.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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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을 갖췄다는 한국에서, 그것도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메르스가 급속도로 퍼지면서 가족이나 보호자가 환자를 직접 돌보는 한국적 간병·문병 문화가 메르스 확산의 한 요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간호사 중심의 간병 체계가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데다 가족과 보호자의 병문안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감염 통제도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병원·병실 문화와 크게 대비된다.

 ◇주요 국가의 간병 제도 = 먼저 미국 병원의 경우 한국 병원과 가장 큰 차이점은 병실에 보호자용 간이침대가 아예 없다는 점이다.

직계 가족이나 보호자 대신 병원 소속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또는 병원 및 요양원과 계약을 맺은 전문 간호인력이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州)별로 간호법 및 간호인력에 대한 기준이 다르지만 대체로 검증된 간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간병 회사에 대한 정부 당국의 승인 및 규제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병원에 인력을 파견할 경우 해당 병원의 자체 스크리닝 절차를 거치게 돼 있다.

환자의 정서안정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가족들이 병원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주로 병실 밖에서 대기하며, 이때도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등 사전에 철저히 감염예방 조치를 취한다.

아울러 병상이 최대 2인용으로 제한돼 있는데다 점점 1인용으로 가는 추세여서 병원 내 2차 감염 가능성도 그만큼 적다.

워싱턴D.C. 일원 홈케어 업체인 케어피플의 홍은경 대표는 "미국은 공인된 간호사나 간호보조원이 돌아가면서 간병을 하는 시스템"이라면서 "간병 회사에 대한 주 당국의 승인 절차가 까다로울 뿐 아니라 회사 자체의 직원 관리도 엄격하다"고 말했다.

미국 피츠버그 대학 교수이자 미 감염병학회 회원인 아메쉬 아달자 박사는 철저히 훈련받은 간호사 중심의 간병 체계를 강조하면서 "가족들이 환자를 돌볼 경우 훈련받은 간호사들이 감염 예방조치를 하는 것과 똑같은 절차를 따를 수 없기 때문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독일에서 25년째 사는 한국인 교포는 "독일에선 간호사가 주사 행위 등 치료 보조 대신 간병을 주로 맡고 환자의 별도 비용 부담도 크지 않아 한국처럼 가족이 병원에 침대를 두고 숙식까지 하며 간병하는 것은 허용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상상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독일 병원들에선 또한 병문안도 시간대별로 제한하는 게 일반적이어서 수시로 환자 접촉이 이뤄지는 한국과는 현격하게 다르다.

영국 역시 방문객이 환자를 면회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어린 아이들의 경우 보호자가 병원에서 같이 지내면서 환자를 돌보기도 하지만 보호자가 병실에서 함께 잠을 자는 경우는 드물다.

방문객들은 병실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거나 알코올 세정을 해야 한다. 병원이 방문객들에 대해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은 '환자의 감염 위험'을 통제하는 것으로, 최근 사흘 이내 설사나 구토를 한 사람은 병실을 방문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병원 출입문 등에 붙여놓아 상기시킨다.

영국에서 10년 가까이 간호사로 일해 온 한 교민은 "이는 환자의 가족이 갖는 부담감이 한국에 비해 적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방문객이 병실에서 환자와 함께 음식을 먹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이는 문화적 차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도 아무 때나 마음대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 병문안을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병문안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엄격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병원 측이 의료진과의 사전 협의를 거쳐 환자 병문안이 가능한 면회 일시 및 시간을 사전에 환자 측에 통지하며, 환자 측은 이런 규정에 맞게 친지나 지인 등에게 알려 그 시간에 방문객을 맞이한다. 심지어 환자의 보호자도 면회시간에 맞춰 환자를 면회해야 하며, 한국처럼 보호자가 24시간 환자 옆에서 상주하면서 환자를 돌보지 않는다.

면회를 가더라도 병실 내에서 마스크 착용과 손세정은 의무사항이다. 1회용 마스크와 손 세정제가 각 병실에 비치돼 있어 방문객은 환자를 면회할 때 반드시 미리 손 세정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병원의 이런 엄격한 면회 통제는 환자와 면회객 사이의 상호 감염의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고 차단하기 위해 취해지는 조치의 하나다.

일본도 병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입원 환자 면회 시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정된 시간 이외의 면회가 의료 행위를 방해하고 입원 중인 다른 환자에게 불편을 준다는 판단이 깔렸다.

일례로 일반 병동의 평일 면회 시간은 도쿄도(東京都) 세이세이카이(濟生會) 중앙병원은 오후 3∼8시, 도쿄 지케이카이(滋惠會) 의대 부속병원은 오후 2∼8시 등으로 통상 오후에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병동 관리자의 판단에 따라 사정이 있는 경우 필요한 물건을 전하도록 예외를 인정해주기도 하지만 면회 시간 제한은 환자 가족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금기로 여기는 문화의 영향도 있어 단체 면회객이나 어린이의 환자 면회를 제한하는 병원도 있다.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일은 기본적으로 병원 측이 담당하게 돼 있다.

2차 대전이 끝나기 전까지는 가족이 병실에서 숙식하며 환자를 간병하는 것이 일상적이었지만 전후 미군 점령 기간 때 환자는 간호사가 돌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했고 이후 간호 인력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됐다.

1994년 사적 간병을 없애고 환자에 대한 간호 서비스의 수준을 향상하기 위해 이른바 '신간호체계'를 도입했고 이에 따라 입원 환자가 개인 간병인을 두는 것이 1997년 완전히 폐지됐다.

현재 일본의 병원에선 입원 시 '환자는 간호사가 돌보기 때문에 보호자가 병상 곁에서 돌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거나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안내하고 있다. 다만, 당사자가 보호자의 특별한 요청이 있는 경우 주치의가 환자의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일시적으로 가족이 곁에서 돌보는 것을 인정하기도 한다.

◇간병문화 차이 사회경제적 구조 요인도 =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와의 이런 차이는 단순한 문화의 차이를 넘어 의료보험제도와 병원수익모델 같은 사회경제적 구조 차이에도 기인한다.

작년 한국의 간호사 수는 인구 1천 명당 4.8인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9.3인이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의 2010년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는 4.5인 반면 미국, 영국, 일본은 각 0.71, 0.56, 2.0이다.

치료를 보조하면서 부분적으로나마 환자도 돌봐야 하는 한국의 간호사의 실상 및 인력난과 간병 시스템 미비는 관리되지 않는 무분별한 가족 간병과, 고용 간병인에 의한 간병을 유발하는 한 배경이라는 지적이다.

(코리아포스트 영문 관련 기사 : http://koreapost.koreafree.co.kr/news/view.html?section=162&category=182&no=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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