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우즈벡 사업 돌연 포기...증권시장에서도 '휘청'
상태바
한전, 우즈벡 사업 돌연 포기...증권시장에서도 '휘청'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1.08.06 16: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공사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진수 기자] 한국전력이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후 추진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첫 해외 천연가스(LNG)복합발전 사업을 백지화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입찰 마감을 코앞에 둔 중요한 시점에도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는 점에서 미심쩍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1년 가까이 준비한 사업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진 것인데, 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 단계부터 검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맞춰 친환경 사업과 관련된 성과를 내는 데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6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우즈베키스탄 LNG복합발전 사업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던 기존 결정을 최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1200~1600㎿ 규모의 복합발전소를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에서 남쪽으로 150㎞가량 떨어진 시르다리야 지역에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전 관계자는 "해당 사업의 리스크와 입찰 경쟁력 분석 결과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불과 두세 달 전까지 사업 수주를 위한 준비 작업이 한창이었지만 갑작스레 말을 뒤집은 것이다.

앞서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12월 해당 사업의 입찰안내서(RFP)를 한전에 발급하고 발전 자회사인 한국중부발전과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참가자격심사(PQ)까지 통과한 바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수주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발전회사인 아쿠아파워(ACWA)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꽤 구체적인 단계까지 사업 검토가 진행된 상황에서 갑자기 계획이 뒤집어 졌다는 점에서 '사업성'보다는 '입찰 경쟁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한전의 말대로 애초에 사업성이 없었다면 준비 단계에서부터 이를 모른 채 사업성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는 더 큰 문제다. 성과만을 위해 사업성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해외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입찰안내서를 받은 시점인 지난해 말부터로 잡아도 최소한 8~9개월 동안 헛심만 쓴 셈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계획 없이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모두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주먹구구식으로 세우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말 2050년 이후에는 해외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돌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현재 운영 중인 발전소에도 국제 환경 기준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계획에 발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석탄화력발전을 포기한 한전은 해외 사업에서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재 한전은 24개국에서 45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1995년 첫 해외 사업 진출 이후 누계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38조7000억원, 3조7000억원에 달한다.

앞으로 화력발전 사업 비중이 계속해서 줄어들면 LNG복합발전 사업이나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으로 이를 보완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성과 면에서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관련 사업 수주가 대폭 늘어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화력발전소를 더는 건설하지 않기로 했지만 당장 LNG,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한전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해외 사업에서 더 이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상장사인 한전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증시뿐 아니라 뉴욕 증권 시장에도 상장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고 있기 때문에 더 난감해질 수 있다.

매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스스로 포기한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까지 찾지 않는다면 배임에 가까운 행위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앞서 한전에 '한국 정부의 전기요금 투자 규제가 투자자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고 관련 자료를 요구한 바 있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현재 한전의 주가는 5년 전에 비해 60%가량 하락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앞으로 해외사업은 신재생, 가스복합 등 저탄소·친환경 사업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