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회장의 '고군분투'…"병든 닭 골라내자고 투망 던져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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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의 '고군분투'…"병든 닭 골라내자고 투망 던져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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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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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민주당 공정경제TF 정책간담회
대한상의-민주당 공정경제TF 정책간담회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진욱 기자] "기업들 일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병든 닭 몇 마리를 골라내기 위해서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인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습니까? 해결책이 이거 하나인가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관련 정책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법안 시행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꾸준하게 대화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와 토론을 통해 공정한 경제 질서를 세우면서도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두 가지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박 회장이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본인이 직접 자신의 의견을 처음 제시한 것은 지난달 21일이었다. 박 회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회가 경제에 눈과 귀를 닫고 자기정치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평소 합리적인 마인드로 여야 정치권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박 회장이지만, 이날만큼은 경제계와의 논의가 부족한 가운데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진행하고 있는 정치권의 행보에 대해 날선 비판을 보낸 것이다.

박 회장은 "기업에 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저희 기업들"이라며 "기업 측의 얘기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치권에서 일사천리로 합의하면 되겠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방법인지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 개정의 취지가 불공정거래를 바로잡고 대주주의 전행을 막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원인이 되는 동기가 있다"면서 "동기를 그냥 놔둔 채 결과만 가지고 간섭하고 규제하면 결국 부작용을 낳거나, 필연적으로 우회하는 방법을 양산하게 된다"고 짚기도 했다.

그러면서 "개정되는 규정 간에 상충되는 건 없는지,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최소한의 차단장치는 가능할지 않을지, 법이 아니라 규범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규범으로 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는 없는지 등을 충분히 논의했으면 하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긴급 기자간담회 다음날 직접 국회를 찾아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연이어 만나며 "문제점과 보완점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해주시면 얘기가 진전되지 않을까 한다"면서 경제계 의견 수렴을 재차 호소했다.

박 회장의 간절한 호소는 이날 민주당 공정경제 3법 TF(태스크포스)와의 정책간담회로 이어졌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도 "이번 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정부, 기업 등 관련된 모두를 봤을 때 어느 한쪽이 강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규제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해결 방법과 대안은 없는지 △현실적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은 무엇인지 등 세 가지 화두를 던지며 "이런 현실적 문제도 같이 검토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법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바운더리(boundary)이지만, 선진경제로 갈수록 법보다 규범에 의해서 해결할 일이 많아진다"며 "법만으로 모든 걸 규정하다보면 지나치게 되는 우려가 없지 않다. 어디까지를 규범으로 하고 어디까지를 법으로 할지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회장이 이처럼 정치권 설득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공정경제 3법'의 일부 조항들이 기업의 경영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상법·공정거래법 관련 '상의리포트'에서 일부 법안에 대한 보완장치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대한상의는 이중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조항에 대해 "투기펀드 등이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에 진출하려고 시도할 경우만이라도 대주주 의결권 3%룰을 풀어줄 것"을 대안으로 요청했다.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면 대주주 의결권이 3% 이내로 제한돼 회사 측 방어권이 극도로 제약되는 만큼, 해외투기펀드가 의결권에 개입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내부거래 규제대상 확대'와 관련해 "지주회사 소속기업들 간에 이뤄지는 거래에 대해서는 예외로 인정해 달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박 회장의 호소에 민주당 공정경제 3법 TF위원장인 유동수 의원도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공정경제 3법은) 정기국회에 반드시 해야 할 과제라 인식하고 있다"며 정기국회 내 통과 의지 또한 강하게 드러냈다.

박 회장의 '고군분투' 영향 때문인지, 여당인 민주당은 경제계와의 만남을 연이어 가지며 의견 수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당 공정경제TF 소속 의원들은 이날 대한상의와의 간담회 직후 한국경영자총협회로 이동, 손경식 경총 회장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당 내부에서도 경제계의 의견을 고려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경제3법에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재계에서 다른 건 어느 정도 상관이 없는데 3%룰과 감사위원 분리선임제가 쟁점"이라며 "대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도 "지금은 경제계 의견을 듣는 중"이라며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법안 심의가 시작되는 만큼, 서로 간 쟁점이나 구체적인 토론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선 논의하는 절차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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