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테마에세이 ㅡ43번째: '내' 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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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테마에세이 ㅡ43번째: '내' 와 '네']
  • 이미영 객원기자
  • 승인 2020.09.05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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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양준일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미영 객원기자]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기 이전 시절에 모든 연락처는 내 머리속에 있었다.
가족은 물론 친구, 지인의 생일도 마찬가지다. 모든 기억해야 할 것들이 모두 그랬다. 수첩이 없었다.

결혼으로 인해 기억해야 할 양이 최소한 두배가 넘는다. 그래도 다 기억한다.
역시 수첩없이 내머리 속에 담겨 있다.
나랑 같이 사는분은 본인도 기억 못하는 자신의 형 전화번호를 술술 말하는 필자를 신기해한다.

 대학에서 '영작문'을 강의하던 어느 해다. 영작을 한 학생들의 리포트를 체크 하고 다시 돌려준다. 물론 학점에 반영되는 리포트다.
학기가 끝날 무렵이니 꽤 여러번 리포트를 보게 된다. 수강인원이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학생이름과 어느 새 글씨체가 연결이 된다. 필자의 기억력이 최고조로 빛을 발한다. 

이름을 쓰지않은 리포트의 주인을 찾아 돌려준다.

''이거 학생 리포트 맞지? 이름을 안 써서 실점인데 한번만 봐주는거야.''

필자는 학생이름 기억 잘하는 교수, 그러니 대리출석은 꿈도 못꾼다. 하지만 이름 안쓴 리포트 주인을 찾아 주다니, 필자 자신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로 기억이 된다.

놀랄만한 필자의 기억력은 지금도 변함이 없을까...

머리속에 있던 전화번호는 모두 핸드폰에 담겨있다. 기억해야 할 생일, 스케줄 등 모든 정보도 마찬가지다. 즐겨부르는 노래가사는 외울필요가 없다. 손가락 한번만 터치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렇게, 내 기억력은 많은 양이 삭제되었다. 그렇다면 필자는 과거에 어떻게 그 많은 정보를 기억할수 있었을까.

'기억'의 사전적 정의는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심리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 정보·통신 계산에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시간만큼 수용하여 두는 기능.'이다.

사람마다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 기억하는 기술, 기억술이다. 정보를 단기기억장치가 아닌 장기기억 장치에 체계적인 방법을 사용, 의도적, 계획적으로 저장하는 두뇌활동이다.

기억술은 고대 그리스학문인 수사학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연설내용을 외우는 기술로 다루어지면서 시작된 것이다.

'시모니데스'는 초기 그리스 시인이다.
그는 생애의 대부분을 궁전을 돌아다니며 송가나 축가를 지었고, 왕의 공적을 찬양하는 노래를 지어 후한 보수를 받기도 했다. 

시모니데스가 테쌀리아 왕 스코파스의 궁전에 머물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연회 중 시모니데스에게 시종 하나가, 밖에 말을 탄 두 젊은이가 그를 만나길 원한다는 전갈을 한다. 그가 시종의 전갈을 받고 술자리를 빠져 나간 직후에 궁전의 지붕이 무너진다. 스코파스 왕과 손님들 모두가 죽었다. 시모니데스는 시체들이 앉아있던 자리를 기억해내어 유가족들이 시체를 확인하고 수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일화에서처럼 시모니데스가 사용한 기억술과 관련하여 '기억의 궁전 기억법',
'장소 기억법'이라고도 한다.

시모니데스가 사용한 장소 기억법은 물론 모든 기억전략은 관찰과 변환 그리고 반복하는 것이다. 기억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먼저 관찰을 하고 머리속에 관찰된 이미지를 떠올린다. 언어로만 기억했을 때는 3일후  10퍼센트정도만 기억을 못하지만 이미지와 함께 기억을 했을 때는 65퍼센트를 기억한다고 한다.

필자도 이미지를 떠올려서 나만의 마인드맵을 만드는 방식의 기억법을 사용한다.물론 전제는 '관찰'이다. 
학생들의 리포트를 볼 때 이름과 글씨의 특징을 관찰하고 두 가지를 '연합'한다.
연합된 이미지를 또 다른 새로운 제3의 이미지로 만든다.

그런식으로 저장됐던 정보들이 컴퓨터로 옮겨지고 관찰할 이유가 소멸되면서 기억의 용량도 줄어든다. 물론 기억의 노화를 막을 수 없는 세월도 한 몫한다.

지난 3일 채널 다이아 '재부팅양준일 EP-17번째' 부제는 '받아쓰기 대회'다.
양준일과 두명의 외국인 게스트가 대회에 참여한다. 역시 신선한 '재부팅' 이다.

1번문제다.
'아직 신에게는 열 두척의 배가 남아있아옵니다.'

마리나: 쓰레기?

모두 빵 터진다. 
힘 하나도 안들이고
폭소를 터트리게 한다.

이어지는 문제다.
'지금 내 기분이 그래...'

양준일의 답이다.
'지금 네 기분이...'

''선배님, 왜 '네'라고 쓰셨어요?''
'' '네'하고 '내'하고 차이점을 몰라요 사실...
''선배님이 쓰신 '네'는 you에요.''
 ''아... 그럼 저 '내'가 '나' 라는 뜻이에요?

양준일은 손가락으로 '내'와 '네'의 차이를 이해했음을 표현하며 확인한다.

''갇혀 있는게 나구,
속으로 들어오는 게 너구...''

제작진 전원 포복절도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양준일이다.

필자는 양준일 노래가사를 좋아한다.
대부분 그가 작사한 곡들이다. 

가사를 들을때마다,
그의 독특한 창착력에 매번 감탄한다.

'내'와 '네'의 차이를 '갇혀있는 것' 과 '속으로 들어오는 것'의 이미지를 메이킹한 그의 창의력, 기발하고 신선하다.

52만년에 처음 알게된 '내'와 '네'의 차이로 한바탕 큰 웃음을 준 재부팅.

유쾌한 컨텐츠에 박수를 보낸다.

Rocking Roll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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