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매각 무산되나...HDC현산 조정금액 인수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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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매각 무산되나...HDC현산 조정금액 인수 거절
  • 이진욱 기자
  • 승인 2020.09.0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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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진욱 기자] 채권단의 매각 대금 인하라는 최종 카드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재실사 요청을 고수하면서 결국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이 물건너 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채권단은 애초 계약한 매각 대금보다 1조원가량 적은 금액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었으나 HDC현산은 12주 재실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재실사와 관련, 채권단이 '통상적인 M&A 절차를 넘어서는 과도한 요구'라고 선을 그은 바 있어 계약 해지 책임을 둘러싼 공방 또한 한층 달아오를 전망으로 풀이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HDC현산의 최종 의사를 본 뒤 해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산이 사실상 인수거절을 표함에 따라 매각이 무산되면 채권단은 그간 준비했던 플랜B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엔 우선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이 투입된다. 

매각 작업은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며 어긋나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판 삼아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던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지난 4월 돌연 실사 작업을 중단했다. 

이후 6월에는 인수 계약 당시와는 상황이 달라졌다며 인수 조건을 전면 재검토하자고 나섰다. 그러나 채권단은 협상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판단해 수용불가를 선언, 이후 교착상태가 지속됐다.

"계약 무산의 법적 책임은 HDC현산에 있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압박성 발언에도 입장 변화는 없었다.  

'노딜'(매각 무산) 위기가 커지자, 산은은 지난달 26일 HDC현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공동 투자하는 방안을 최종적으로 제시했다. 당초 인수가격 2조5000억원 중 일부를 채권단이 부담하는 방식이었다. 

채권단이 애초 계약금보다 1조원가량 적은 금액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으나, HDC현산은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끝내 굽히지 않았다.  

이로써 채권단의 플랜B 가동도 본격화한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기안기금 지원으로 당장의 차입금 상환 압박을 막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안기금 지원만으로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만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 최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 정상화 과정을 거쳐 다시 매각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에 총 1조600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 중 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 영구채를 인수했다. 채권단은 올해도 3000억원의 영구채를 매입했다.

이를 전환하면 채권단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은 36.9%로 금호산업(30.7%)을 앞서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되면 노선 정리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 경우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 동남아, 일본, 중국 등 노선을 떼어준 뒤 향후 분리매각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인수가액 10%에 달하는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 문제를 둘러싸고 금호산업과 HDC현산 간 소송전도 예상된다. 

대규모 구조조정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당장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갈 가능성이 가장 큰데, 이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현재 노동시장 경직성을 고려했을 때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허 교수는 "아시아나항공은 글로벌 대형항공사로서의 입지가 애매한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의 맹렬한 추격을 받아야만 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에 차별화된 생존 전략 마련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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