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일테마에세이:27번째ㅡ경청]
상태바
[양준일테마에세이:27번째ㅡ경청]
  • 이미영 객원기자[영문학박사]
  • 승인 2020.07.21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미영 객원기자] 경청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인상깊게 읽었던 에세이의 내용이 떠오른다.

어여쁜 여자 후배를 지인에게 소개해준 A선배의 이야기다. 여자 후배는 활달한 성격이다. 지인 남자분은 말 수가 적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여자분은 상대남자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시종일관 수다를 떤다. 남자분은 그저 듣고 맞장구만 친다. 두 사람은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시간을 갖는다. 그것도 짧지 않은 시간을 말이다. 남자분과 헤어진 후 여자후배의 말이다.

''선배님 감사해요. 너무 재밌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셔서요.''

A선배는 후배가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고있다. 상대 남자가 후배 이야기를 잘 들어준 것이다. 시종일관 수다를 떤 여자는 남자가 잘 들어준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왔기 때문에 남자가 재밌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영어 단어 'interest'는 '관심을 보이다, 관심을 끌다'라는 의미다. 'interesting'은 '관심있는, 재미있는'이란 의미다.  
남자는 재밌는 사람이 아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 남자가 관심을 보이니 여자는 신이나서 수다를 떤다. 여자는 남자와 함께 있는 동안 즐겁다. 여자는 남자가 재밌는 사람, 'interesing'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경청'의 사전적 정의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들음'을 뜻한다. 경청과 관련된 말이 떠오른다. '이청득심'이다. '잘 들어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참 좋아하는 말인데 참 지키지 못하는 말이기도 하다.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이다.
나를 위한 경청ㅡ발견하자.
너와 나를 위한 경청ㅡ 공감하자.
모두를 위한 경청ㅡ상생하자.''
《경청: 조신영.박현찬》

지난 20일 '오피셜양준일ㅡ양준일 상담소 EPㅡ1' 컨텐츠는 양준일이 구독자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영상이다. 한 구독자의 고민이 흥미롭다. 구독자의 사연은  '회식때 노래방에 가서 분위기 띄우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양준일: 남의 노래를 잘 들어주는 거에요. 왜냐하면 대부분은 남의 노래를 잘 안들어요. 자기(자신) 다음 노래를 할 준비를 하거나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노래를 잘 들어주고
박수쳐 주고 관심있어 주는 자체가
'아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할수 있는 거 같아요.

필자는 그의 조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남의 말을 안 듣고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사람은 노래방에서도 다를 게 없다.
남이 노래할 때 벌써 자신의 다음 노래를 고르느라 바쁘다. 누군가 최대한 폼 잡고 노래하고 있는 데 묻지도 않고 훅 들어와 합창을 유도한다. 본격적인 말 끼어들기다. 무례한 일이다.

그런사람은 남이 노래할 때 박수치지 않고 잡담만 한다. 자기가 노래할 때 박수치지 않으면 빈정상한다. 심지어 빈정상함은 그 다음날로 연장된다. 점심도 같이 먹지 않는다.
참 재밌는 진풍경이다. 아니 재밌는 꼴불견이다.

'말'과 '노래'는 화자의 마음이고 의사표현이다.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다. 귀에 들리는 말 이면에 화자가 이야기하려는 의도를 헤아리고 진심 담긴 반응과 말까지 해 준다면 완벽한 소통이다.

엘리베이터에서 한 동에 사는 어르신이 무척 반갑다. 한 동안 안보이셔서 내심 걱정을 했기때문이다. 홀로 사시는 80이 넘으신 할머니시다. '어디 편찮으셨냐'고 여쭙자 '마음이 아팠다'고 말씀 하신다.

''아들이 가까이 있어도 소용없어요.
가끔 만나면 노인네 얘기 들어줘 고마워요.''

뭔가 아드님한테 섭섭하신게다. 아들에대한 섭섭함을 필자에 대한 고마움으로 표현하신다. 몇 마디 들어드렸을 뿐인데 민망하다. 작정하고 귀 기울여 들어드리면 딸 삼자고 하실 듯하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준다는 것은 '존재의 인정'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을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남의 말을 끊는 것이다. 심지어 무시하기도 한다.
잘 들어주려면 내가 말을 아껴야한다. 내말을 하기도 바쁘니 남의 말을 들어줄 수가 없다. 듣기보다 말을 하려는 이유는 자신이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이다.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하자.

''인간이 세 치 혀로 망한 적은 있어도
귀로 망한 적은 없다.
입은 자신을 주장하고,
귀는 다른 사람의 주장을 듣는다.
입보다 귀를 상석에 앉혀라.''
《탈무드》

양준일의 경청에 주목한다. 귀 뿐만 아니라 눈, 입, 손으로 듣는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상대방은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간혹 상대방으로부터  '듣고 있다니까 말해.' 라는 말을 듣게 된다. 간혹 필자도 해본 말이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데도 말이다. 경청은 커녕 소통실패다.

문학의 장르는 크게 '시', '소설', '드라마'로 대별된다. 필자의 전공이 '드라마'여서가 아니라 '시'라는 장르는 간혹 당황스럽다.
몇 줄 안되는 시에 그렇게 깊은 뜻을 담고있으니 말이다.

'오피셜양준일, 양준일상담소 EPㅡ1편'은 짧은 영상물이다. 무심코 보다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시'처럼 말이다.
웃고 끝나지 않는 생산적인 컨텐츠 덕에 '경청'을 헤아리니 신선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