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포스트 한글판 이미영 객원기자] 경청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인상깊게 읽었던 에세이의 내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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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여자 후배를 지인에게 소개해준 A선배의 이야기다. 여자 후배는 활달한 성격이다. 지인 남자분은 말 수가 적다.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여자분은 상대남자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시종일관 수다를 떤다. 남자분은 그저 듣고 맞장구만 친다. 두 사람은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시간을 갖는다. 그것도 짧지 않은 시간을 말이다. 남자분과 헤어진 후 여자후배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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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감사해요. 너무 재밌는 사람을 소개시켜주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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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선배는 후배가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고있다. 상대 남자가 후배 이야기를 잘 들어준 것이다. 시종일관 수다를 떤 여자는 남자가 잘 들어준 것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고 왔기 때문에 남자가 재밌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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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 'interest'는 '관심을 보이다, 관심을 끌다'라는 의미다. 'interesting'은 '관심있는, 재미있는'이란 의미다.
남자는 재밌는 사람이 아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다. 남자가 관심을 보이니 여자는 신이나서 수다를 떤다. 여자는 남자와 함께 있는 동안 즐겁다. 여자는 남자가 재밌는 사람, 'interesing'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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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사전적 정의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들음'을 뜻한다. 경청과 관련된 말이 떠오른다. '이청득심'이다. '잘 들어주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참 좋아하는 말인데 참 지키지 못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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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이다.
나를 위한 경청ㅡ발견하자.
너와 나를 위한 경청ㅡ 공감하자.
모두를 위한 경청ㅡ상생하자.''
《경청: 조신영.박현찬》

지난 20일 '오피셜양준일ㅡ양준일 상담소 EPㅡ1' 컨텐츠는 양준일이 구독자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영상이다. 한 구독자의 고민이 흥미롭다. 구독자의 사연은 '회식때 노래방에 가서 분위기 띄우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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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남의 노래를 잘 들어주는 거에요. 왜냐하면 대부분은 남의 노래를 잘 안들어요. 자기(자신) 다음 노래를 할 준비를 하거나 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노래를 잘 들어주고
박수쳐 주고 관심있어 주는 자체가
'아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할수 있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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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그의 조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남의 말을 안 듣고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사람은 노래방에서도 다를 게 없다.
남이 노래할 때 벌써 자신의 다음 노래를 고르느라 바쁘다. 누군가 최대한 폼 잡고 노래하고 있는 데 묻지도 않고 훅 들어와 합창을 유도한다. 본격적인 말 끼어들기다. 무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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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사람은 남이 노래할 때 박수치지 않고 잡담만 한다. 자기가 노래할 때 박수치지 않으면 빈정상한다. 심지어 빈정상함은 그 다음날로 연장된다. 점심도 같이 먹지 않는다.
참 재밌는 진풍경이다. 아니 재밌는 꼴불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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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노래'는 화자의 마음이고 의사표현이다.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이다. 귀에 들리는 말 이면에 화자가 이야기하려는 의도를 헤아리고 진심 담긴 반응과 말까지 해 준다면 완벽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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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한 동에 사는 어르신이 무척 반갑다. 한 동안 안보이셔서 내심 걱정을 했기때문이다. 홀로 사시는 80이 넘으신 할머니시다. '어디 편찮으셨냐'고 여쭙자 '마음이 아팠다'고 말씀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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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가까이 있어도 소용없어요.
가끔 만나면 노인네 얘기 들어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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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아드님한테 섭섭하신게다. 아들에대한 섭섭함을 필자에 대한 고마움으로 표현하신다. 몇 마디 들어드렸을 뿐인데 민망하다. 작정하고 귀 기울여 들어드리면 딸 삼자고 하실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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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 준다는 것은 '존재의 인정'에서 출발한다. 상대방을 완전한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남의 말을 끊는 것이다. 심지어 무시하기도 한다.
잘 들어주려면 내가 말을 아껴야한다. 내말을 하기도 바쁘니 남의 말을 들어줄 수가 없다. 듣기보다 말을 하려는 이유는 자신이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이다.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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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세 치 혀로 망한 적은 있어도
귀로 망한 적은 없다.
입은 자신을 주장하고,
귀는 다른 사람의 주장을 듣는다.
입보다 귀를 상석에 앉혀라.''
《탈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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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의 경청에 주목한다. 귀 뿐만 아니라 눈, 입, 손으로 듣는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상대방은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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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상대방으로부터 '듣고 있다니까 말해.' 라는 말을 듣게 된다. 간혹 필자도 해본 말이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데도 말이다. 경청은 커녕 소통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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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장르는 크게 '시', '소설', '드라마'로 대별된다. 필자의 전공이 '드라마'여서가 아니라 '시'라는 장르는 간혹 당황스럽다.
몇 줄 안되는 시에 그렇게 깊은 뜻을 담고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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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셜양준일, 양준일상담소 EPㅡ1편'은 짧은 영상물이다. 무심코 보다가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시'처럼 말이다.
웃고 끝나지 않는 생산적인 컨텐츠 덕에 '경청'을 헤아리니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