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관광버스 시위로 마비…"도심 진입금지 조치에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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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관광버스 시위로 마비…"도심 진입금지 조치에 항의"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8.12.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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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영목 기자] 해마다 무수히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이탈리아 로마의 도심이 관광버스 시위로 마비됐다.

20일(현지시간) 아침 일찍부터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로마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한 곳인 베네치아 광장에 몰려들어 허가 없이 길을 막는 통에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등으로 통하는 이 일대의 교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고 있는 것.

관광버스 운전자들은 내년부터 모든 관광버스의 도심 접근을 금지하는 로마시의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고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전했다.

로마시는 하루에도 수백 대에 달하는 대형 관광버스가 유발하는 교통 체증과 공해, 인명 사고 등을 막기 위해 내년 1월 1일을 기해 허가받지 않은 모든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하루 6유로만 내면 도심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관광버스들은 내년부터는 하루 180유로를 내고 허가를 받아야 주요 관광 명소가 몰려있는 도심에 들어올 수 있게 된다.

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진 뿔난 관광버스 운전자와 업주들은 이날 시위에서 로마시를 이끄는 집권 '오성운동'의 깃발을 불태우며 시의 결정에 반발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내년 1월부터 우리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벌써 내년에 예약된 단체 관광의 10%가 취소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사진=내년부터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을 금지한 로마시의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관광버스 수십 대가 20일 로마 도심 베네치아 광장을 막으며 도심 교통이 마비됐다.(연합뉴스 제공)

관광업계는 이번 조치가 관광버스 기사의 일자리를 위협할 뿐 아니라 도심의 가게와 여행 가이드, 식당 등 연관 산업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이탈리아의 핵심 산업인 관광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이날 시위에 대해 "로마를 관광버스의 볼모로 삼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도심을 마비시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오성운동 소속의 라지 시장은 관광버스의 도심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한계 상태에 달한 로마시의 교통 혼잡과 공해를 줄이고, 공해에 취약한 고대 유물도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시위에 참가한 관광버스의 번호판을 압수해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버스가 유발하는 만성적인 교통 체증에 지친 로마 시민 대부분은 이번 시위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로마에서는 지난 2개월 동안 관광버스에 치여 보행자 1명과 자전거를 타고 가던 시민 1명이 잇따라 사망하자 무분별한 도심의 관광버스 운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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