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호·창하오·양국 대사 참여한 한중 반상외교 "결과는 윈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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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창하오·양국 대사 참여한 한중 반상외교 "결과는 윈윈"
  • 김진우 기자
  • 승인 2017.11.1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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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진우 기자] "바둑판에서 조화를 이룬 것처럼 한중관계에도 좋은 일이 있기를 기대한다."

한중 바둑의 전설과 외교관이 '반상 외교'로 서로의 우정을 확인했다.

'돌부처' 이창호 9단과 추궈홍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 신도시 여울공원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 야외무대에서 바둑팀을 이뤘다.

상대는 이창호 9단의 영원한 라이벌 창하오 9단과 노영민 주중한국대사. 창하오 9단-노영민 대사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대사공관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창호 9단-추궈홍 대사는 창하오 9단-노영민 대사와 원격으로 화상 페어 바둑 대결을 벌였다.

이창호 9단과 창하오 9단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대회에서 맞수로 우정을 쌓은 한중 바둑의 전설이다.

노영민 대사와 추궈홍 대사는 바둑애호가다.

노영민 대사는 한국기원 아마 5단증을 받았고, 추궈홍 대사는 한국기원과 중국기원에서 모두 아마 5단증을 받았다. 모두 프로기사와 6점을 두고 대국할 정도의 기력을 자랑한다.

페어 바둑은 수를 두기 전에 파트너의 의중을 파악하고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호흡이 잘 맞는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페어 바둑에서는 이창호 9단-추궈홍 대사가 백을 잡았다. 수를 두는 순서는 노 대사, 추 대사, 창하오 9단, 이창호 9단 차례로 진행됐다.

대국 결과는 이창호 9단-추궈홍 대사가 262수 만에 백 반집 패를 당했다.

하지만 추 대사는 "모두가 이겼다"며 기뻐했다.

▲ 사진=11일 오전 중국 베이징 한국 대사관저와 경기도 동탄여울공원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바둑대축제'에서 동시 진행된 '한중 바둑 전설, 대사 페어대결'에서 노영민 주중 한국대사(오른쪽)와 창하오 9단이 경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대결은 한국의 이창호 9단·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중국의 창하오 9단·노 대사가 같은 편을 이뤄 진행됐다.(연합뉴스 제공)

한국 바둑 규칙으로는 이창호 9단-추궈홍 대사가 반집 패를 당했지만, 중국 바둑 규칙을 적용하면 반집 승이 된다는 것이다.

이창호 9단-추궈홍 대사는 백을 잡았다. 한국에서는 덤으로 6집 반을 주는 반면, 중국에서는 우리식으로 7집 반을 덤으로 준다.

이에 따라 반집 승부에서는 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승패가 뒤바뀔 수 있다.

추 대사는 대국 후 "중국 룰로는 우리가 이겼고, 한국 룰로는 중국에 있는 팀이 이겼다"며 "우연히 모두가 이긴 아주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총평했다.

그러면서 "이는 '윈윈' 양자 관계를 보여준다. 중한 관계도 윈윈이 되기를 바란다"며 "오늘 대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창호 9단은 "대사님께서 초반에 잘 두셔서 승리를 낙관했는데, 끝내기에서 저에게 문제가 있었다"고 패배의 탓을 자신에게 돌리고는 "이렇게 좋은 대회를 계기로 바둑이 더욱 사랑받기를 바란다. 우리도 더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창하오 9단과 오랜만에 대국한 데 대해서도 "즐거운 바둑이었다"고 반겼다.

노 대사는 "'반집의 사나이' 이창호 9단 팀을 반집으로 이겨서 기쁘다. 제가 한 것은 별로 없고 창하오 9단이 버텨주셨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반상에서 한중이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너무 흐뭇했다. 한중은 전통적으로 우호적이었고 공통 문화가 많은데 그중 으뜸은 바둑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좋은 일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 대사는 대국 전에도 "반상 위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며 바둑을 두듯이 한중관계도 조화를 이뤄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창하오 9단은 "바둑을 통한 한중 문화교류 활동에 직접 참여해 뜻깊었다"며 즐거워했다.

한국기원은 사드 배치 문제로 냉각된 한중관계가 조금씩 풀리는 가운데 이번 페어바둑 대결이 한중 가교를 놓을 바둑 외교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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