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KLPGA는 '지현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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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KLPGA는 '지현 전성시대'
  • 김백상 기자
  • 승인 2017.07.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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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같은 ‘지현’이들이 투어를 지배하고 있다.

[코리아포스트  김백상 기자] KLPGA 투어에 재밌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현 돌풍’이 바로 그것이다.

'지현 돌풍' 5번째 주인공을 차지한 오지현의 우승은 KLPGA 우승자는 '지현'이라는 특이한 공식을 만들었다.

지난 5월 'E1 채리티오픈' 이지현2의 우승을 시작으로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김지현2, 'S-OIL 챔피언십'과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2주 연속 우승한 대세 김지현 그리고 이번 오지현까지 5주 연속 '지현'이라는 이름의 선수가 우승하는 진기록을 이어갔다.

7월 2일 끝난 ‘초정리탄산수 용평오픈’에서 아마추어 최혜진의 우승으로 ‘지현 우승’은 끝이 났지만 공동 2위에 김지현이 오르면서 ‘지현 돌풍’을 이어갔다.

2017 시즌 1부 투어에서 활약중인 ‘지현’이라는 이름의 선수들은 김지현, 김지현2, 오지현, 이지현2 등 4명이 있다. 올 한해 ‘지현’이 얼마나 더 많은 승수를 챙겨갈지 새로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지현2(20, MY문영골프단) - 1996. 6. 29 입회: 2014. 5 키: 175cm

이번 ‘지현 돌풍’의 첫 주자는 MY문영 골프단 소속의 이지현2였다. 1996년생 이지현2는 2014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했다. 이듬해부터 정규 투어에 진출한 그녀는 그해 18개 대회에 참가해 8회만 본선에 올라 상금 순위 90위를 차지했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즈 15위와 이수그룹 37회 KLPGA선수권에서 19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다. 1부 투어 잔류를 위해 시드전을 봐야했던 이지현2은 시드전 본선에서 11위를 하며 2016년에도 정규투어에 남게 됐다.

루키 시즌을 보내고 2년차엔 좀 더 적응된 모습으로 성적 또한 나아졌다. 큰 키를 활용한 시원한 드라이버샷을 앞세워 톱10에 네 번이나 들었다. 그 중 두 번은 제주 삼다수 마스터즈 4위와 혼마골프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5위를 거두는 등 톱5에도 2번 들으며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상금도 데뷔 첫해 벌어들인 32,888,334원 보다 1억 2천만원이나 더 벌어 들이며 154,858,821원으로 41위에 자리해 정규투어 자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이지현2는 올 시즌 확 달라진 모습으로 투어에 나타났다. 5월 둘째 주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를 하며 가능성을 보인 그녀는 드디어 5월 마지막 주 열린 ‘E1 채리티 오픈’에서 기다리던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지현 돌풍’의 서막을 전했다.

김지현2(25, 롯데골프단) – 1991. 11. 9 입회: 2009. 6 키: 160cm

두번째 지현 돌풍의 주인공은 롯데 골프단 소속 김지현2다. 김지현2는 2009년 입회해 2010년 시드전을 거처 2011년부터 1부 투어에 입성했다. 그해 13개 대회에 참가해 10개 대회에 본선에 오른 그녀는 상금순위 65위(44,862,223원)로 60위까지 주는 1부 투어 시드를 잃고 다시 시드전을 보게 된다. 2012년 ‘LIG 손해보험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한 김지현2는 2억2천만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 상금순위 14위로 여유 있게 1부 투어 잔류를 한다. 투어 적응을 마친 김지현2는 ‘넵스 마스터피스 2013’에서 다시 한번 우승을 하며 지난해와 같은 상금순위 14위(약 2억 4천만원)에 자리한다. 2014년 상금 순위 18위(약 2억 2천만원), 2015년 상금순위 23위(약 2억 3천만원), 2016년 상금순위 14위(약 3억 3천만원)에 오르는 등 꾸준한 성적을 보여준 그녀는 올 시즌 제주에서 열린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투어 통산 3승째를 거둔다. 6월 말 현재 3억원에 가까운 상금을 벌어 들이며 상금랭킹 6위에 오른 김지현2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한화 김지현과는 1991년 11월 생으로 나이가 같고 생일만 12일 빠르다. 주니어 시절부터 함께 운동하며 좋은 동료이자 라이벌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녀들은 2009년 6월 프로 입문도 함께한다.

당시 프로 테스트 성적이 김지현에 한 타가 모자라 입회할 때 이름 뒤에 숫자’2’를 붙였단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키 큰 지현 키 작은 지현이라고도 불리웠다.”며, “당시에는 속이 상했지만 오랜 시간 김지현2로 불리며 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지금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지현(25, 한화골프단) – 1991. 11. 21 입회: 2009. 6 키: 168cm

지난 시즌 박성현은 KLPGA에서 독보적인 기량을 보이고 LPGA 무대로 떠났다. 많은 골프팬들과 관계자들은 국내 여자 골프의 스타 플레이어들이 연이어 미국 무대로 떠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시즌이 시작됐고,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는 다양한 선수들의 우승 소식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국내 무대엔 여전히 잠재성을 가진 세계 정상급 기량의 여자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김지현은 8년만에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1부투어 첫 우승을 했다. 그리고 6월 연이어 열린 ‘S OIL 챔피언십’과 시즌 첫 메이저 대회 ‘기아차 한국여자오픈’에서 2주 연속 우승을 하며 지난 8년 간의 갈증을 원없이 풀고 있다.

가장 먼저 3승 고지에 오른 김지현은 김해림(2승) 말고는 다승자가 없는 투어 판도에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7월 2일 끝난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아마추어 최혜진에게 1타차로 우승을 놓쳤지만 끝까지 우승 다툼을 벌였다. 비가 많이 내린 가운데 6주 연속 ‘우승자는 지현’이라는 공식을 이어 가진 못했지만 대세로 불리기엔 충분했다.

그녀는 지난 8년간의 투어 생활 중 여러 차례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늘 밝은 표정으로 우승자에게 축하를 해주며 내공을 쌓아갔다. 그리고 첫 우승을 한 ‘KG 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대회에서 인터뷰 내 흘린 눈물은 그간의 맘 고생을 알았기에 더욱 뜨겁게 느껴졌다.

대세로 불린 많은 선수들이 미국 무대로 진출한 것과는 다르게 김지현은 국내 무대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단다. 혹 국내에서 치르는 LPGA 대회에서 우승한다 하더하라도 미국 진출은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가까운 일본이라면 모를까 지금 나이에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건 아무래도 무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여전히 많은 대회가 남아있는 KLPGA 무대에서 앞으로 얼마나 더 우승을 하고 기뻐하게 될 지 그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오지현(21, KB금융그룹) – 1996. 1. 3 입회: 2013. 10 키: 169cm

갸날픈 몸매와 앳된 모습으로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오지현은 생김새와는 다르게 드라이버 거리가 250야드 가까이 되는 투어 장타자다. 2013년 프로로 입회 후 시드전 10위 성적으로 이듬해부터 본격 1부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2014년 23개 대회에 참가해 두 번째 대회였던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14’에서 9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도 9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참가하는 대회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해 상금 순위 64위에 그쳐 다시 한번 시드전을 보게 된다. 시드전 4위 성적으로 다시 한번 1부 투어에 도전하게 된 오지현은 두 번째 시즌엔 완전 다른 선수가 됐다. 27개 대회에 참가해 컷 탈락은 한번만 당하는 꾸준함을 보인 끝에 11월 시즌 막바지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 2015’에서 당당히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다. 부산이 고향인 그녀는 인터뷰에서 “첫 우승을 부산에서 하게되 기쁘다.”며, “우승도 기쁘지만 시드 걱정을 안해도 되는 것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그만큼 1부 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의 실력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다. 조금만 방심해도 컷 탈락으로 이어진다. 두 번의 시드전을 거치면서 오지현은 더욱 강한 선수로 돌아와 덥썩 우승까지 차지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우승을 차지하며 투어 강자로 서서히 입지를 굳혀갔다. 상금 순위 역시 10위권에 오르며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보장 받고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컬러로 KLPGA 무대를 물들여간 오지현은 6월 마친 ‘비씨 한경 레이디스컵 2017’에서 우승하며 타이틀 방어에도 성공 했다. 이번 우승은 5월 이지현2의 우승으로 시작한 ‘지현 돌풍’의 5주 연속 진기록의 마지막 결과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우승한 선수들은 많이 있다. 다들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상을 경험했다.

우승자들에게는 예전 쿵푸 영화가 전성한 1980년대의 영화와 드라마 주인공들의 단골 배역인 숨은 무림 고수 같은 느낌이 있다. 저마다 고유의 기술과 전통을 가지고 또 다른 고수들과 합을 겨루며 어지러운 세상을 평정해 나가던 무림 고수와 같은 깊은 울림이 그녀들에게 보인다.

‘지현’이라는 이름은 흔한 이름이다. KLPGA에는 이들 4명 말고도 ‘지현’이란 이름을 쓰는 선수가 더 있다. 이들 4명이 지금 투어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듯이 아직 2부 투어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다른 ‘지현’이 들도 하루 빨리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려 본다.

(사진 = 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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