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전 미국 간 김은호 '미인승무도'…국내서 첫 보존처리
상태바
60여년 전 미국 간 김은호 '미인승무도'…국내서 첫 보존처리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7.05.21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한글판 김영목 기자] 195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당(以堂) 김은호(1892∼1979)의 '미인승무도'가 처음으로 국내에서 보존처리됐다.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 플로리다대 새뮤얼 한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인승무도를 지난해 초 가져와 보존처리 작업을 최근 끝냈다"며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고 족자에서 그림을 해체한 뒤 다시 조립했다"고 말했다.

이번 보존처리 작업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해외 문화재 보존·복원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비용은 미르치과 네트워크가 댔다.

조선의 마지막 어진(御眞·임금의 초상화) 화가로 불리는 김은호가 그린 미인승무도는 1922년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의 동양화 부문에서 특선에 해당하는 4등에 오른 작품이다. 나무 아래에서 여성 두 명이 승무를 추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으로, 크기는 세로 199.4㎝, 가로 85.1㎝이다.

지난 2004년 플로리다대에서 이 그림을 찾아낸 뒤 국내에 소개한 강민기 홍익대 초빙교수는 "1922년 전람회 도록에는 실렸으나, 이후에는 행방이 묘연했다"며 "1920년대 초반 그림치고는 매우 큰 편으로, 전통적 동양화에 서양화 기법이 가미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무 밑에 여성을 그리는 수하미인도(樹下美人圖)는 동양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도상이지만, 여성의 옷에 있는 장식 요소들은 근대기 회화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전반적으로 상태가 나쁘지 않아서 원형을 살리는 쪽으로 보존처리를 했다"며 "표구 작업은 일본인이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존처리 과정에서 전통 초상화 기법인 배채(背彩)가 쓰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배채는 종이나 비단의 뒷면에 안료를 칠해 색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 사진=김은호의 '미인승무도'.(연합뉴스 제공)

김은호의 미인승무도는 1951년 미8군 사령관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제임스 올워드 밴 플리트(1882∼1992)가 1988년 한국 도자기 7점, 회화 5점과 함께 플로리다대에 기증했다.

강 교수는 "밴 플리트가 어떻게 한국 문화재를 수집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그는 김은호 외에도 김홍도, 신윤복, 김기창의 그림을 기증했는데, 조선 후기와 근현대를 대표하는 작가가 고루 포함됐다는 점에서 누군가가 선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보존처리 후 미인승무도를 바로 돌려보낼 예정이었으나, 국립현대미술관이 국내에서 한 번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이 그림의 전시를 추진하면서 반환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플로리다대와의 협의를 통해 전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