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문재인 시대’ 희망은 시작되었다
상태바
[정치칼럼] ‘문재인 시대’ 희망은 시작되었다
  • 김영복 기자
  • 승인 2017.05.12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종면 교수.

[코리아포스트 김영복 기자]이제 희망은 시작되었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파면되고 국론은 분열되는 극심한 혼돈을 겪었지만 우리는 한 단계 성숙한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게 됐다. 거대한 ‘촛불혁명’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림으로써 마침내 재도약을 위한 역사적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말미암은 국가 시스템 붕괴와 국민정신의 피폐는 그야말로 참담한 지경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도처에 청산되어야 할 폐해가 쌓여 있다. 상처받은 민심은 치유가 절실하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시대정신을 거스르거나 우회하려 해서는 안 된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길 없음’의 시대, 그 암울한 아포리아의 제국은 이제 종말을 고해야 한다. 희망이 숨 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수행해야 할 첫 과제는 단연 ’개혁‘과 ’통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권위적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고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고도 했다. 이런 것이야말로  작지만 큰 개혁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취임 첫 날인 10일 국무총리를 비롯한 새 정부의 주요 인선을 직접 발표했다. 전임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소통 행보다. 중요한 것은 물론 인선의 내용이다. 새 정부 초대 총리에 호남 출신 이낙연 전남지사를 지명한 것은 대통령의 탕평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또한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고,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고, 누구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면 그동안 우리를 괴롭힌 ‘인사 트라우마’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사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하지만 이 평범한 진실을 온갖 유혹을 물리치고 집권 기간 내내 지켜내기는 쉽지 않다. 지난 정권 시절 사적 연고를 중시한 나머지 인재풀을 스스로 좁혀 ‘호주머니 인사’라는 비판을 자초한 대통령도 있었다. 이보다 더 부끄러운 일이 있을까. 실사구시 차원에서 널리 인재를 구하는 인사탕평 기조를 여하히 유지해 나가느냐에 국정 운영의 성패가 달렸다. 인사는 국민이 새 정부에 요구하는 협치와 통합의 출발점이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 같은 뜻을 밝히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 그러니까 ‘국민통합 대통령’이 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명실상부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문 대통령의 득표율은 41.1%로 ‘대승’을 거두었지만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은 과반에 30석이 모자라는 120석으로 쟁점 법안 통과선인 180석에 미치지 못한다. 여소야대 상황으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 야당과의 협치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 정치에는 야당이 반대하면 어떤 법률안이나 동의안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는 ‘기형적’ 비토 기제가 작동한다. 야당이 마음먹고 정치공세라도 벌이면 중대한 국가적 과제도 긴급한 민생현안도 묻히고 국정은 표류되기 일쑤다. 국정농단 후유증으로 처리해야 할 개혁과제가 산적해 있다.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도 야당과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협치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강력한 정당 규율과 대결의 정치문화에 익숙한 우리 정치 풍토에서 대통령이 정치력을 발휘해 여소야대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여야를 넘나드는 미국식 협력정치의 경험도, 프랑스 같은 동거정부의 전통도 없다. 여소야대로 인한 대립과 갈등은 대통령제 국가의 ‘숙명’이다. 여소야대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통령제와 다당제가 결합된 우리 정치구조에서 정당 간 연합정치는 긴요하다. 여당은 법안에 따라 사안별로 야당과 공조할 수 있다. 그러나 당론에 따라 움직이는 우리 정당 풍토에서 사안별 공조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당 대 당 통합이 대안인가. 그것은 대범한 만큼 위험하다.  또 다른 정치 불신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큰 틀에서 국민통합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협치를 이루어 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연속적인 공조가 가능한 ‘연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연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유럽과 달리 대결의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우리 현실에서 연정은 어떻게 가능할까. 문 대통령은 새로 출범한 정부가 문재인 정부이자 ‘민주당 정부’임을 강조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양한 연정 실험을 통해 정당정치를 보다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정치의 본질은 공존이다. 민주주의는 투쟁을 통해 얻어지지만 투쟁만으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성숙한 민주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투쟁이 아닌 대화, 화해와 포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다자대결 구도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올렸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대구·경북과 경남 등 세 곳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1위를 기록했다. 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과 울산, 강원에서 득표율 수위를 차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30세대와 4050세대에서 확고한 우위를 지켰다. 지역과 이념, 세대를 아우르는 첫 ‘통합 대통령’으로 자리매김된 것이다. 그런 만큼 이 같은 정치 에너지를 선한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여소야대를 뛰어 넘어 ‘강한’ 대통령으로 역량을 발휘할 근거는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 야당을 직접 찾아 소통하며 야당을 국정 동반자로 여길 것임을 분명히 했다. 새 정부의 국정 동력이 더욱 힘을 받기 위해서는 이처럼 대통령이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하는 ‘대통령 정치’가 필요하다.
 
배를 만들기 전에 먼저 드넓은 바다를 보면 어떤 배를 만들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바둑으로 치면 착안대국(着眼大局) 착수소국(着手小局)이다. 전체를 크게 보고 방향을 정하되 시작은 작은 데서부터 세밀히 살펴 한 수 한 수 돌을 두어가는 것, 지난 정권의 지독한 부(負)의 유산을 두 어깨에 짊어진 문 대통령이 국정에 임하는 자세 또한 그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숲도 보고 나무도 보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이 있다. 원칙 없는 협치 혹은 연정은 국민의 온전한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아무리 여소야대 정국이 불안하고 협치가 절박하더라도 ‘개혁의 대상’과 손을 잡는 것은 또 다른 정치 야합으로 비칠 수 있다. ‘보수’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보수와 거리가 먼 ‘보수의 적’들이 얼마나 많은가. ‘보수의 원조’로 통하는 영국의 정치사상가 에드먼드 버크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성찰’이라는 책에서 보수를 이렇게 정의했다. “보수는 혁명을 반대하는 것이지 개혁과 쇄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쇄신만이 보수를 보수답게 만든다” ‘보수’를 자임하는 사람들은 넘쳐나지만 이런 기준에 들어맞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협치는 좋다. 그러나 그것은 이른바 ‘적폐’를 청산하는 개혁을 위한 협치요, 진정으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통합을 위한 협치이어야 한다.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새 살은 차오르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도 국민의 가슴 속에 타오르고 있는 촛불 정신이다.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곳곳의 묵은 폐해를 서둘러 없애버려야 한다. 그러나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어느 때보다 ‘국민 대표성’이 확고한 정부다. 개혁과 통합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하지만 않는다면 국민은 새 정부의 가는 길에 진득하게 힘을 보태줄 것이다.  

글: 김종면 서울여자대학교 국문과 겸임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