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인도네시아가 배워야할 한국인의 직업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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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인도네시아가 배워야할 한국인의 직업윤리
  • 김정숙 기자
  • 승인 2017.04.06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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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정숙 기자]‘인도네시아가 과연 한국의 성장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한동안 들었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인들은 본인들이 원하지 않으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처럼 선진화된 기술과 직업 윤리를 갖춘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인도네시아가 한참 뒤쳐져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인들은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 발생해도 그냥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그저 '이렇게 될 운명이었구나'하고 체념하고 받아들인다.예를 들어, 주어진 일을 제시간에 마치지 못한다 해도 인도네시아인들은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없어’, ‘지금 상황을 바꿀 수는 없어’라며 그만 두고 만다.

이런 사고방식은 인간이 대적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가 있고 그 사실을 그저 받아들이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믿음에서 나온다.인도네시아인들에게는 동료들 간의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즉, 어떤 일을 할 때 함께 하는 동료들과 인간적인 관계가 잘 형성돼야지만 그 일을 끝까지 마칠 수가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공(公)과 사(私)를 구분해야 된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사고 방식일 것이다.

한국인을 포함,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는 많은 외국인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힘들다.그렇다고 인도네시아인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비(非)전문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런 근로 문화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인들은 '일을 잘 처리하기 위해' 동료들과의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반면, 한국인들은 신뢰를 얻기 위해 일로 만난 사람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다. 물론 공과 사의 구분이 확실한 한국인들의 경우 이런 근로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수라바야 지역에서 한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한국인 여성은 '(일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인도네시아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일을 빨리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일을 끝내지 못하면 초과근무를 해서라도 일을 마친다. 반면에, 인도네시아인들은 일을 제 시간에 끝내지 못해도,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다음 날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야," "지금 상황을 바꿀 수 없다"라고 생각할 뿐. 이렇게 상충되는 사고 방식 때문에,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들이 함께 일할 경우 스트레스, 좌절감, 갈등을 느끼기 쉽다.

각자 서로 다른 습관과 사회규범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과 인도네시아인들이기에 누구의 사고 방식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판단할 수는 없다. 서로의 방식을 이해하면서 완벽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두 나라가 경제적, 정치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인도네시아인들은 일을 천천히 하고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옛 습관을 한번에 버리긴 힘들더라도, "일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절대 미루지 말자"는 신념을 갖고 일을 좀 더 빨리 처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인 동료들의 묵은 사고 방식을 그저 참고 넘어가지 말고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이처럼 서로의 방식을 이해한다면 서로가 상호보완적인 관계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이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한국인들이 일을 대하는 사고 방식과 태도를 배워야 한다. 성과를 중시하는 한국인들을 따라가야 한다. 옛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태도로 일을 대하면 인도네시아에도 더 나은 미래가 찾아올 것이다. 그리스 철학자 아레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우리는 반복해서 행동하는 존재다. 따라서 탁월함이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글: 칼럼니스트 릴리옉 소엘리스티요(인도네시아 페트라 크리스천 대학교 영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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