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리에게 600원은?
상태바
[칼럼]우리에게 600원은?
  • 김정숙 기자
  • 승인 2016.12.14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리아포스트 김정숙 기자]영하10도가 훨씬 넘는 북풍한설에 한 노인을 찾아가게 됐다. 방안엔 냉기가 돌고 빛바랜 가족사진만이 유일한 말동무 같았다.

연세는 구십이 넘으신 듯 하고 이불을 겹겹이 두른 채 감기까지 걸리셨다.

알고 보니 10년 넘게 혼자 살면서 파지수거 등으로 연명해오셨는데 파지값도 예전같지 않고 벌이도 없어 기름 대신 연탄을 때오셨다.

그런데 연탄마저 살돈이 없어 그만 감기에 걸린 채 추위와 싸우고 계셨다. 당시 연탄 한 장은 230원 했다. 그날 저녁 나는 무료급식, 집수리 등으로 몹시 피곤했지만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연탄 한장 없던 그 노인을 생각하며…

그런 다짐으로 시작한 민간운동 밥상공동체(1998년). 몇 년뒤엔 연탄은행을 개원했다.(2002년 12월)

연탄은행은 전국적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에너지빈곤층을 조사해 수급자, 차상위, 영세노인 등 월소득 50만 원 이하 가정에 무료로 ‘사랑의 연탄’을 지원, 배달하는 일을 한다.

현재 전국에 연탄소비가구는 16만 7000여 가구이다. 이중 12만여 가구는 절대에너지빈곤층으로 연탄을 반드시 지원해야 하는 어려운 가정이다.

바로 이런 어려운 사각지대 가정을 위해 연탄은행을 설립해 현재는 원주, 서울, 부산, 인천, 전주, 포항 등 전국 31개 지역에 운영되고 있다.

매년 민간후원과 봉사자 등의 수고로 최대 700만 장 이상의 사랑의 연탄을 도시빈민가구, 고지대달동네, 농어촌 등 심지어 울릉도까지 배달하고 있다.

사랑의 연탄, 전년대비 36%감소

하지만 올해는 경기침체, 어려운 시국 등으로 기부문화가 얼어붙고 사랑의 연탄 후원마저 예전 같지 않다. 

연탄은 9월말부터 다음해 4월 중순까지 땐다(7개월). 이어 여름장마철에 방안이 눅눅하고 곰팡이가 펴 20여일 땐다. 그러다보니 한 가정당 월 150장씩 1000장 이상의 연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연탄 후원이 예전 같지 않아 30장씩 줄여 월120장씩 지원하고 있다. 그것도 이대로 간다면 그것마저 지원하지 못할까봐 걱정스런 마음은 연탄처럼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더욱이 산간벽지와 울릉도, 제주도 등에는 지원계획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매년 700만장(4만여 가구)이상 지원하던 사랑의 연탄을 400만장(2만6000여 가구)도 채 지원하지 못할 것 같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현재 후원규모는 10월과 11월, 2개월 동안 96만여 장으로 지난해 비해 36%가 감소됐다. 물론 12월 들어 언론보도로 다소 나아진 편이다.

연말 지나면 연탄불 꺼지듯 후원마저 끊겨

하지만 12월이 지나 해가 바뀌면 연탄 후원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12월이 가기 전 최소 ‘400만장에서 500만장’의 사랑의 연탄을 확보해야한다.

그런데 전망이 밝지 않다.

아니 이대로 간다간 30장씩 줄여 지원한다 해도 내년 4월까지는 고사하고 1월까지 지원도 쉽지 않고 매년 연탄은행에서 지원하던 4만 가구에서 2만여 가구는 지원하지 못할 수도 있어 걱정이 많다. 아직 12월 혹한이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600원 나눔운동을 국민운동으로

연탄은 장당 600원 한다. 어떻게 보면 큰돈은 아니다. 하지만 없는 분들에게는 요긴한 돈이다. 그러기에 600원의 가치는 중요하다.

하여 ‘600원 나눔운동’을 국민운동으로 점화시켜갔으면 한다. 작게는 용돈이 생겼을 때 혹은 급여를 탈 때 또는 즐거운 일이 생길 때 등등, 그럴 때마다 어려운 이웃과 사회를 위해 ‘소액기부운동’을 실천하는 것이다.

특히 동절기 추위에 떠는 이웃과 영세어른들을 위하여 ‘사랑의 연탄 후원, 600원의 기적’을 국민운동으로 만들어갔으면 한다.

올 10월 행정자치부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5092만여 명이다. 단순논리이지만 우리국민들 각자가 단돈 ‘600원’만 덜 쓰고 이웃과 사회를 위해 돕는다면 무려 305억 원이다.

빈민사목을 하는 목회자로서 한국교회를 생각하며 1000만 교인들이 600원만 이웃돕기를 위해
사용해도 60억 원이다.

60억 원이면? 사랑의 연탄 1000만장을 구입, 6만 6666가구에 150장씩 사랑의 연탄을 지원할 수 있다. 참으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연탄은행에서 시작된 ‘사랑의 연탄운동’은 이제 ‘국민운동, 국민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사랑의 연탄나눔이 경기침체와 어려운 시국 등으로 여의치가 않다.

돈은 많고 적음을 떠나 가치있게 써야 된다. 비록 껌 값도 안 되는 600원이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가치있는 돈이다.

그동안 연탄은행이 전국가정에 지원한 연탄은 4576만장이다. 이 일도 연탄 1000장 갖고 시작하였다. 600원은 1원짜리 600개이다.

글쓴이: 허기복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