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헌법의 개정 내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상태바
북한 헌법의 개정 내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
  • 코리아포스트
  • 승인 2009.10.01 10: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헌법의 개정 내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북한이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에서 개정한 헌법의 내용이 오늘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부분적으로 헌법 개정 내용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이번에 비로소 전체 개정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그동안 헌법 개정 내용이 부분적으로 알려졌을 때마다 언론에 소개된 해석을 보면, 사회주의체제에서 헌법이 가지는 제한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제 의견을 아래에 간단히 적는다. 대한민국에서는 헌법이 대통령을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존중해야 할 최고의 규범이지만, 북한에서는 헌법에 대해 우리나라와 같은 법치주의 국가와 매우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에 대해 “로동계급의 당과 국가의 로선과 정책을 가장 집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모체법”이며, “국가사회생활에서 지침으로 되는 당의 정책적 요구들 가운데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법화”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심형일, 『주체의 사회주의 헌법리론』, 평양: 사회과학출판사, 1991, p. 47).
그러므로 헌법이 당의 위상과 역할을 제한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며, 당의 정책적 요구가 오히려 헌법의 내용을 결정짓고 있다. 북한은 이처럼 헌법보다 당의 영도를 우위에 놓고 있으므로, 북한의 문헌들은 김일성이 생시에 “당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반혁명적 주장’을 물리치고 “인민정권기관과 사회안전기관, 사법, 검찰기관에 대한 당의 영도를 철저히 실현하도록” 했다고 밝히고 있다(조선로동당출판사,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불멸의 혁명업적 9: 주체형의 혁명무력 건설』, 평양: 조선로동당출판사, 1998, p. 452.). 그러므로 북한이 이번 개정헌법에서“국방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100조)”라고 규정했다고 해서 국방위원장직이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최고 직책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개정헌법에서도 여전히 ‘당의 영도적 역할’, 즉 국가기구에 대한 당의 영도를 정당화하는 구절(제11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조선로동당의 령도 밑에 모든 활동을 진행한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공화국의 최고영도자’는 ‘당의 지도하에 있는 공화국의 최고영도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 언론은 지난 4월 헌법 개정 이후에도 변함없이 김정일의 직책과 관련하여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상황에 따라 세 직책 중 하나만 언급하거나,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신 김정일 동지”라는 표현과 같이 두 직책만을 언급하기도 한다. 총비서’는 당의 최고직책이며,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국가기구의 최고 직책이고, '최고사령관은 군대의 최고직책이다.

이 세 가지 직책 모두 김정일의 통치에 필수적이지만, 당의 최고직책인‘총비서’직이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 이는 “노동계급의 수령은 무엇보다도 당의 수령으로 되며 당의 영도는 다름 아닌 수령의 영도로 된다"라는 주체사상의 논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당=국가인 북한에서는 당의 총비서와 수령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첨부한 조선중앙통신 사이트 화면에서 보듯이 북한은 지난 4월 헌법 개정 이후에도 김정일의 중요한 세 직책 중 당 ‘총비서’직을 가장 대표적인 직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왜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국방위원장의 권한을 상대적으로 강화했는가 하는 점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헌법 개정은 김정일이 앞으로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는 3남 김정은(또는 김정운)에게 맡기고, 자신은 과거 김일성처럼 국가기구, 특히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치하면서 외교와 국방을 주로 맡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판단된다.

1974년에 후계자로 결정된 후 김정일이 당의 ‘조직비서’로서 당중앙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김일성은 주석직을 가지고 주로 국가기구, 특히 중앙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통치하는 역할분담구도가 자리 잡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1월 8일 김정은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명되면서 사실상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이 출범했다. 그 결과 최근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의 파워가 100이면 지금 김정운의 파워는 한 20 정도”(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의 평화방송과의 인터뷰, 2009/07/30)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김정은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되어 있는 상황이다. 보다 자세한 분석은 오는 10월 9일 세종 국가전략 포럼에서의 논문(“북한 후계 문제와 남북한 관계 변화 전망”) 발표와 10월 말경 완성될 논문 “김정일 시대 북한 국방위원회의 위상, 역할, 엘리트”를 통해 제시하도록 하겠다.


필자소개:
정성장(鄭成長)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 수석
연구위원,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우) 461-370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대왕판교로 400 세종연구소
TEL: (+82-31)750-7542 / FAX:(+82-31)723-6508
MOBILE: 010-5277-7969
E-mail: davidcheong@chol.com; sccheong@sejong.or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