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치, "美, 韓과 상의없이 北에 당근 제시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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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루치, "美, 韓과 상의없이 北에 당근 제시 말아야"
  • 김형대 기자
  • 승인 2016.10.0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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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형대 기자]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협상에 들어간다 해도, 미국은 사전에 한국과 상의하지 않고 북한에 당근을 제시하는 위험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4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이 주최한 동북아시아 지역문제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이 가장 진정으로 원하는 '당근'은 "한미합동군사연습"이라고 말한 뒤 이같이 충고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이것은 차기 미국 행정부에 내가 조언하는 것"이라면서 "한미동맹의 본질을 건드리는 당근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지 않도록 매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북 협상 개최에 적절한 환경과 한미 관계'에 대해 그는 "한 사람의 미국인으로서 동맹에 관해 걱정하는 첫 번째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가 성공적인 (대북) 협상의 목표라는데 양측(한미 양국)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북한과 진지하고 지속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갈루치 전 특사는 "북한은 헌법에 핵무기 보유국으로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그것(북한의 NPT 복귀)은 높은 장애물"이라고 말하고 "북핵 비핵화로 가는 길은 한미 양국, 그리고 일본이나 국제사회의 다른 나라들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절대 용인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갈루치 전 특사는 1994년 북한과 미국 간 '제네바 합의'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다.

▲ 사진=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특사.(연합뉴스 제공)

그는 최근 한국과 미국 일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해상봉쇄를 포함한 강력한 제재와 선제타격론까지 거론되는 데 대해 "더 좋은 결과를 낳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한 뒤 "나는 당장 그런 것들을 테이블에서 치우고 (북한을) 포용하자는 게 아니라 먼저 시도할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우선 대화와 협상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갈루치 전 특사는 "지난 25년간 우리(미국)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미국)는 북핵 개발을 멈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표적으로 삼고 파괴하는 게 물리적으로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런 방법이 좋은 생각이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말하겠다"며 "제 기능을 한다면 협상은 전쟁보다 좋다"고 강조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과 관련해 그는 "중국과 최대한 협력해야 하지만, 우리(미국)와 동등한 입장의 경쟁자에게 안보 문제를 하청 일감으로 주지는 말아야 한다"며 미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갈루치 전 특사는 대북 협상의 형식이 5자회담이든, 3자회담이든, 양자회담이든 상관없이 "미국이 핵심적 플레이어"라고 말한 뒤 "북한이 자신들의 안보와 관련해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만이 들어줄 수 있는 어떤 것인 만큼, 미국 없는 대북 협상에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현재의 한미동맹에 대해 갈루치 전 특사는 "강하고, 건강하고, (관계가) 깊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핵무기를 가진 테러범들에게는 (핵)억지력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 현재 "핵무기가 동원된 테러"를 가장 심각한 안보상의 위험 중 하나로 여기고 있다며, 북한이 "민감한 핵관련 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은 미국에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부소장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물론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 대해 "TPP의 실패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지는 미국의 지도력에 큰 타격이 될 것이며, 이 점은 (클린턴과 트럼프) 두 후보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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