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한국여행, 중국 국내여행보다 저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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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한국여행, 중국 국내여행보다 저렴해
  • 양완선 기자
  • 승인 2016.05.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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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여행사, 中여행사에 웃돈 줘 유커 유치…부실한 식사 불만도

[코리아포스트 양완선 기자] 중국인들에게 한국 단체여행은 요즘 저가여행으로 점차 굳어지고 있다.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일본으로 향하던 유커들이 올들어 한국을 목적지로 많이 선택하고 있지만, 투어비용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일본에는 제대로 비용을 내면서 한국에는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행태는 마치 한국인의 동남아 저가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중국인의 저가 한국여행이 가능한 '마법'은 쇼핑에 있다.

우선 외국 여행은 통상 출발지 국가의 여행사로부터 도착지 국가의 여행사가 수수료를 받고 관광객을 받지만, 중국인의 저가 한국여행에서는 그와 반대로 한국 여행사들이 중국여행사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관행이 여전하다.

이른 바 '마이너스 투어피'라고 하는 이런 역마진 관행은 한국에서 이미 굳어진 상태다. 한국 여행사들이 단체여행객 팀을 돈을 주고 사는 경우로 1인당 최고 400 위안까지 지불한다. 수수료를 건네고 팀을 사온 뒤 숙박과 식사, 차량, 가이드 비용을 뽑고 수익까지 내려면 관광객들을 쇼핑으로 몰아야 한다.

한국 여행사들은 유커의 쇼핑 액수의 일부를 받는 조건으로 쇼핑 장소를 선택하며, 그 돈으로 유커의 한국 일정에 드는 모든 비용을 충당하고 순이익도 올려야 한다.

물론 이런 저가 여행의 '수익 구조'를 유커들이 모를 리 없다. 저가로 여행도 즐기면서, 중국에선 구하기 어려운 화장품•인삼, 그리고 구찌•루이뷔통 등 '진품' 브랜드를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기에 입에 맞지 않는 식사와 불편한 숙소도 마다치 않는 것이다. 특히 저가 여행상품을 이용해 한국을 찾는 일부 유커는 수백만 원, 수천만 원 어치의 명품을 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안한 잠자리를 즐기며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보다는 쇼핑에 목적을 둔 유커들이 상당하다. 한국여행을 제대로 즐기려는 유커들은 개별 여행을 택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가 한국여행의 부끄러운 단면이 허다하다.

왕 씨도 둘째 날 청와대 뒤편의 한 식당에서 돌솥 비빔밥을 먹다가 함께 간 유커 중 한 명의 비빔밥에서 파리가 나오는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한국 가이드의 말이 더 놀랐다. 가이드가 "여름이니 파리가 날아다니는 것은 불가피하다. 주방에서 들어간 것이라기보다는 상차림 과정에서 떨어진 거로 보인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파리를 먹을 뻔했던 유커는 이번 단체여행에 따라온 중국인 가이드의 조카여서 사건이 더는 확대되지는 않았다.

또 다른 한 유커는 비빔밥에 모래가 나왔다면서 비빔밥을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왕씨가 참여한 여행팀은 중국의 라오둥제(노동절) 연휴임에도 모두 9명으로 인원이 많지 않았다. 왕씨는 돌솥비빔밥에 채소도 많지 않았고 계란도 올라와 있지 않은 부실한 식사였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단체여행객에 제공하는 식단가는 끼니당 3천∼5천원 정도다. 서울 물가수준에 비춰 제대로 한끼를 먹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이 식당은 중국인 관광객 전용으로 한국인은 받지 않았고 종업원도 모두 조선족이었다.

도착 첫날 김포공항 부근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간 식당은 더 황당했다. 연립주택 2층으로 올라가니 식당 간판도 없이 문앞에 중문으로 '쿵즈자(孔子家. 공자의 집)라고만 쓰여있었다.

이 식당 역시 중국인 관광객에게만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4인 한상으로 한국의 전통음식이라는 감자탕을 먹기로 했지만 감자가 보이지 않고 돼지뼈와 콩나물만 나왔다. 유커 중 한 명이 감자탕에 감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질문을 하자 파이구(排骨•갈비)탕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다. 역시 부실했다.

저가단체여행이 쇼핑을 전제로 한 여행이라는 점에서 그 외의 것들은 무시되기 일쑤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서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은 더이상 유커들에게 호소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다녀가는 여행코스도 천편일률적으로 돈이 들지 않는 코스다. 경복궁과 청와대 앞, 광장시장 등을 제외하고는 일정이 대부분 쇼핑으로 짜였다.

왕씨는 이틀간 주어지는 자유여행 일정을 위해 여행사가 정해준 이틀간의 투어와 쇼핑 일정을 '인내'했다.

왕씨는 서울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관광지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지만 여행사들이 이런 부분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이드의 설명도 형식적인 방문지 소개에 그쳐 처음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들이 한국을 알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중국인을 겨냥한 중저가 한국여행도 다양한 패키지 상품으로 짜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나라 간 왕복 항공요금보다도 저가인 여행상품에서부터 적어도 식사와 숙소는 물론 쇼핑을 포함한 일정도 차별화해 다양한 상품을 제시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한국과 중국여행사들의 마진도 '적당히' 챙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중국인의 왕성한 쇼핑 욕구에만 기대어 한국 단체여행 비용이 중국 내 여행 요금 수준이거나 오히려 못 미치는 패키지 상품만을 고수한다면 오래지 않아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자국 내에 면세점을 대거 허가해 중국 내에서도 '진짜 명품' 구매가 손쉬워지면 저가 한국여행의 필요성이 급감할 것임은 자명하다. 중국과 한국 여행업계가 관광객 유치에만 급급해 스스로 제 무덤을 파고 있지 않은지 고민해야 할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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