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강풍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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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강풍에 ‘휘청’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5.0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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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숨지고 6명 다쳐…구조물 제거 소방대원은 의식불명

[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전국이 '태풍'급 강풍에 가로수가 뽑히고 양철 지붕 등이 강풍에 날아가 장애인과 소방관을 덮쳐 2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에 빠지는 등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농촌에선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공사 현장의 천막과 시설물이 날아가는 등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최대 순간 풍속은 미시령 초속 45.7m를 비롯해 설악산 초속 37.6m, 정선 사북 33.7m, 대관령 31.9m, 충북 단양 30.7m, 백령도 27.3m, 김해 23.5m 등이다.

'태풍'급 강풍에 강원 정선•태백•홍천의 5월 최대순간풍속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3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발효된 강풍특보는 강원과 울릉도, 경상 일부, 부산, 울산을 제외하고 해제됐다.

◇ 장애인 2명 숨지고 소방관 1명 의식불명… 인명피해 속출

4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이틀간 전국 각지에서 878건의 강풍 피해가 났다.

인명피해도 속출해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밤까지 강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후 1시 20분께 충북 제천시 남현동 2층 건물 옥상 철판 구조물 일부가 강풍에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휠체어를 탄 채 건물 아래에 있던 이 건물 주인 윤모(64•지체장애 3급) 씨가 구조물 파편에 맞아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건물 부근에 주차된 차량 2대가 파손되고 인근을 지나는 전력 공급선이 끊겨 일부 가구가 한때 정전됐다.

같은 시각 경기 포천시 소흘읍 소재 국립수목원 내에서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면서 관람객 박모(33) 씨를 덮쳤다.

상반신이 나무에 깔린 박 씨는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박 씨는 서울 서초구 소재 장애인보호센터에서 단체로 수목원 관람을 나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시 26분께 강원 태백시 동태백로에서 강풍으로 떨어진 연립주택의 지붕 구조물이 허모(46) 소방장과 강모(45) 소방장 등 소방대원 2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허 소방장이 머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 중이나 의식이 없는 상태다. 강 소방장도 온몸에 상처를 입어 치료 중이다.

이들은 강풍으로 연립주택의 양철 지붕이 떨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를 제거하던 중이었다.
사고 당시 태백에는 초속 30m의 강풍이 불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충남 천안시 동남구 한 도로에서 간판이 강풍에 날아가 인근에 있던 SUV 차량 위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차량 일부가 파손되고 인근에 있던 행인이 파편을 맞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뽑히고 쓰러지고…정전 사태까지

정전 사고도 속출했다.

인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442가구, 서도면 불음도•말도 154가구, 삼산면 하리 165가구 등 강화도 761가구가 정전됐다가 복구됐다.

이날 오전 2시 20분께 태백시 통동의 한 아파트 양철 지붕이 강풍에 날아가면서 전선을 덮쳐 이 일대 아파트 900여 세대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또 오전 3시 21분께 태백시 황지동의 한 아파트 양철 지붕이 강풍에 떨어져 주차 차량 10대가 파손됐다.

앞서 3일 오전 0시 30분께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인근의 차음벽 패널이 강풍에 떨어지면서 고압선을 덮쳐 이 일대가 한때 정전됐다.

인천 서구에서는 심곡2교 가로등 1개가 기울어지고 청라지역 가로수 1개가 쓰러졌다.

인천 강화군 비닐하우스 6동 2천763㎡가 강풍에 파손됐다.

강릉에서는 골프연습장 철제 기둥 일부가 강풍에 맥없이 쓰러졌다.

오후 2시께 경북 안동시 옥동 한 상가 건물의 금속 지붕이 강풍에 날아갔다.

지붕은 수십m 떨어진 주변 아파트까지 날아가 3층 창문과 충돌한 뒤 밑으로 떨어졌다.

풍랑특보가 발효 중인 동해안 6개 시•군에서는 2천500여 척의 어선이 조업을 포기한 채 항•포구에 발이 묶였다.

원주∼제주를 오가는 항공기도 강풍으로 이틀째 결항했다.

설악산 탐방로 일부 구간에서도 낙석이 발생하고 가로수가 뽑혔다.

강풍 피해가 잇따르자 국립공원 설악산사무소는 탐방로와 야영장의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 태풍급 강풍 원인은 폭탄 저기압 때문

전국을 휘청거리게 한 강풍은 급격히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 때문이다.

지난 3일에는 하루에 중심 기압이 24hPa 이상 떨어져 '폭탄 저기압'이라는 말이 붙기도 했다.

봄철이나 초겨울 우리나라와 일본 같은 대륙의 동안지역에서 종종 발생하는 '폭탄 저기압'은 저기압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강한 바람을 동반한다.

저기압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대류가 왕성해지면서 만들어진다.

대륙의 동안지역은 따뜻한 공기를 쉽게 공급해주는 해안을 끼고 있어 이 같은 저기압이 생기기 더 쉽다.

이번에는 일본 부근에 강하게 형성된 고기압이 버티고 있어 한반도 북쪽의 저기압과 남쪽의 고기압 간 큰 기압 차이 때문에 고기압에서 저기압으로 공기가 빨려 들어가 강한 남풍을 발생시켰다.

기상청 관계자는 "저기압이 정체하면서 기압 경도가 커져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었다"며 "일본 부근의 발달한 고기압은 저기압의 진행을 더디게 해 바람의 강도와 지속시간까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바람의 세기를 비교할 때 사용하는 '보퍼트 풍력계급'을 보면 초속 17∼22m는 '흔들바람'으로 잎이 무성한 작은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연못이나 호수 표면에 물결이 생기는 정도다.

초속 22∼28m는 '된바람'으로 큰 소나무가 흔들리고 전선이 소리를 내며, 우산을 들기가 곤란하다.

초속 28∼34m는 '센바람'으로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걷기가 힘들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밤까지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겠다"며 "간판이나 비닐하우스, 공사장 등 시설물 관리와 차량 운행 등 안전사고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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