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족 거센 요구에 피의자 얼굴 공개…피해자 남편 "평생 산 오를 일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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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족 거센 요구에 피의자 얼굴 공개…피해자 남편 "평생 산 오를 일 없을 것"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5.04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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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포스트 김영목 기자] "제발 저 놈 얼굴 공개해서 우리 동생 억울함을 좀 풀어주세요. 우리 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놈입니다. 이놈아, 너 때문에..."

여동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범인을 마주 본 언니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가 싶더니 주름이 깊게 패인 얼굴 위로 굵은 눈물만 뚝뚝 흘리며 그 자리에서 통곡했다.

4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원계마을 입구.

무학산 살인사건 피의자 정모(47)씨가 현장검증을 하기 위해 도착하자 그 일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군청색 점퍼를 입고 진파랑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정 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범행 현장인 무학산 6부 능선으로 향했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긴 했으나 지친 듯 수척한 표정이 눈에 띄었다.

미간을 약간 찌푸린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정 씨도 기자들의 질문에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부터 범행을 계획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닙니다"라고 거듭 답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라며 흐느꼈다.

이후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느냐', '계획하고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냐', '유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느냐' 등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죄책감을 느끼진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느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정 씨가 호송차에서 내리자 일부 유가족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경찰 통제선 안으로 달려들다 경찰에 제압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에 제압된 상태에서도 격하게 몸부림을 치며 '왜 막아서느냐'고 울부짖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정 씨 얼굴 공개와 사과를 요구하며 막아서 한때 경찰들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했다.

유가족들의 거센 요구에 경찰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정 씨의 모자와 마스크를 잠시 벗겨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 씨의 맨얼굴을 본 유가족들은 다시 오열하거나 흥분해 욕설을 퍼부었다.

주변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주민들도 '우리나라는 범죄자 인권만 챙기느냐', '옛날 같으면 능지처참을 당했을 일', '얼굴 공개해라'고 언성을 높였다.

한 주민은 "예전엔 무학산을 날마다 올랐는데 저 사람 때문에 지금은 얼씬도 않는다"며 혀를 찼다.

가까스로 유가족들의 양해를 구한 경찰은 정 씨를 데리고 무학산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유가족들도 경찰과 함께 범행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피해자 A(여•당시 51세)씨 남편만 가장 마지막까지 마을에 남아 있다가 사람들이 모두 빠지자 그제야 홀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가족들은 그간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숨어 있듯 집 안에만 있었다"며 "그런데 범인은 범행 뒤 유유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런 인간 기생충 때문에 여자들이 산 하나 마음 편히 오르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평생 산을 오를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경찰은 다른 절도 사건으로 구치소에 있던 정 씨를 강간 등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검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28일 A씨를 무학산 6부 능선에서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주먹과 발로 얼굴과 배 등을 마구 때린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경찰에서 "'힐링' 차원에서 등산을 했는데 우연히 A 씨를 보고 충동적으로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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