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도 참여'…대학가 또 '막걸리 세례' 환영회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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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도 참여'…대학가 또 '막걸리 세례' 환영회 파문
  • 김영목 기자
  • 승인 2016.03.29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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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매 차림 신입생에 막걸리 뿌려…'엎드려뻗쳐' 군기잡기 제보도

[코리아포스트] 부산의 한 대학교 동아리에서 오물을 섞은 막걸리를 신입생에게 뿌리며 환영회 행사를 해 논란이 된 가운데 전북 원광대학교 사범대학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이 대학은 동아리가 아닌 학과 신입생 환영회라는 명목으로 3월 초 꽃샘추위에 신입생들에게 막걸리를 뿌렸고, 이 학과 학과장을 포함해 교수들도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일 원광대 사범대 앞에 민소매와 반바지 차림의 신입생들이 파란색 천막을 바닥에 깔고 고개를 숙인 채 도열해 앉았다. 선배들은 줄지어 앉은 신입생들을 둘러싸고 막걸리를 뿌렸고, 당시 현장에는 교수들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심지어 선배들보다 먼저 '의식'의 포문을 여는 의미로 막걸리까지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행사는 매년 이 학과에서 고사형식으로 치르는 행사로 알려졌다. 문제의 환영식은 사진과 함께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게시됐고, 동아대 '오물 막걸리 세례' 논란에 이어 누리꾼들 사이에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다. 게시글에는 '날씨가 우중충한데 신입생들을 모이게 한 뒤 교수 먼저 (막걸리를) 조금 뿌리고 학과 대표와 부과대표가 심하게 막걸리를 부었다'라고 당시 상황이 상세히 나와 있다.

이 글에는 '환영회 행사에 막걸리가 100병 정도 쓰였고, 행사가 끝난 뒤 씻는 시간을 적게 줘 제대로 씻지도 못해 일부 학생은 옷을 버리기도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사범대 학생회는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또 조만간 이와 관련해 비상회의를 열고 사과 등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학본부 측도 사범대와 학생회를 상대로 사건 경위 파악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 24일에도 이 대학 학생회관 5층에서 한 동아리 선배들이 후배들을 '엎드려뻗쳐' 시킨 모습이 공개돼 가혹행위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내용은 페이스북 원광대 제보 계정에 공개됐고, 해당 동아리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후 이 동아리는 활동 정지 1개월이라는 처분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잇따른 대학가 가혹행위 논란이 학생 자체적인 문제와 더불어 대학 서열화, 인권교육이 부족한 입시 위주의 교육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군대식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잔존해 있고 대학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매년 이런 파문이 반복된다"며 "대학 서열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 중·고등학교 인권 교육 부족 등에서 이런 문제가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원광대 관계자는 논란에 대해 "학과장과 담당 교수, 관련 교수 등을 대상으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징계 여부는 조사가 끝난 뒤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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